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금융사' 간 소송, 5년간 347건...금융사 승소율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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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금융사' 간 소송, 5년간 347건...금융사 승소율 40%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0.2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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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 간 151건 소송...금융당국 6승 4패
법원, 국민 이익 보호와 권리침해 구제 위해 판결
내 돈 지키려면 금융사 건전성 지표 알아둬야
금융위원회 현판. 사진 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지난 6년 간 금융사가 금융위원회의 제재에 불복하고 제기한 소송 열 건 중 네 건 꼴로 승소했다. 금융위의 무리한 제재가 인정된 사건도 있었지만 대형 로펌을 대동한 금융사의 판정승으로 끝난 일도 있었다. 금융사가 승소하면 제재 처분이 취소되며 고객이 입는 피해는 없지만 패소할 경우에는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등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2018년~2023년 8월까지 연도별 소관 업무별 소송 수행 현황 (건수 기준)
지난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연도별 소관 업무별 소송 수행 현황(건수 기준). 자료=금융위원회

26일 금융위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위원회 업권별, 유형별 피소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위에 제기된 소송 건수는 총 387건, 소송가액은 807억1247만원이다. 판결이 나온 151건 중 금융위가 승소한 건수는 97건(64.2%)이다. 10건 중 4건은 무리한 제재로 패소했다는 얘기다.

전체 소송 387건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건은 가산금·과태료 부과처분취소다. 해당 소송은 94건으로 전체의 21%, 소송가액은 293억208만원이다. 기관·임직원 제재 76건(128억1720만원), 집행정지 등이 70건(150억154만원)이 뒤를 이었다.

금융위의 피소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49건(96억4602만원), 2019년 49건(160억 6778만), 2020년 70건(228억2825만원), 2021년 78건(139억7356만원), 지난해 67건(70억 5127만원), 올해 8월까지 74건(111억4555만원)으로 집계됐다.

소송비용은 점점 늘어간다. 최근 6년간 금융위가 피소건으로 집행한 예산은 32억7600만원이다. 지난 2019년 3억5800만원, 2020년 4억9600만원, 2021년 5억2200만원, 지난해 7억1700만원, 올해 8월까지 7억8600만원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이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소를 제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사 제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위반, 내부통제 미흡 등으로 제재를 받은 금융권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서울행정법원은 MG손해보험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실금융기관 지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JC파트너스 손을 들어줬다. 당시 JC파트너스는 국내 행정소송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했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공조하고 법무법인 바른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당시 재판부는 "이번 처분으로 JC파트너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금융위의 처분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MG손보는 지난해 9월 재항고장을 접수했고 올해 1월 대법원은 원심을 유지하며 사건은 금융위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의 징계에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자본시장법상 불완전판매 제재,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시 은행장에 중징계를 내렸다.

손 전 회장은 현행법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을뿐 CEO(최고경영자)가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거나 미흡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 최종 승소했다. 당시 소송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였다.

금융사는 금융당국의 제재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추상적이긴 마찬가지다. 해당 개선안에는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실행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실행해 관리 의무를 위반할 경우 신분 제재가 부과된다. 다만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한다"고 적혀있다.

결국 이를 판결하는 행정법원의 판단 기준은 '국민의 이익 보호와 권리침해 구제'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행정소송절차는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로 인한 국민의 권리,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 사례들의 재판부 역시 같은 맥락에서 판결을 내놨다.

금융당국 역시 승·패소와 관계 없이 금융사 고객들의 자산을 보호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은행 고객은 예금자보호법, 금융사 자체 운영 기금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자산을 보호받을 수 있다. 보험사 역시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계약 이전 제도가 적용된다. 금융위가 보험 가입자들의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해주는 식이다.

MG손보 사태 때도 금융당국은 가입자의 보험료 납입, 지급 등의 업무와 기존 계약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안내했다. 다른 금융사가 MG손보를 인수하면 보험계약에도 변동이 없다.

다만 예금자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한도 5000만원을 넘어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자기 돈을 인출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에 떨던 고객들이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리며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벌어졌다. 뱅크런이 터지면 은행은 채무자에게 대출해 준 자금을 긴급회수 한다. 이때 채무자의 부담이 늘어 파산하는 채무자가 늘면 은행도 함께 파산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를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RBC), 은행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사용한다. RBC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보험업법에 따라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BIS는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하는 자기자본비율로 은행은 위험자산에 비해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150% 미만일 경우 부실증권사로 본다. 국민연금은 위탁증권사 선정 시 NCR이 450% 이상에게만 재무건전성 최고점을 준다.

금융사들의 건전성 지표는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은 분기별로 금융사별 지표를 공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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