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업다각화 속도전…보험사 M&A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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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업다각화 속도전…보험사 M&A 이번엔 다를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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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KDB생명 본입찰 참여
금융지주, 인수합병 시장 '큰 손'으로
KDB생명 인수합병 본입찰에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해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KDB생명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지난해부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등이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비금융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면서 이들 생보사와 손보사의 인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녹녹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10일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손보사와 생보사는 ABL생명과 MG손해보험, KDB생명이다. 여기에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등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올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수익성 확대가 예상되는 손보사의 수요가 높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시작된 눈치싸움…KBD생명, 하나금융으로?

인수합병에 가장 근접한 곳은 KDB생명이다. 지난달 말 삼일PwC(삼일회계법인) 주관으로 본입찰에 들어간 KDB생명은 대주주 KDB산업은행이 도전하는 다섯 번째 입찰을 맞이했다. 앞서 2020년 MG손해보험의 대주주 JC파트너스와 2000억원 규모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MG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사(KCV PEF)'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가 매각 대상이다. 매각가는 신주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KDB생명은 새 회계제도 효과로 수익성 개선이 진행 중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은 4700억원 수준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전체 CSM 중 한 해 이익으로 반영하는 비율인 상각률이 8~9%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매해 370억원 가량의 보험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기존 현금주의에서 벗어나 보험영업수익을 인식하는 IFRS17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다시금 적자로 빠질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문제는 자본건전성이다. KDB생명의 결손금은 새 회계기준을 적용해도 1359억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KDB생명의 자기자본은 5526억원으로 새 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지난해 말 6078억원보다 500억원 가량 줄었다. 더구나 IFRS17에 맞춰 새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는 기존보다 더 엄격해져 자본건선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새 회계제도에 따라 킥스에 해지, 사업비, 대재해리스크 등 위험항목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지급여력을 더 갖춰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KBD생명, 푸본현대, IBK연금보험 등 킥스 비율이 100%를 밑도는 회사를 대상으로 오는 8월 말까지 금융당국에 재무개선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만약 제출한 재무개선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경과조치 적용이 중단될 수 있다. KBD생명의 킥스 비율은 47.7%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무개선계획에는 경과조치 기간 동안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지급여력비율(150%)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산 운용 및 자본 확충, 요구자본 축소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면서 "만약 재무개선계획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경과조치 적용이 중단될 수 있으며, 이후 킥스 비율이 100% 아래도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KDB생명의 새 주인이 되기 위해선 인수와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 인수합병이 녹록치 않다고 보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또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매각 본입찰 마감일인 지난 7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예비입찰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하나금융이 본입찰에 뛰어들면서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있다. 현재 하나생명의 총자산은 6조173억원으로 생명보험사 23곳 중 19위 수준이다. 하나손해보험 역시 손보사 21곳 중 11위에 그친다. 자산 20조원 규모의 KDB생명을 품을 경우 단숨에 덩치를 키울 수 있다. 이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함 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강점 극대화 및 비은행 사업 재편'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을 포함해 비금융 부문에 적극 제휴 및 투자해 업권의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6~7주간의 실사 과정이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 지분매입 등 구체적 인수조건이 결정된다. KDB생명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유상증자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결국 산업은행이 인수가를 낮게 불러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유기업이 출자해서 만든 다자보험그룹(옛 안방보험)은 지난해 말부터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 법률 자문으로 김앤장을 선정해 ABL생명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민영화 추진에 따라 자산 구조조정 차원에서 도양생명 매각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ABL생명 매각가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이다. 동양생명 매각가는 2015년 안방보험그룹 매각 당시 약 1조1300억원과 추가 투입 자금까지 고려해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 또한 재매각 시기를 조율 중이다. 대주주 JC파트너스 주도의 자체 매각과 경영관리 주체 예금보험공사의 공개 매각 방식 중 저울질이 한창이다. JC파트너스와 금융위원회가 다투는 법정공방의 판결에 따라 매각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서울행정법원은 JC파트너스 측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실금융기관 지정 관련 본안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었으나 1심 선고를 다음 달 10일로 연기했다. 

다음 달로 미뤄진 판결에 따라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벗을 수 있느냐 여부가 달린 데다, 인수합병(M&A)시장 주요 매물인 MG손해보험에 대한 매각 주도권이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 당국과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MG손보의 자산과 부채 평가에서 순자산이 마이너스 1139억원에 달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실금융기관 요건에 해당한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반면, JC파트너스 측은 '보험업 감독규정 상 경영개선명령은 지급여력비율 0% 미만인 경우 이뤄지는데, MG손보의 경우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에도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다'며 금융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법원의 판단이 미뤄지면서 예금보험공사가 올해 3분기 내 MG손보에 대한 매각 작업 수순을 밟기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 등도 꾸준히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지주의 수익 구조 다변화 과제 속 생보사와 손보사들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각 사 CI(ABL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금융지주, 수익 구조 다변화 숙제…비은행 M&A 적극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해 비은행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 이익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연일 비판하고 있는 데다 고금리 기조가 꺾이면서 이익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당면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증권,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우량 매물 검토에 나선 상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증권과 보험사 인수합병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만큼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 회장은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사에서 임 회장은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며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인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서울 영등포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서도 "증권사가 우리금융 포트폴리오에 필요하다고 강하게 생각한다"며 "신설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있으며 협상할 여지가 있다면 기꺼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에서도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위기 속 더 큰 기회를 찾아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 속도를 높이겠다”고 재차 M&A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우리금융은 지난 2월 말 우리벤처파트너스(구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거래를 마무리하고 15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우리금융은 중장기 전략으로 비은행 수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2021년 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데다 내부등급법 도입으로 자본 비율을 개선해 M&A 여력도 확보한 상태다. 임 회장은 2월 지주사 내에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 등을 추진하는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M&A 전략의 기본 원칙은 적정자본비율 유지와 건전 경영, 주주이익 및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증권사를 우선하고 다음에 보험사를 검토하는 기본적인 M&A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는 자산관리서비스 등 그룹 시너지에 조금 더 유리하고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보유한 중형급 이상 증권사다. 보험사의 경우 자본 규제 변동 역량을 지켜본 뒤 자본 확충 부담이 적은 우량 보험사 중심으로 인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한 바 있다. 이에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2006년 옛 LG카드(신한카드) 인수합병(M&A) 당시 대주주인 정부 반대로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고, 2014년에는 핵심 계열사인 옛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금융의 은행 이익 의존도는 타 금융지주 대비 확연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순이익 3조1690억원 중 83.9%에 해당하는 2조9198억원이 우리은행에서 나왔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0.8%, 67.9% 수준이다.

현재 업계에서 우리금융의 인수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리테일에 강점을 지닌 유안타증권이다. 소매 영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옛 동양종합증권 때부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통해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다만 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이 당분간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인 SK증권 역시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나금융그룹도 보험사 M&A를 검토하고 있다. 함 회장은 올 초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에서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함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업권별로 1등에 오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등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169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리딩뱅크'에 올랐지만 보험과 카드 등 2금융권 계열사의 입지는 약한 편이다.

양재혁 하나금융 전략총괄(CSO) 상무는 지난 2월 "경쟁사 대비 이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는데 그 부분은 분명히 비은행 쪽에서 있다"며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 제고와 함께 그룹을 거래하는 그룹 손님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사업 부문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강화하고자 M&A 등을 지속 검토하고 시장 환경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런 과정에서 성장성이나 수익성, 미래 전망, 그룹 내 전략적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자본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손보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지난 1월 내정자 신분으로 ‘신한경영포럼’에 참석해 오는 2030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전 회장 시절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현 신한라이프)을 시작으로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과 네오플럭스(신한벤처투자), 카디프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하지만 생명보험 업계 4위인 신한라이프와 달리 신한EZ손해보험은 손보업계에서 '빅5'에도 들지 못하고 있고 지난해 1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손보사를 추가로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도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보험사 인수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BNK금융은 부산은행·경남은행·캐피탈·투자증권·저축은행·자산운용 등 9개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보험 계열사는 없는 상황이다. 빈 회장은 지난4월 기자간담회에서 "BNK금융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제재로 향후 4년간 신규 사업 진출이 막혀 있고, 대형 보험사를 인수하기에는 자본 비율이 낮다”며 ‘스몰 라이센스’를 가진 특화 보험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은 인터넷 전문 손해보험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 해외 손해 보험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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