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협상 재개…밀크플레이션 우려에 업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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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 협상 재개…밀크플레이션 우려에 업계 고심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7.24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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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원유 가격 10차 협상 진행
낙농가-유업계 줄다리기 계속
인상폭 69~104원…우유 1리터 3000원 코앞
유제품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 커져
한 대형마트의 우유 진열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의 우유 진열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낙농가와 유업계가 지난 6월부터 9차례 원유(原乳) 가격 협상을 진행했으나 진전이 없는 가운데, 24일 오후 10번째 협상이 개최된다. 이에 원유 가격 인상폭과 유업계의 가격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 정책 지원을 위해 설립된 특별법상 기구인 낙농진흥회의 소위원회는 이날 원유 가격 협상을 재개한다.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 7명(진흥회 1명, 생산자 3명, 유업계 3명)으로 꾸려진 소위원회에서 지난해 생산비를 고려해 결정된다.

앞서 이뤄진 9차례 협상에서 생산비 등의 증가로 가격을 더 올리려는 낙농가와 가격을 덜 올리려는 유업계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낙농가는 매년 생산비가 오르면 우윳값을 올리는 '생산비 연동 방식'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26일 발표한 ‘2022 축산물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리터당 우유생산비는 2022년 기준 959원으로 사료가격 및 노동비 상승에 의해 전년대비 13.7%(116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리터당 생산비와 젖소 마리당 수익성 그래프. 자료=통계청
우유 리터당 생산비와 젖소 마리당 수익성 그래프. 자료=통계청

낙농가는 사룟값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호소하며 최대한의 인상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했던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거점인 오데사 항구와 남부와 동부 지역을 대규모 공습하면서다 .

유업계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이 심화되며 우유 소비가 크게 줄었지만 낙농가 생산원가를 반영해 오른 가격으로 과잉생산된 물량을 무조건 사야하기 때문이다. 24일 낙농진흥회 우유소비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6.2kg으로 2012년(28.10kg)보다 6.8%(1.9kg)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이달 19일 원유 가격 결정 협상을 마무리 할 예정이었지만 낙농가와 유업계 간 추가 협의 내용이 있어 쉽지 않았다”며 “이달 말까지 추가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 결정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통상 매년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날 개최되는 협상이 결렬되면 가격 적용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협상이 낙농제도 개편과 맞물리면서 낙농가와 유업계의 이견으로 9월 중순에야 첫 회의가 열렸고, 10월 16일부터 원유 가격 인상분이 반영됐다.

다만 시기와 상관없이 우유 가격은 오를 전망이다. 올해는 원유 리터(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데, 최소치인 69원이 올라도 리터당 1065원이 된다. 처음으로 1000원을 넘기게 되는 셈이다. 원유 가격은 지난해 리터당 49원 인상해 현재 996원이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유업체들의 우유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 기본 가격이 리터당 49원 인상되자 각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1L 제품 가격을 6.6% 인상하면서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됐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900ml 제품 가격을 약 9.6%, 남양유업은 900ml 기준 가격을 약 8.7% 올렸다.

올 1분기 우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8.9%로 지난 2014년 2분기 11.4%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흰 우유 1리터 제품이 약 2900원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원유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면 흰 우유 1L당 가격이 3000원대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윳값 상승은 아이스크림, 빵, 치즈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해당 제품들을 사용하는 외식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어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달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가 라면 등 식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이후 유업계를 불러들인 만큼 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우로 인한 농산물 피해가 크고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이 중단되는 등 하반기 물가 상승 요소가 산재해있어 정부가 원유 가격 수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물가 부담을 고려하는 동시에 유업계, 낙농가의 입장을 고루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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