'官 출신' 생보·손보협회장, 현장 전문성 결여 지적에 내놓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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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 출신' 생보·손보협회장, 현장 전문성 결여 지적에 내놓은 해법은?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2.2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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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과 회원사 이익 대변이 협회 주 역할
이병래·김철주 협회장 정부·당국과 인연
"전임 회장이 못한 일 해결할 수 있을 것"
"현장 전문성 떨어질 수도 있어"
(왼쪽부터)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본사. 사진=연합뉴스, 다음지도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생명·손해보험업계를 대변할 수장 자리에 관료 출신 인사들이 취임했다.

보험업계는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적임자라는 의견과 현장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지난 26일 이병래 신임 손보협회장은 취임식에서 "경제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상생금융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1일 김철주 신임 생보협회장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절실한 분야를 찾아 체감도 높은 상생사업을 전개해 상부상조와 생명존중이라는 생명보험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 핵심 키워드이자 당국이 압박 중인 상생금융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보험업계는 14일 내년 자동차 보험료를 2.5~3% 인하하고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1.5%로 줄이기로 했다. 보험계약대출의 이자 납입을 유예하거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대책도 내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간담회에서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상생 금융에 보험업권도 동참해 달라"고 당부한지 8일만이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자동차보험료를 콕 집어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된 과도한 보험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국민이 호소하는 불합리한 제도는 무조건, 즉시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사진=연합뉴스<br>
(왼쪽부터)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사진=연합뉴스

협회의 주 역할이 대관과 회원사 이익 대변인만큼 협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지고 있다. 일단 정부·당국과 연이 깊은 두 협회장은 사안에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철주 협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에 신임 한국수출입은행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김주현 금융위원장(77학번), 이복현 금감원장(91학번)과는 동문이다.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는 서울대 82학번 동기, 행정고시 29회 동기다.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원과 재정경제부를 거쳤고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김 협회장은 취임사에서 "공직과 국제기구에서 축적해온 경험과 금융분야 전문지식,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산적해 있는 업계현안을 속도감 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병래 협회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금감원장에 거론됐던 인물이다. 행정고시 32회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경제학부로 통합된 서울대 무역학과 81학번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부터 금융감독위원회 시장조사과장, 비은행감독과장과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대변인, 금융서비스국장을 지내 전문성도 갖췄다는 평가다.

이병래 협회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협회는 소비자, 보험사와 금융당국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긴밀한 소통과 협력적인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그 간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현안과제 조율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회장들에게 현장·실무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보험은 전문성이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민·관에서 보험산업을 충분히 경험해본 적임자가 필요하다"며 "대형사는 연간 수백억원이 넘는 돈을 회비로 내고 있지만 협회가 수행 중인 업무를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유관기관은 생명·손해보험협회를 비롯한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등이다. 대형사 기준으로 연간 약 300억원 규모다.

협회가 업계 회비로 운영되는만큼 업계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대관 역량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최근 업권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된 것도 협회가 노력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임 협회장 때 하지 못한 일을 관료출신 협회장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회사 전략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협회장 교체가 어떤 중대한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다"며 "물론 리더가 바뀌면 달라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시스템이라는 게 있으니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극적으로 악화하거나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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