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폭 한·미 기준 금리차…한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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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폭 한·미 기준 금리차…한은의 선택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8.2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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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기준금리 3.5%로 5연속 동결 전망
가계부채 금증·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금리인상 때 국내 경기 및 금융시장 불안도 부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벌어졌다.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우려가 제기되지만 한국은행과 전문가들은 금리차와 자금 유출 등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보다 쌓여가는 가계부채와 금융시장 불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다.

5회 연속 동결 가능성 무게

한은 금통위는 오는 24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현 3.50%인 기준금리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 1월 회의 때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뒤 지난달까지 모두 4차례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중국 내수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다. 중국 경기기 참체하면 한국의 수출 회복 속도 역시 지연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여지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32억1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0개월째 감소세다. 

물가 오름세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은의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보탠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2.7%)보다 내린 2.3%로 집계됐다. 

다만 연준의 매파적(긴축 신호) 태도는 한은의 고민거리이자 변수다. 연준이 지난 16일(현지시각) 공개한 의사록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석자 대다수는 물가와 관련해 "상당한 상승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늘어나는 미국 국가채무도 부담이다.

연준은 다음 달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국과 금리 차는 2.25%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대외적 악재 속에 한은은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상은 국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서다. 또한 금융시장 경색 확산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국발 리스크 부담을 완충해야 할 필요성과 국내 가계부채와 유동성을 관리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선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연준의 입장을 바라보면서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는 24일 한은 금통위가 예정된 가운데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사례로 본 금리격차 영향

한은 금통위는 올해 2월과 4월, 5월에 이어 지난 7월까지 모두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 금리(연 5.25~5.50%)와 최대 2.0%포인트 차이다. 시장에선 외국인 자금 유출과 달러·원 환율 상승(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고 우려한다. 통상 미국 기준금리가 높고 우리와 격차가 벌어질 때 외국인 자금은 국내 주식과 채권 등 자산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경향성을 보였다.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서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면 환율이 오르고 국내 자산가격이 하락해 또다시 자금이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볼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7월10일 펴낸 '한·미 간 금리차 역전 현상 및 영향에 대한 소고' 자료를 보면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2000년 이후 최근까지 4차례 있었다. 2000년 1월~2001년 3월(1기, 최대 금리차 1.5%포인트), 2005년 8월~2007년 9월(2기, 1.0%포인트), 2018년 3월~2020년 2월(3기, 1.0%포인트), 2022년 7월~2023년 6월(4기, 1.75%포인트)까지 구분해보면 주식의 경우 1기 자본순유일(151억달러)이 있었고, 채권은 2기(293억달러)와 3기(69억달러)에서 자본순유입이 발생했다.

현재 상황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7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10억4000만달러 순유입됐다. 6개월 연속 순유입 흐름이다. 다만 규모는 줄었다. 7월 순유입 규모는 6월 29억2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역대 순유입을 기록한 지난 5월의 114억3000만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반도체와 2차전지 업황 개선 전망 등으로 4억4000만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차익거래유인 축소 등으로 유입세가 둔화됐지만 6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또 7월 원화 가치는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무역수지 흑자 전망 등 영향으로 지난달 말 1274.6원으로 하락했따. 하지만 최근 미 달러화 강세 전환, 중국 경제지표 부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둔화 등 영향으로 하락폭 대부분을 되돌렸다. 21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1343.0원으로 연고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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