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동산PF 대출', 연착륙 출구 있나? ...2011년 줄도산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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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동산PF 대출', 연착륙 출구 있나? ...2011년 줄도산 '데자뷰'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2.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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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과 미분양 증가에 기인한 대출 연체율 상승
부동산 활황기 직후, 금리 인상기 공통점
BIS비율·총자산·고객 학습효과·대출기준 등 차이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최근 저축은행의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이 우려되면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가 겹쳐보이고 있다.

두 시기 모두 부동산 활황기 직후라는 것과 금리 인상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축은행의 적자 심화, 건전성 악화 역시 기시감을 연출한다. 일각에서는 당시 연체율과 지금의 연체율은 차이가 크고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고객의 학습효과 덕에 같은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4일 저축은행 각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자산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부동산PF 연체율은 1년만에 3배로 뛰었다. 지난해 9월 말 2.4%였던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6.92%로 4.5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SBI저축은행이 0.2%에서 6.21%로, OK저축은행이 3.64%에서 9.07%로, 웰컴저축은행이 0.03%에서 4.42%, 페퍼저축은행이 0%에서 4.93%, 한국투자저축은행이 1.85%에서 6.7%로 급등했다.

연체 규모는 OK저축은행 935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576억원, 웰컴저축은행 257억원, 페퍼저축은행 123억원, SBI저축은행 68억원 순이다.

저축은행 부동산PF 대출의 연체가 늘어나는 데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금리 상승과 미분양이 증가한 데 기인한다. 시행사가 저축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많아지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늘었고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에 빠지며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PF는 사업계획서만으로 대출을 받고 건물을 지어 발생한 임대·판매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는 구조다. 미래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돈을 상환재원 삼아 대출을 조달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시기에는 수익률이 높아 상환이 쉽지만 침체기에는 그 방법이 요원해진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지난 2020년부터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 금융권은 부동산PF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부동산 PF대출은 규모가 크고 금리가 높아 수익을 올리기 유리해서다. 시행사 역시 이자는 비싸도 미래에 수익이 날 것이 확정적이었기 때문에 상환하고도 '남는 장사'였다.

전체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지난 2020년 말 6조9000억원에서 2021년 말 9조5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이후 지난해 말 10조5000억원, 지난 3월 10조1000억원, 지난 6월 10조원으로 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위 12개 저축은행의 총대출에서 부동산PF 대출이 차지한 비중은 30%,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중은 225%다.

부동산PF 대출의 뇌관으로 꼽히는 브릿지론 비중은 자기자본대비 평균 134%다. 증권사 9%, 캐피탈사 2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시행사가 초기 사업비와 토지 매입을 위해 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 받는 대출이다. 개발 인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하면 1금융권에서 토지를 담보로 본PF 자금을 대출받아 브릿지론을 상환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PF실행을 꺼린다면 본PF가 지연되고, 브릿지론의 높은 금리를 부담하기 어려운 시행사는 부도를, 브릿지론을 실행해준 2금융권은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부실채권으로 진입하기 전 단계인 요주의 여신 규모는 1년 새 2배로 불었다. 5개 저축은행의 전체 부동산PF 대출 중 요주의 여신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25.3%에서 올해 6월 말 51.7%로 늘었다. 액수로는 1조5048억원이다.

전체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8956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9918억원 감소해 마이너스 96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마이너스 1413억원이다. 3분기 기준 전체 저축은행 79곳 중 44곳이 적자를 냈다.

올 3분기에만 HB저축은행 282억원, 페퍼저축은행 248억원, 상상인저축은행 231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200억원, KB저축은행 87억원의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지난 2011년 2월 부산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하자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의 부산 해운대구 우동지점에 예금자 수천명이 몰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지난 2006년부터 부동산 PF 대출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09년 12월 말 11조8000억원, 2010년 13조원에 육박했다. 연체율은 2009년 1분기 10.6%에서 2010년 1분기 말 13.7%, 2010년 말 25.1%로 폭증했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저축은행 89곳 중 43곳이 적자를 냈다. 솔로몬 2881억원, 한국 2393억원, 진흥 1735억원, 토마토2 1431억원, 경기 962억원, 아주 687억원, 서울 416억원, 현대 410억원 적자였다. 당시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비중은 70%,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47.9%, PF 대출은 18.9%였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50%를 넘었다. 솔로몬 56.4%(1238억원), 진흥 59.1%(1238억원), 경기 52.4%(1211억원)였다.

부동산PF의 부실은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주택전문 중견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 정부 발주 급감, 신규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부재, 중동발 건설악재 등이 겹치며 현실화 했다.

지난 2011년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 부실기관 지정을 시작으로 저축은행들이 연속 영업정지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85개였던 저축은행 전수조사에 나섰고 2011년 9월까지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됐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저축은행 31곳이 문을 닫았다.

예금주들은 돈을 찾으러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2011년 2월 21일 하루에만 예금 5000억원이 인출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2010년 말 7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예금잔액은 2012년까지 32조원이 빠져나갔다.

예금자보호 한도액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과 후순위채권 매입 고객 포함 총 집계된 피해자만 10만여명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현재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총자산, 이익잉여금이 충분해 업계 경영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은 지난 2015년 구조조정 이후부터 당기순이익의 80% 이상을 내부유보해 이익잉여금이 7조6000억원에 달하고 지속적인 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이 15조원에 달한다.

3·4분기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14.14%로 법정기준치(자산 1조원 이상 8%, 1조원 미만 7%) 대비 약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38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8000억원(2.8%) 증가했다. 지난해 말 총수신은 12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분기 말 저축은행 예금 고객 중 94%가 5000만원 이하 예금자다. 금융당국은 PF사업 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게만 저축은행이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저축은행 연체채권 관리 실태를 파악하는 현장점검에 나선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달 30일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년 초까지는 연체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저희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관리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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