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보험사…이복현 금감원장 방문 앞두고 난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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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보험사…이복현 금감원장 방문 앞두고 난감한 이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12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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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 13일 한화생명 본사 찾아
대출상품 관련 상생안 발표 예상
실적 부진 속 상생안 방향에 업계 촉각
고금리·착시효과 상쇄, 2분기 실적 하락 전망
이복현 금감원장이 13일 한화생명을 방문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한화생명을 찾는다. 이 원장의 방문을 두고 보험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원장 방문에 맞춰 한화생명이 내놓을 보험사 최초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는 상생안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보험업계 내부에선 "내 코가 석자인데…"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난감한 보험업계

이 원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한화생명 본사를 찾는다. 이 원장이 보험업권 현장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앞서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를 방문할 때마다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번 한화생명 방문에서도 상생 지원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지난달 보험업권 중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한화생명은 '상생친구 어린이보험'을, 한화손해보험은 '출산 육아시 보험료 납입유예 등 특약'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원장을 방문을 앞두고 앞서 은행과 카드사와 비슷한 수준의 상생 지원안이 나올 것으로 보험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보험상품의 특성상 장기 상품을 취급하고 상품 개발 기간도 타 업종과 비교하면 장기간 소요된다. 이런 특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상생 상품을 개발하거나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건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청에 보험사들은 다수의 상생금융 상품을 제출했지만 대부분 채택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보험상품을 개발하더라도 보험의 특성상 사고가 발생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효과도 크지 않다. 

때문에 보험업계 안팎에선 대출 상품 위주의 상생안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신용대출 금리 인하, 채무 감면, 취약차주 및 연체자를 위한 출연금 마련 등이다. 

단적으로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식'에 참석했다. 우리카드는 이 원장의 방문에 맞춰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었다. 우리카드는 ▲소상공인 등 저소득층 대상 신규대출(800억원)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이용대금 캐시백(100억원) ▲연체차주 저리 대환대출·채무감면(1300억원) ▲가맹점주 대상 상권분석·마케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보다 앞서 이 원장은 올해 2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모두 방문했다. 이어 BNK부산은행과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도 찾았다. 이 원장이 방문할 때마다 은행들은 금융상생 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은 이 원장의 은행 현장 방문으로 연간 170만명 차주에게 약 3300억원 가량의 대출이자 절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보험업계가 대출금리 낮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험상품 만기가 긴 특성을 감안해 보험사들은 장기물 자산 중심으로 거래한다. 대출금리 산정 역시 단기보다 장기간 금리 추이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금리 변동 반영이 은행 등 타업권보다 후행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큰 대형사들 입장에선 금리 인하를 통한 상생방안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단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잔액을 보면 삼성생명 16조580억원, 한화생명 7조4612억원, 교보생명 6조5251억원 규모다. 최근 보험계약대출 금리를 6.5%로 낮추너 NH농협생명과 비교하면 많게는 4배(삼성생명)에서 적게는 2배(한화생명, 교보생명)가량 차이를 보인다. 금리연동형 상품을 제외한 방식으로 금리를 낮춰도 혜택이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돌아가 영향력이 크지 않다.  

보험료 할인 역시 쉽지 않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인 요율도 상품마다 제각각이여서 할인률을 일괄적으로 수정하기 어렵다. 

보험업계의 올해 2분기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예견된 실적 하락

더 큰 문제는 보험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올 1분기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누렸지만 2분기에는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해지면서 1분기보다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2분기부터 보험사 순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도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보험사들에 대해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5개 보험사(삼성·한화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의 2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25% 감소한 1조830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이들 5개 보험사의 2분기 보험이익은 전분기 대비 1%포인트 증가한 1조7600억원, 투자이익은 45%포인트 줄어든 6541억원으로 전망했다. 보험이익에 대해 안 연구원은 "2분기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신계약 경쟁 강화 등으로 실제 지급보험금과 사업비는 예상보다 더 컸을 것"이라면서 경상적 수준보다 소폭 감소한 예실차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이어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하 효과가 반영됐지만 예상보다 낮은 손해율을 보이고 있어 안정적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분기 보험업계의 투자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일회성 요인 제거와 더불어 1분기 금리가 하락했지만 2분기 재차 상승하면서 채권평가손실이 인식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세로 향후 이자이익은 꾸준이 증가하지만 당분간은 IFRS9(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한 평가손익,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처분손익 등의 영향으로 투자수익이 줄 것"이라고 봤다.  

시장금리도 보험사 수익성 및 자본 적정성 등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화긴축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자산운용이익률 하락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새 회계제도 시행으로 시장금리 수준은 종전 대비 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보험부채가 시가평가로 전환됨에 따라 시장금리 변동으로 인한 자기자본 증감액은 개별 보험사의 금리민감도 수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업의 구조적 한계도 부담이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성숙기에 진입한 산업 단계, 인구 고령화, 청년 실업률 상승,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보험 가입자 평균연령은 늘어나고 있다. 실제 20~30대 보험가입 건수 및 보험가입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국내 보험산업의 고객 기반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사망률과 출산율의 동반 하락은 고가의 장기보험이나 종신보험과 같은 사망보장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세대 간, 집단 간 양극화는 전반적인 보험가입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시장 분화를 촉진하는 모양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성장 기조 속에 보험산업이 외연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층 보험 수요 확보 및 신규 위험보장 확대 등 차별화된 상품개발과 서비스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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