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發 '채권+PF 부실' 복합위기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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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發 '채권+PF 부실' 복합위기로 번지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1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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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發 부동산PF 부실 우려 확산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 신용등급 하락
5대 시중은행도 부동산PF 대출잔액 16% 증가
금융권 모니터링 강화 등 선제적 관리 나서
긴장하는 채권시장, 일부 '머니 무브'도 포착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고객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새마을금고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와 새마을금고발(發) 채권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지면서 '채권과 PF 대출 부실'이 도화선이 된 '복합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새마을금고발 위기는 제2금융권과 증권업계로까지 옮겨붙는 모양새다. 부동산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과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됐고,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중은행들도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새마을금고가 금융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제2금융권 신용등급 줄하향

11일 금융권의 반응을 종합하면 새마을금고 악재로 부동산PF 리스크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부동산PF 사업장에서 후순위 대출이나 브리지론에 주로 투자한 증권사와 캐피털,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기업평가원은 올해 상반기(1~6월) 평가를 진행한 12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9조5000억원으로 총 대출 규모의 30% 수준이며 자기자본 대비로는 225%에 달했다. 부동산 PF 대출 중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브리지론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34%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결국 제2금융권 신용도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신평이 분석한 올해 상반기 금융 부문 신용등급 및 전망 상·하향 배율(상향 건수를 하향 건수로 나눈 값)은 0.4배로 2021년 4.67배와 지난해 2.14배와 비교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올해 신용도가 나빠진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신평은 "제2금융권 업체들의 부동산 PF 대출, 가계대출 등에 대한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 부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충당금을 쌓느라 실적 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38%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5.88%로 급등했다. 이외에도 카드사, 캐피털사,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전반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특히 카드와 캐피털사의 경우 한국은행 조사 결과 최근 5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01%다. 증권사는 15.88%에 이른다. 저축은행(4.07%)과 여신전문회사(4.2%) 등도 비교적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한은은 "PF 대출과 대출유동화증권이 부실화 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위험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 부실 우려 PF 사업장의 정리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불똥' 우려에 선제적 관리 나선 은행

국내 5대(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은 '새마을금고 불똥'을 우려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6조4238억원으로 지난해 말(14조1264억원)과 비교해 약 16% 늘었다. 2020년 말(9조3609억원)과 견주면 75% 급등했다. 다행히 연체율은 다른 금융기관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 소폭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 0%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42%로 올랐다. 시중은행은 지난해부터 연체채권을 상각하면서 연체율 관리를 해오고 있지만 올해 들어 일부 사업장에서 다시금 연체가 발생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보수적 운용 기조 아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우량 시공사 수주 건 위주로 취급하고 있으며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취득 등으로 리스크를 헤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 속에 채권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긴장의 끈 늦추지 않는 채권시장

채권시장은 새마을금고발 위기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여타 금융기관과 달리 채권 발행이 어렵고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기관도 아니다. 결국 쌓아둔 예금자보호기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소진될 경우 신속하게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 

새마을금고는 고객이 자금 인출을 요구할 경우 먼저 각 금고가 개별적으로 보유한 유동성을 먼저 사용하고 부족할 땐 상환준비금, 기타 중앙회 보유기금, 예금자보호준비금을 순차적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입은 최후의 수단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상환준비금을 비롯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모두 77조3000억원이며 예금자보호준비금은 2조6000억원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보유 채권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지난 4일 8400억원 가량의 채권을 순매도 했으며 다음 날인 지난 5일에는 1조6000억원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주로 금융채와 통안채 등 시장에서 빠르게 거래될 수 있는 채권 위주로 매도했다. 같은 기간 채권 금리도 뛰었다. 지난 7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지난 6일)보다 5.9bp(1bp는 0.01%포인트) 올랐다. 10년물과 5년물, 2년물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채권업계에선 새마을금고의 채권 매각이 지속될 경우 전체 크레디트 시장을 경색 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인 건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커진 지난주 내내 확대되던 자금 이탈 규모가 지난 7일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여기에 새마을금고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움직이는 흐름을 보이면서 새마을금고발 채권 매도 물량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지만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채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강세를 유지했다"며 "연체율 상승 등을 고려하면 금융업권 모니터링은 필요하지만 채권시장 위기를 가져올 사안은 아니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새마을금고 사태가 부동산 PF 부실대출로 벌어졌기에 이번 이슈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위주로 채권 시장의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채권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연구원은 "여신사 자산건전성이 지난해보다 저하된 건 사실이지만 새마을금고는 다른 금융사와 근본부터 다르다"며 "새마을금고는 신용채권 발행주체도 아니고 은행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용 채권을 발행하는 모든 금융사들은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고 전전성 지표도 새마을금고와 비교하기 무색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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