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대선 앞 둔 워싱턴 정가에 떠도는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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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대선 앞 둔 워싱턴 정가에 떠도는 음모론
  • 애틀랜타(미국)=권영일 객원기자
  • 승인 2023.10.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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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미국)=권영일 객원기자] 캐서디 허친슨이 최근 출판한 회고록 ‘이너프(Enough)’가 워싱턴 정가에서 화제다. 

트럼프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 이미 공개된 증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내부 고발자로서의 뒷얘기들을 전하고 있다. 그녀는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20대 참모였다. 회고록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몇 주간 ‘무법지대’가 된 백악관 당시 상황이 상세히 묘사돼 있다.

허친슨은 마지막으로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트럼프를 힐난했다. 이쯤 되면 거의 막장드라마다. 트럼프의 정치인생에 치명타를 날린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지지율은 역경(?)에 처할수록 올라가고 있다. 실제 91개 혐의로 4번이나 형사 기소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내 유력한 경쟁자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가볍게 따돌린 상황이다. 이제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개최된 공화당 2차 토론회도 결국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인 트럼프의 존재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트럼프가 1차 토론회에 이어 2차 토론회도 불참했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지언론들도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 것이 확실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를 거의 기정 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미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내년 대선에서 전·현직 대통령간 맞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점점 늘고 있다. 사진은 백악관 남측 전경. 사진=연합뉴스
내년 대선에서 전·현직 대통령간 맞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점점 늘고 있다. 사진은 백악관 남측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직 대통령 누구도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지지자들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10명 가운데 3명 정도에 불과하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이번처럼 양당의 선두 주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던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2024년 대선은 '비호감 선거'가 될 경우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비호감 후보간 대결의 결과는?  최근 발표된 한 여론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크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제외하면 대다수 여론 조사에서는 박빙인 가운데, 미세하나마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 결과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그의 나이와 관련,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보다 더 우려한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정치에서 육체적 나이는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사람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은 에너지, 다시 말해 열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열정은 미국 정치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는 물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넘치는 열정으로 인해 미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 바이든은 백악관 입성 이후 너무나 ‘점잖은’ 행보를 보여왔다. 게다가 건강이상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요즘 워싱턴 정가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음모론’ 하나를 거론해보자.

바이든에 맞서는 공화당 후보가 만일 젊은 정치인이라면? 그는 틀림없이 세대교체론을 들로 나올 것이다. 디샌티스의 경우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 출신에다 트럼프와 같은 사법 리스크도 없다. 여기에 상재적으로 열정까지 갖추고 있어 바이든으로선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키즈들이 대거 낙선했다. 트럼프 대선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하필이면 이후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되며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반면, 기세 좋던 디샌티스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이 희망을 거는 것은 또 하나 있다. 바로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제도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우세주는 정해져 있다. 결국 승부는 경합주(Swing state)에서 결정이 된다. 어차피 반집 승부다.

조지아와 애리조나는 과거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겼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는 지난 2016년 트럼프가 가져갔으나, 2020년 바이든이 다시 찾아왔다. 네바다와 노스 캐롤라이나가 변수이긴 하나 해 볼만 하다.

그럴듯한 음모론이다.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경제다. 인플레와 금리가 계속 고공행진을 하며, 미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한, 민주당이 상당히 험난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평가가 대세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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