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주담대 최대폭 증가…가계대출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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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주담대 최대폭 증가…가계대출 심상치 않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0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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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연체율 32개월 만에 최고치
저축은행·카드사 연체율 우상향 '비상등'
대부업계까지 연체율 상승폭 가팔라
주택담보대출 대출잔액 1.7조 늘어나
은행 대출 연체율이 지난 4월 말 기준 32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 주요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까지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대출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주식·부동산시장 회복 기대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대출도 반년째 늘고 있어 은행권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 대출 연체율 32개월만에 최고치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7%로 전월 말(0.33%)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2020년 8월 이후 2년 8개월만에 최고치다. 

4월 신규연체 발생액(1조8000억원)은 전월 대비 1000억원 증가했으며, 연체채권 정리 규모(9000억원)는 상각·매각 미실시 등에 따라 1조5000억원 줄었다. 4월 신규연체율(4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3월 말 대출잔액)은 0.08%로 전월(0.08%)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모두 전달 대비 증가했다.

기업대출 연체율(0.39%)은 전월 말(0.35%)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09%)이 전월과 유사한 수준인 데 비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6%)은 0.05%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0.34%)은 3월 말(0.31%)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1%)이 0.01%포인트, 신용대출 등 연체율(0.67%)이 0.08%포인트 각각 올랐다.

금감원은 은행 연체율의 상승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자산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기간 중 기준금리 하락 및 정책 지원 등으로 장기 추세 대비 하락했던 연체율이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회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현재 은행권 연체율 수준은 코로나19 이전(2020년 1월 말, 0.41%)보다 낮고 과거 장기 시계열(0.78%) 대비로도 크게 낮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연체율 추이가 금융시스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상각·매각 확대 등 건전성 관리 및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적극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연체율 증가로 경영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카드사 연체율 '빨간불'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시선을 제2금융권 전반으로 돌리면 연체율이 뛰어오르며 경영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취약 차주의 연체율 증가로 대손충당금을 늘린 영향 등으로 저축은행은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카드사의 경우 현금서비스, 카드론의 연체율도 3~4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분기 79개저축은행은 모두 5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2분기 이후 9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지난해 1분기 4561억원 순이익과 비교하면 영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다만 4대 저축은행(SBI·OK·한구투자·웰컴저축은행)은 적자로 돌아서지 않았다. 이들 4개 저축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 합계는 631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16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위 4개 저축은행의 경영상황도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저축은행이 적자로 전환한 건 고금리의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5~6%대 고금리 정기예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법정최고금리(연 20%)에 가로막혔고, 결국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점도 저축은행의 실적을 나쁘게 한 요인이다. 상위 5개(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저축은행의 올 1분기 대손충당금은 2조5914억원으로 1년 전 2조3103억원보다 12.2% 늘었다. 대손충당금을 늘린 이유는 급증한 연체율때문이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올 1분기 평균 연체율은 4.81%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7%와 비교해 2.24%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위기는 저축은행 뿐 아니라 다른 2금융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신한·삼성·현대·KB국민·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41%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1.01%보다 0.3%포인트 뛰었다. 특히 중·저신용자가 쉽게 받을 수 있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의 올 1분기 연체율 상승이 가팔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 현금서비스의 연체율은 올 1분기 3.81%로 전년 동기 2.59%에 비해 47%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4.43%, 우리카드가 4.62%로 각각 전년보다 2.01%p, 1.66%p 연체율이 증가하며 4%대로 올라섰다. 하나카드는 3.85%, 롯데카드는 3.73%, KB카드는 3.70%, 현대카드는 3.21%, 삼성카드는 2.83%를 기록하며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카드론 연체율도 올 1분기 말 기준 1.86%로 전년 1.35%보다 0.50%포인트 올랐다. 롯데카드(2.13%), 신한카드(2.10%), 현대카드(2.09%)는 연체율이 2%를 넘어섰다. 현대캐피탈·하나캐피탈·우리금융캐피탈·신한캐피탈·KB캐피탈 등 주요 5개 캐피탈사의 평균 연체율도 올 1분기 1.68%로 전년 0.83%에서 두배 넘게 증가했다. 

서울 시내에 게재 된 대출 광고. 사진=연합뉴스

연체율 11% 넘어선 대부업

대부업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대부업 연체율이 11%를 넘어섰다. 연체율 증가로 '신용불량자' 증가가 우려된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대형 대부업체 25곳의 연체율은 11.5%로 나타났다. 1년 전 6.7%와 비교해 4.8%포인트 급증했으며 올해 1월(8.7%)에 비해서도 2.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12.9%로 1년 전(3.6%)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우량한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늘려온 대부업체들이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업 주담대 연체율은 1월 8.5%를 시작으로 2월 9.3%, 3월 10.7%, 4월 11.5% 등 꾸준히 상승 중이다. 

문제는 대부업체의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에서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가 추가로 돈을 빌리는 후순위 담보대출이 대부분이다. 주택 시장이 향후 더욱 냉각된다면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부실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신용대출의 연체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5월 대부업 신용대출 연체율은 10.9%로 전년 동월 대비 3.5%포인트 증가했다.   

은행권에 연체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주택담도대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시 영끌? 주담대 1조7000억원 증가

연체율 증가로 은행 건전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시중에 다시금 돈이 풀리고 있다는 의미다.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6월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454억원으로 전달보다 6332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하다 지난 5월 증가 전환했고, 지난달에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증가 폭도 전달(1431억원)보다 확대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511조4007억원)은 전달 대비 1조7245억원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를 주도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최저 금리가 연 4% 초·중반으로 하락하자 주택 구매 기회를 기다렸던 실수요자들이 은행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세자금 대출 잔액(123조6309억원)과 신용대출(108조9289억원) 잔액은 전달보다 각각 3261억원, 7441억원 줄었다.

주담대가 크게 늘어난 것은 대출금리 하락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올초 연 5~7%대였던 금리가 연 3~4%대까지 떨어지면서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4일,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21~6.12%(고정금리는 4.00~5.81%)로 집계됐다. 1월 초(1월6일 기준) 변동금리 연 5.15~8.11%와 비교해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신용대출 하락분을 넘어서면서 지난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가계대출 잔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주담대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취급된 5대은행 주담대(분할상환 방식) 상품 중 4~4.5%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은행이 92.60%로 가장 높고 우리은행 88.50%, 농협 82.7%, 하나은행 72.20% 등으로 비중이 상당하다. 신한은행(30.10%)을 제외하고 대부분 주요 은행이 4.5~5% 구간에서 주담대 상품을 판매했다. 

문제는 은행채 등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 역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6%로 전월 대비 0.12%포인트 올랐다. 5월 잔액 기준 코픽스는 3.76%로 전월보다 0.03%p 올랐고,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3.14%로 전월 대비 0.05%p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연내 두 차례 추가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미간 금리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은 그동안 금리인하 기대감에 과도하게 하락했던 시장금리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채권 등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했다"며 "주담대도 금융채와 코픽스 등 시장금리 흐름을 반영해 지난달 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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