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긴장시킨 아스파탐 뭐길래…"과도한 공포심은 지양해야"
상태바
식품업계 긴장시킨 아스파탐 뭐길래…"과도한 공포심은 지양해야"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7.06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암연구소,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 예고
강한 단 맛에 칼로리 적어…제로 음료·막걸리에 널리 활용
절임채소·알로에베라도 같은 등급…전문가 "섭취량이 관건"
각설탕. 사진=연합뉴스
각설탕.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설탕을 대체해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이 이달 중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소비자와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스파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식품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진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이 적어 위험성이 높지 않을 거라면서도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식약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늘 14일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전망이다. 또 식품첨가물 전문가회의(JECFA)는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JECFA는 1981년 이후 아스파탐이 허용된 일일 한도 내에서 섭취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 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로, 지난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가 궤양 치료재를 개발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74년 식품에 최초로 사용을 허가했으며 우리나라는 1985년 식약처가 식품첨가물로 사용을 허가했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 맛이 강하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어 전세계적으로 무설탕 음료, 사탕 등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헬시 플레저' 열풍에 힘입어 더욱 주목 받았다. 그러나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물질로 지정할 것을 예고하면서 식품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 유통 과정에서의 발효로 인해 도수가 높아지고 유통기한이 짧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탕 대신 아스파탐 등의 인공 감미료를 주로 사용해왔다. 이에 CU는 지난 5일 더본코리아와 협업해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백걸리'를 내놓기도 했다. '無아스파탐' 마케팅에 발빠르게 돌입한 것이다. 

CU에 따르면 이달 아스파탐 논란 이후 7월 1~3일 전주 대비 막걸리 매출은 약 3% 감소했다. CU 관계자는 "이는 날씨 등의 변수를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지만 CU 는 향후 가능한 소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대체 상품을 사전에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파탐을 제품에 사용해왔던 일부 식품기업도 벌써 대체재 찾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IARC의 발암가능물질 분류표. 자료=IARC 웹페이지

다만 아스파탐의 위해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단순 섭취 자체보다 섭취량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JECFA는 1981년 이후 아스파탐이 일일 제한량 이내로 섭취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예를 들어 몸무게 60㎏의 성인은 하루에 12∼36캔의 제로 탄산음료를 마셔야 위험하다는 식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아스파탐은 정해진 기준 이하로만 섭취하면 안전한 물질로 평가된 것이다.

IARC는 화학물질 등 각종 환경 요소의 인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5개군으로 분류·평가해오고 있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cacinogenic to humans) 물질이다. 담배, 석면, 다이옥신, 벤조피렌, 가공육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바로 아래인 2A군은 '인체 발암성 추정'(probably cacinogenic to humans) 물질로 붉은 고기, 고온의 튀김, 질소 머스터드, 우레탄 등이다. 

아스파탐이 분류될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휴대폰 전자파, 김치 등의 절인 채소류, 알로에 추출물 등도 2B군에 속한다.

의사 출신 방송인 홍혜걸 의학박사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아스파탐 논란과 관련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홍 박사는 "이번에 발표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은 가장 낮은 등급인 2B 발암물질"이라며 "술 마시거나 소고기 먹으면서 공포심을 갖진 않는 것 처럼 1이 위험하면 1만큼 조심하고 100이 위험하면 100만큼 조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연합뉴스

만일 아스파탐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되면 식약처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 섭취량 등을 조사하는 위해성 평가를 진행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지난 3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JECFA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며 "어떤 근거로 발암물질로 지정했는지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위해성 평가를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련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국내에서 아스파탐 사용이 바로 금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한 IARC 기준이 항상 국내 기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앞서 IARC가 지난 2015년 소시지·햄 등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각각 발암 위험물질 1군과 2A군으로 분류했을 때도 식약처는 검사를 진행했지만 국내 기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 보다는 스스로 섭취량을 조절하며 과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공포심이 조장될 경우 제2의 '사카린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카린은 설탕의 300배에 이르는 당도를 가졌지만 인체에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1970년대 후반 캐나다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방광암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오며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쥐에 투입된 사카린의 양은 사람의 기준으로 일일 허용 섭취량의 500배가 넘는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카린의 유해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발암 물질이 아님을 확인했으며 1998년 국제암연구소(IARC)도 사카린을 발암 물질 분류에서 제외했다. 2001년엔 FDA가 사카린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규제를 철폐했다. 식약처는 2014년 빵, 과자, 음료, 김치류 등 30개 품목에 사카린 사용을 허용했으나 이미 국내 소비자에게 자리잡은 부정적 인식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아스파탐 국내 섭취량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발간한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섭취허용량(ADI)의 0.12% 정도다.

이 평가에서 식약처는 아스파탐에 대한 실제 모니터링 자료를 토대로 일일평균 섭취노출량도 산출했다. 섭취노출량은 개인별 일일 식품섭취량과 해당 식품 중 식품첨가물 함유량을 곱한 값을 개인별 체중으로 나눈 다음 그 값을 모두 합쳐 전체 인원 수로 나눈 수치다.

식약처는 해당 보고서에서 "식품 중 아스파탐의 식품섭취노출량 검토 결과 안전성의 염려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안감을 느낄 소비자들을 위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은 만큼 향후 식약처가 내놓는 기준에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