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팔리는데 원가부담은 커지고"…서울우유 가격 올리자 매일·남양유업도 고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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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팔리는데 원가부담은 커지고"…서울우유 가격 올리자 매일·남양유업도 고심중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9.12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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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기본 가격 인상안 10월 적용
원윳값 10년만에 최대폭 인상…정부 가격 인상 최소화 요구
소비 감소·원가 상승에 유업계 울상
서울우유, 내달 편의점 가격 인상…업계 신호탄될까
대형마트의 우유 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오는 10월 원유 기본 가격 인상안 적용을 앞두고 제품 가격 인상폭을 두고 유업계가 고심에 빠진 가운데, 서울우유가 10월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인상안이 적용되면 서울우유의 흰우유 1L 제품 가격은 편의점 기준 3200원 수준으로 오른다. 이에 흰우유 1L 3000원 시대가 본격화되며 식품업계 전반으로 밀크플레이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 우유 제품 '나100% 우유' 가격은 10월부터 1L에 3050원에서 3200원으로 4.9% 오른다. 200mL 제품 가격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 오르고, 1.8L 제품 가격은 5550원에서 6200원으로 11.7% 인상된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흰 우유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원윳값 조정이 이뤄지자 서울우유를 필두로 유업체들이 흰 우유의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당시 서울우유가 흰우유 1L 제품 가격을 6.6% 인상하면서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됐으며 매일유업은 흰우유 900ml 제품 가격을 약 9.6%, 남양유업은 900ml 기준 가격을 약 8.7%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열고 원유 가격 인상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 기본 가격은 전년 대비 88원 오른 1084원, 가공유용 원유 기본 가격을 87원 오른 887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49원)보다 원윳값 인상폭이 더 높아졌다. 원유 기본 가격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적용된다.

특히 올해는 원윳값이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올라 흰우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유업계에 흰우유 가격 인상 최소화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말 서울우유는 원유가격이 올랐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대형할인점 기준 1L짜리 흰 우유 출고가 인상을 3% 수준으로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흰우유 제품은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윳값 인상에도 대형마트 가격 인상을 억제하게 되면서, 서울우유에 이어 유업체들이 다른 편의점 등 다른 채널에서의 판매가와 가공유 등의 가격 인상 폭을 넓혀 마진율 조정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내달부터 서울우유의 가공유(300ml) 제품은 편의점 기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1% 오르며, 요거트 비요뜨는 1800원에서 2300원으로 27.8% 인상된다. 가격 인상 폭이 흰우유 제품보다 훨씬 크다.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서울우유 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서울우유 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업계는 가격 인상을 두고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와 소비자들이 우유의 가격 인상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업계는 전반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33억원으로 전년보다 28.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2%로 전년 동기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매일유업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비슷한 3.8%에 그쳤고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3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와 두유, 귀리우유 등의 대체식품 발달, 저렴한 해외 제품의 유입 등이 꼽힌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음용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2021년 약 32kg으로 떨어졌으나 수입산 원료 유가공품을 포함한 유제품 소비량은 같은기간 63.9kg에서 86.1kg으로 늘어났다.

L당 약 1500원의 가격에 판매되는 수입산 멸균우유도 국내 유업계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액은 약 1531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약 1048만 달러) 대비 46.1% 증가했다. 수입량 역시 지난해 상반기(1만 4675t) 대비 25.2% 늘어난 1만8379t으로 조사됐다. 

오는 2026년 1월 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유제품(우유와 크림) 관세가 폐지되면 수입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국내산 우유가 설자리는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우유가격 상승으로 식품가격 전반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는 제외하고는 빵, 과자 등 제품에는 우유·유제품 비중이 1~5% 이내"라며 "주요 식품 중에선 우유 및 유제품 비중이 높지 않아 가격 인상 요인이 제한적"이라며 밀크플레이션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으로 원가 비중이 높은 흰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부담 뿐 물류비용과 인건비 등 영업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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