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 한계 도달한 2030…빚 굴레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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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막기 한계 도달한 2030…빚 굴레 악순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8.2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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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몇 천 원 이자도 못 내, 연체"
상환능력 떨어지며 연체율 높아져
불량률도 20대 80%까지 치솟아
韓 경제 성장동력 저하 우려
20~30대 청년 세대들의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30세대가 빚 굴레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데다 고금리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갈수록 저신용자 수가 늘고 있다. 신용 평점은 낮아지고 연체율은 높아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저신용자 1년 새 2만명 늘어

지난 20일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신용 평점별 차주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저신용자(신용 평점 600점 미만)수가 올해 6월 기준 52만742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6월의 50만7712명과 비교해 3.9%(1만9713명) 증가한 수치다. 전체 20~30대 차주 중 저신용자 비중도 1년 새 3.13%에서 3.29%로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고신용자(신용 평점 850점 이상)수는 760만8613명에서 765만157명으로 0.5% 증가하는데 그쳤고, 중신용자(신용 평점 600점 이상 800점 미만) 수는 811만3899명에서 783만5504명으로 3% 이상 줄었다. 

세대별로 보면 젊은 층의 불량률이 심각했다. 불량률은 측점 시점 전 1년 동안 90일 이상 연체해 한국신용정보원에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비율을 말한다. 신용 평점별로 차이가 있으나 20대 불량률은 최대 80%까지 치솟았다. 올해 6월 기준 20대 차주 중 신용 평점 400점 미만 차주의 불량률은 80.9%로 전년 동기(76.7%)와 비교해 4.2%포인트 늘었다. 이는 20대 중 신용 평점 400점 미만인 차주 100명 중 80명 이상이 대출 후 상환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 세대 및 전 신용 평점에 걸쳐 불량률 80%를 넘어선 건 20대가 유일하다. 400점 이상 500점 미만인 20대의 불량률도 같은 기간 61.2%에서 66%로, 500점 이상 600점 미만은 29%에서 36.4%로, 600점 이상 700점 미만은 10.7%에서 13.7%로 뛰었다. 

연체율 역시 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연체율은 0.44%로 30대 0.17%, 40대 0.21%, 50대 0.20%보다 2~3배 가량 높다. 20대는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할 20~30대 청년층이 빚더미에 신음하면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갉아먹고 저출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들 '빚의 늪'에 빠진 까닭

청년들이 빚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일각에선 빚은 가파르게 늘어난 반면 취업자 수는 줄어든 상황에서 청년들이 '영끌'이나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확보보다 청년 대상 금융대출을 앞다퉈 늘린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청년들은 정부가 장려한 대출 상품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처한 청년들이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속에 대출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보다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공공주거 확대 등을 통해 청년들의 삶의 필수 요소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병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질적으로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해야 청년 대출자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 "청년 스스로가 대출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청년 개인의 노력과 공공부문의 해결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030 세대 청년들의 금융·경제생활 안정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과 협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혁신적인 고용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주거 안정을 위한 대폭 확대된 임대주택 상품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게재된 신용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결국 '빚 탕감' …"일해서 빚 갚는 정책 만들어야"

올해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빚을 탕감 받은 20대가 5년 새(상반기 기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개인워크아웃은 빚이 너무 많아 갚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신용회복위원회가 중재를 통해 빚을 최대 90%까지 줄여주고 이자 부담도 낮춰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 감면이 확정된 20대는 4654명이다. 빚 탕감을 적용받은 20대는 상반기 기준 2018년 2273명, 2019년 2325명, 2020년 3850명, 2021년 4019명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작년 3509명으로 증가세가 주춤하는 것 같더니 올해 다시 1000명 넘게 늘어났다.

1인당 평균 감면 채무액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대 평균 감면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88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530만원 대비 67%가량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 4명 중 1명은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출은 한도 100만원으로 한 달 이자가 몇 천원에 불과하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만 19세 포함)의 이자 미납률은 24.5%다. 4명 중 1명이 미납인 셈이다. 20대 이자 미납률은 전 연령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 미납률은 14.1%로 20대의 절반 수준이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20대의 주담대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지난 2분기 0.44%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대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배다.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배인 1500억원으로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용도가 주택구입자금이지만 절반 정도는 생활안정자금으로 쓰이고 있어 경기침체로 인한 생활고가 심해졌다고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20~30대 신용불량자 급증은 한국 경제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연체 기록이 등록되면 정상적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돼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사회에서 낙오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청년층이 늘어나면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인 한국에서 경제 활동 청년 수가 더욱 줄어들게 돼 저출산이나 세대 갈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김미루 한국개발원(KDI) 연구원은 "한계 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해 단기 상환부담을 줄이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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