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청년들, 취업률 저하에 충격?...'나무껴안기' 등 이상 행동 사회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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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中 청년들, 취업률 저하에 충격?...'나무껴안기' 등 이상 행동 사회문제로
  •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 승인 2023.09.0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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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 취업난 속 ‘나무 껴안기’ SNS 대유행
기이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 부정 및 도피
청년들의 자포자기식 표현 속에 사회적 비판 의식 담겨
중국 정부, ‘탕핑’ 등 일부 사회적 이슈를 일으킨 단어 사용 금지

[베이징=박신희 특파원] 중국에선 최근 청년들의 기이하면서 다양한 현실 부정 및 도피 행동이 표출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대도시 중심으로 공원등지에서 나무를 껴안고 있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또 대학졸업자들은 사망졸업사진을 찍고 인생의 시작점에서 생의 마감을 기념하는 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장기간 코로나19 방역과 방역 완화 후 기대 이하의 경제 회복세로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청년 실업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기회를 잡지 못했거나 현실 경쟁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지치고 힘든 삶과 정부에 대한 반감을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청년들이 나무를 껴안는 행동인 ‘나무 껴안기(抱树)’가 유행이다. 중국 SNS에는 나무를 껴안고 있는 중국 청년들의 사진과 영상이 수십만 건 올라오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나무를 껴안는 중국 청년들은 이 행동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리적 상태를 안정시켜 정신적 힐링을 준다고 얘기한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 나무 껴안기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출처=콰이서우 캡처
중국 청년들 사이에 나무 껴안기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출처=콰이서우 캡처

그러나 SNS에는 나무를 껴안는 행동이 단지 힐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현실 도피라는 의견과 밑바닥에 중국 정부 비판 의도가 담겨 있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나무 껴안기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청년들이 나무를 껴안는 행동을 하는 것은 가혹한 경쟁 환경 속에서 느끼는 학업, 직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것으로 청년들의 스트레스 탈출 의도가 청년 층의 동질감을 빠르게 획득하며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졸업 시즌에는 ‘사망 졸업사진(死亡毕业照)’ 인증이 SNS를 가득 채웠다. 충칭대, 후난대 등 유명 대학 졸업생들이 ‘사망 졸업사진’ 인증과 함께 재학 내내 ‘제로 코로나’에 시달리다가 ‘제로 직장’의 현실을 마주한 이들이라는 설명을 붙이며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었다.  

현재 16~24세 중국 청년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었다. 올 여름에는 사상 최대인 1158만명의 대학생이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고 100만여 명의 해외 유학생이 중국으로 돌아와 취업 경쟁에 합류하면서 중국에서의 취업 문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결국 중국 정부는 8월부터 청년 취업률 발표마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 청년층 사이에는 ‘전업자녀’(全职儿女)’ 현상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업자녀는 전업주부에서 유래된 말로 도시에서 구직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집안 일을 돕고 보수를 받는 전업자녀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중국에서 집안 일을 돕고 보수를 받는 전업자녀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생활하는 ‘캥거루족’과 유사한 의미이지만 ‘전업자녀’는 스스로 일하고 부모에게 보수를 받기 때문에 부모에게 완전히 의존해서 사는 캥거루족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사회적으로 실업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다. 

한편 중국 사회에서 '바이란'(摆烂)이란 표현도 유행하고 있다. '바이란'은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 상황 속에서 그냥 모든 걸 포기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바이란’이란 용어는 중국 농구 경기에서 심각한 점수 격차로 지고 있는 팀, 또는 소속 선수들이 '불가피한 패배 앞에서 노력마저 포기해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인데 중국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수많은 낙담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포기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는 '탕핑(躺平)'이 유행했다. ‘탕핑’은 '똑바로 드러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려서 더는 아예 노력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탕핑'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탕핑’이라는 단어 사용을 규제했다.

최근 중국 청년들에게 유행하고 있는 ‘나무 껴안기’, ‘사망 졸업사진’, '탕핑', '바이란', ‘전업주부’ 등은 어려워진 중국 경제 상황숙에 희망을 잃어버린 중국 청년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다.

또한 중국 청년들이 규제와 감시가 일반화된 중국 사회에서 소극적인 모습으로 사회에 대한 반항을 표현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청년들의 자포자기식 표현 유행에 민감한 이유가 바로 ‘사회적 반항’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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