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반백년' 주담대 확대…이자폭탄에서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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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반백년' 주담대 확대…이자폭탄에서 자유로울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1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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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주담대 만기 최장 50년으로
"초기 부담 줄지만 이자 부담 등 고려해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개인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만기가 '50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민의 내집 마련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시된 '50년 초장기' 주담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출한도 증액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만기 연장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등 유의해야 할 사안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5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처음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을 출시했다. 이어 지난 7일 하나은행도 주담대 상품 만기를 기존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DGB대구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주요 주담대 상품 만기를 최장 50년으로 늘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인터넷은행 등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를 고려 중이다. 올해 초 SH수협은행이 시작한 최장 50년 만기 주담대가 은행업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주담대 만기 확대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고 청장년층 세대의 안정적 주거 환경 지원을 위해 대출 만기를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출 기간이 늘어나면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든다. 월 납입액 또한 줄어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 DSR 규제는 지난해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한 차주에 대해 은행권은 소득의 40%, 2금융권은 60%로 제한하고 있다.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다른 대출 없이 연 5%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주담대를 받는다면 만기가 40년일 경우 최대 약 3억4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그러나 만기가 50년이면 한도는 약 3억7000만원까지 늘어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꿈틀하면서 주담대에 대한 자금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11조4007억원으로 전월 509조6762억원보다 1조7245억원 늘었다. 두 달 연속 상승 추세를 그리고 있으며 상승폭도 5월 6935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뛰었다. 전체 예금은행 주담대 잔액 역시 6월 7조원이 늘며 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은행권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출한도 늘지만…이자부담 감당할 수 있을까

국내 은행 관계자는 "최장 만기를 연장하면 결국 이자도 늘어가기 때문에 차주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초장기 주담대 최대 한도인 5억원을 빌리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주택가격이 6억원이 넘고 소득이 1억원이 넘는 일반형의 경우 30년 만기에 '연 4.45%'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50년 만기에는 금리가 '연 4.55%'다. 월 평균 상환액 30년 만기는 매달 약 251만원인 반면 50년 만기는 약 211만원으로 약 40만원 가량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총 이자부담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0년 만기의 경우 총 대출이자는 4억669만원가량이다. 반면 50년 만기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7억6845만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20년 더 긴 상환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결과적으로 '이자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50년 동안 상환부담을 짊어질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만 30세에 대출을 받았더라도 80세까지 매달 수백만원의 고정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 만기 확대가 반드시 채무 부담 경감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 만기가 늘어나면 초기 부담하는 원리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50년 만기 주담대로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소득이 늘고 DSR에 여유가 생기면 중간에 대환 할 수 있다"면서 "주담대는 중도 상환하는 경우가 많지만 만약 만기까지 끌고 간다면 총 이자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50년 초장기 주담대를 두고 생애주기나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30년정도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지만 40~50년은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 "은퇴 후 고령에도 고정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점, 30~40년 이상이 지나면 아파트 등 주택도 재건축 이슈가 발생하는데 지나치게 긴 만기는 자칫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50년 만기 주담대는 차주의 선택지 폭을 넓혀준 것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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