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정경유착 끊고 한국의 헤리티지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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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정경유착 끊고 한국의 헤리티지로 거듭날까
  • 권대경 기자
  • 승인 2023.08.21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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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대경 기자] "정경유착을 고리 끊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무려 55년만에 옛 이름을 찾아 재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을 향한 재계와 국민들의 시선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미·중 경제 패권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유럽연합(EU) 등의 전기차 등 각종 규제 강화 속에서 한국경제의 살길을 도모해야 하는 기업들이 오랜 악습 즉 정경유착으로부터 벗어나 국가와 국민 그리고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새로운 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는 임시총회를 열고 해당 절차를 마무리한다. 구체적으로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하는 안건과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선임하는 절차가 그것이다. 

삼성 등 주요그룹이 전경련에서 빠지면서 사실 그 동안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상당했다. 최근들어 더더욱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 구조 속에서 반도체 부진과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급부상, 전통적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이 붕괴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경련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계, 전경련 혁신안 '부족'…환골탈태 수준의 변화 요망

가장 큰 과제는 정경유착 근절 방안이다. 실제 전경련은 지난 5월 명칭 변경을 포함한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정경유착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겠다고 밝혔다. 전경련 집행부와 사무국의 특정 사업이 회원사에게 유·무형의 외압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윤리경영위원회를 둬 적정성을 심의하기로 한 것이다. 윤리위는 외부인사로 구성한다는 게 전경련 방침이다. 

하지만 재계 안팎 특히 삼성의 경우 18일 준범감시위원회(준감위)가 조건부 재가입 권고 의견을 내면서도 전경련 혁신안의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해당 내용을 두고 "만일 (삼성) 관계사가 전경련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 필요한 권고를 했다"고 밝히면서도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대해 어떤 명목이든지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외에 SK와 현대자동차, LG 등도 자연스럽게 전경련 복귀를 논의하겠지만, 핵신 관건은 역시 정경유착 근절이 될 전망이다. 실제 이들 그룹은 회비를 납부하고 한경협에서 특정 직책을 맡는 등 전면적인 참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는 그룹들이 전면적 활동을 위해서는 한경협에서 충분한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한경협 고문으로 자리를 바꿔 앉는다는 점도 정경유착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선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전경련의 한경협 출범을 두고 "정경유착의 재개"라고 강력히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떤 혁신안이 마련되더라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준감위가 혁신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지적한 만큼 한경협은 추가 혁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환골탈퇴하는 정도의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않을 경우 그룹들이 재가입을 안할 수도 있고, 가입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 수준의 활동만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책 싱크탱크 변신 도모…풀어야 할 숙제 많아 

다음은 정책 싱크탱크로의 진정한 변신이 가능하냐이다. 한경연을 흡수통합해 이른바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다시 출범하겠다는 게 구상인만큼 건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기구로 거듭나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예컨대 IRA와 같은 이슈가 터졌을 때 이의 내용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우리 산업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발빠르게 내놓는 단체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가의 경제 관료나 석학 등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필수다. 실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류 회장이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사를 맡고 있는데다 전 세계 기업인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과의 친분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경협은 1961년 전경련 전신으로 설립된 경제단체 이름이다. 1968년에 전경련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번에 다시 한경협 타이틀을 달면 이는 55년만에 옛 이름을 찾는 셈이 된다. 앞서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돼 당시 삼성을 비롯한 상당수 그룹들이 전경련을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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