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은행탓? 정책실패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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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 은행탓? 정책실패론 확산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8.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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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고정형 주담대 확대 주도…빚 늘자 대출 관리
'땜질식' 금융정책 비난…정책실패, 은행탓 돌린다 비판도
연령 제한·금리 인상 전 특례보금자리론 '막차' 탑승 수요 증가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책실패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서민의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실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책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입 취지와 달리 정부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고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돕고 가계 빚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동시에 정부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최장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부채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이 제대로 된 담보나 대출자의 생애주기별 소득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취지를 무색하게 했을 뿐 아니라 가계부채 폭증을 유발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은행권 안팎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금리 인상기 발생하는 부동산 시장 경직이나 차주의 이자부담 증가 등 여러 문제를 '땜질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금융정책 또한 가계빚 증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50년 만기 대출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기획됐으며 은행권이 발맞춰 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은행권을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몰고가는 건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확산하는 정책실패론

특례보금자리론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밝힌 특례보금론 취지는 모두 세 가지다. ▲서민·실수요층의 주택 구입 지원 ▲대환대출(변동금리→고정금리)을 통한 가계부채 질 개선 ▲전세 세입자의 이주 지원이다. 상품 이용 목적을 신규 주택 구입과 기존 대출 상환, 임차보증금 반환 등 세가지로 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중 고정금리 비중 확대는 신청자의 소득 요건을 없애는 명분이 됐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소득과 상관 없이 차주들이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릴르 선택할 만한 유인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환대출보다 신규 대출이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1~7월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액 중 신규 주택 구입 목적 비중은 59%인 반면 대환대출은 34%에 그쳤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 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와 거리가 있다. 여기에 더해 해당 정책상품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돌입하면 변동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급증할 여지도 있다. 결국 가계부채 질을 개선한다는 명분에 시행된 정책이 가계부채 규모만 키운 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도 진화에 나섰다. 이달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공급 규모를 제한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특례보금자리론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건 맞다"며 "금리는 시장금리 등을 고려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상과 공급 제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위가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은 특례보금자리론이 고소득층의 '내 집 마련' 지원 용도라는 비판을 진화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1월 금융위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주택담보대출 정책금융상품으로 1~7월 유효신청액의 23%(7조2116억원)가 연소득 9000만원을 초과하는 신청자에게 돌아갔다. 대체로 역마진 구조인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보금자리특례론과 관련해 금리 인상, 공급 규모 축소 등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오락가락 정책에 은행만 '뭇매'

17일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 주재로 열린 '내부통제·가계대출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 부원장은 "향후 금리상승 기대 약화, 자산가격 상승 기대감 등이 확산될 경우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일선 영업현장에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현행 대출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관리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출 취급시 차주 소득심사, 담보가치 평가 등 필요한 여신심사절차가 관련 내규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전체 가계대출 및 특정 차주군에 대한 대출 증가 규모·속도가 해당 은행의 여신정책, 리스크관리 정책, 자본관리 계획 등에 부합하는 범위 이내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을 '50년 주담대'로 보고 그 주범을 '은행권'으로 내모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이다.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는 당선 직후 담보인정비율(LTV)를 기존 20~40%에서 70~80%로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주택이라는 담보가 있는데 과도하게 대출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게 이유였다. 또 청년의 미래소득을 반영해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늘려 대출한도가 늘어나게 설계한 것도 현 정부다. 당시 금융권에선 DSR 규제 우회책을 내놓은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은 DSR 규제를 우회 완하하는 상품을 내놓았다가 가계부채 증가로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정책 실패 여지가 크다"며 "상생을 강조하며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하다가 갑자기 다시 금리를 올려 대출을 조이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년층에게 50년 주담대를 내줬다고 지적하지만 애초에 50년 주담대를 출시하면서 만 34세 이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했어야 했다"면서 "은행에 실패를 떠넘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부의 기조 변화에 소비자들도 분주하다. 연령 제한 등 제동이 걸리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나이제한 소식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고려하던 30대 후반, 40대 초반 고객들은 아쉬워하고 있다"면서 "특히 주담대 만기가 40년이냐 50년이냐에 따라 대출한도가 달라지는 차주들은 대출 관련 규제가 변경되기 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담대가 늘어나면서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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