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대 개막] ③속도 내는 입법화…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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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시대 개막] ③속도 내는 입법화…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는 과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7.20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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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와 유통사 입장에서 시행령과 하부규정 필요
규제당국은 입법 속도내면서 투자자 보호방안 마련해야
일반투자자의 적절한 투자한도도 설정되어야
이미 STO 법제화한 일본·미국·싱가포르도 유통시장 활성화는 과제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의 빌딩숲.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올해 2월 토큰증권 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증권업계와 은행권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전자화된 증권으로, 금융상품을 포함해 부동산과 귀금속 등 대부분의 자산을 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내년 34조원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36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제도적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행령과 하부규정이 정해져야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서비스를 준비 중인 발행사와 유통사들은 토큰증권 시장이 활성화되는 데 있어 제도가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 정책 대응과 규정 준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토큰증권이 중소벤처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쟁점사항은 과감하게 하위 법령으로 위임해 탄력적 규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활성화 방안과 투자자 보호 사이 줄다리기

토큰증권 시장이 새롭게 출범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도 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다. 참여자들의 관심이 초기 시장의 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 당국의 경우 참여를 활성화시키면서도 투자자 보호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을 열면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외거래중개업과 관련해서는 일반투자자의 투자한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일반투자자가 장외거래를 할 수 있는 금액을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증권의 종류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구분해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러한 투자한도 설정은 일반투자자의 대규모 피해를 확실히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산업 발전 속도를 더디게 할 위험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이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서비스(P2P)에서 투자한도를 제한했다가 법령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이러한 전철을 반복하지 않도록 충분히 자유투자 원칙에 따라 한도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투자 금액 제한이 예상보다 낮게 형성될 경우 투자자의 관심 하락과 초기 유동성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며 "추후 금융위에서 발표하는 연간 투자 금액 제한 규모가 시장의 활성화 여부를 가늠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미국·싱가포르는 초기에 토큰증권 법제화

국내와 달리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각국 규제 당국에서 제시하는 규제를 준수할 시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일본은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자금결제법과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토큰증권을 규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통화의 명칭을 '암호자산'으로 변경하고, 금융상품법 개정으로 토큰증권 발행을 규율했다. 

일본 토큰증권 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증권이 토큰증권 유형으로 발행되고 있다. 또한 토큰증권이 공모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아직 중앙화된 토큰증권 유통 시장이 형성되지는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미국은 토큰증권을 통한 자금 조달 사례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2020년 기준 미국에서 진행된 STO는 43건에 이른다. 이는 미국이 타 국가와 달리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해 증권법 규제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어서로 풀이된다.

미국은 토큰증권을 전용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토큰증권 거래소를 규제하고 있다. SEC는 디지털 자산이 증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기존 증권과 동일하다고 판단해 토큰 증권도 전통 증권과 마찬가지로 발행, 거래, 결제, 청산이라는 단계를 동일하게 거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증권선물법과 지급결제법을 통해 디지털 토큰을 규율하고 있다. 또 투자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토큰 발행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심 연구원은 "싱가포르의 사례를 봤을 때 국내의 디지털 자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들이 구체화될 필요도 있겠지만, 비증권형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안도 빠르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유통 시장 활성화에 대한 고민 필요

앞서 토큰증권을 법제화하고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도 한계점은 존재한다. 토큰 증권 발행 사례는 다수 존재하지만 발행 시장에 비해 유통 시장 형성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또한 토큰증권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에서 다양한 발행 사례가 나온다 해도 유통 시장 활성화 이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국내의 높은 수요를 고려했을 때 비정형적 자산과 권리에 대해 투자할 수 있는 토큰증권 또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의 경우 자산 증식 수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수요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제도권에서는 그동안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투자 수단이 제한적이었으나, 토큰증권을 통해 기존에 거래가 어려웠던 비정형적 권리에 대한 투자와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선택 가능한 옵션이 늘어날수록 효용이 증가한다는 경제학의 원리처럼, 자본시장의 수요자 측과 공급자 측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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