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빴던 진옥동과 임종룡의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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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빴던 진옥동과 임종룡의 100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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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발로 뛰는 '소통왕' 행보
임종룡, 당국과 관계 회복·조직 혁신 앞장
실적개선·사업영토 확장 등 과제 산적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제공(왼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각각 30일과 다음 달 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실적 개선과 조직 혁신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진 회장과 임 회장은 지난 100일 닮은 듯 다른 행보를 걸으며 숨 가뿐 100일 보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23일 신한금융 본점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지주

현장경영 '소통왕' 행보 걸은 진옥동

지난해 12월8일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로 선정된 진 회장은 3월23일 최종 선임됐다. 이후 진 회장은 현장을 발로 뛰며 소통 강화에 나섰다. 

일본통답게 취임 후 첫 국외 일정은 일본이었다. 투자 유치는 물론 한·일 관계 개선에 힘을 보탰다. 신한은행장 시절 설립한 '신한 퓨처스랩 재팬'을 통해 스타트업 교류 활로도 모색했다. 일본 경제인 단체인 게이단렌이 주최한 한일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일본은행(BOJ),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등과 협력하고 양국 무역 정상화를 위한 수출입 기업 지원 등 민간교류 활성화 방안도 모색했다. 일본 방문 이외에도 지난 8~15일 진 회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영국 런 던 등 유럽을 돌며 해외 투자자들을 만났다. 진 회장은 올해 하반기 해외 기업설명회(IR)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으로는 ESG 금융 확립과 소통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진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 중심의 가치를 확장시켜야 한다"며 '선한 영향력 1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룹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신한 디지털 RE100'을 선언하고 '에너지에 진심인 신한금융그룹'을 표방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OK 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임직원과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평소 온화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임직원들 사이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진 회장은 긍정적 이미지와 역동성을 조직 내에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실적 개선은 장기적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잠정치 기준 당기순이익이 4조6423억원을 기록하며 금융지주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당기순이익 1조3880억원을 달성하며 KB금융에 이어 2위로 내려앉았다. 비이자이익 부문이 다른 금융지주 대비 저조했고,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금리 인상기에 다소 불리하다는 약점도 드러났다. 또 라임펀드 사태 등을 겪는 과정에서 불거진 부실한 내부통제 강화도 진 회장의 숙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24일 본사 강당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 제9대 회장 취임식에서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조직혁신 나선 임종룡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그동안 소원했던 금융당과 우리금융의 관계를 개선했다는 평을 받는다. 규제산업이라는 금융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과 관계가 벌어지는 건 회사 편에서 보면 부담이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이자장사'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서자 직접 화답했다. 소상공인 등과 상생할 수 있는 상생금융 3대 원칙을 발표하고 가계대출 전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는 동시에 소상공인에게 5000억원의 긴급 대출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어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이 있으면 우리금융이 먼저 나서도록 유도하며 금융당국과 관계를 회복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주문에 지나치게 화답하다보니 '관치금융' 색깔이 짙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조직혁신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 전체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임 회장은 취임 전인 3월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비록 취임 전이었지만 임 회장의 조직개편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특히 임 회장은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위해 '기업문화혁신 TF'를 발족하고 주요 임원들을 모두 참여하도록 했다. 또 주요 계열사의 CEO를 대거 교체했다. 임 회장은 8개에 달하는 계열사 CEO를 한 번에 바꿨다. 조직과 경영 안정성을 위해 일부 CEO의 임기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집는 파격적 인사였다. 

화룡정점은 우리은행장 교체였다. 임 회장의 최종 선택은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였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은 내부에서 검증된 은행장을 내세우며 잡음을 없애는 동시에 그동안 옛 상업은행과 옛 한일은행 출신으로 분류되는 '파벌싸움'도 종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100일 조직 혁신과 안정화에 힘을 쏟은 임 회장의 당면 과제는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다. 리금융은 그간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긴 했지만 여전히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전체 순익중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순익 비중이 80%가량에 달한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60%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다. 

임 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보험사와 증권사처럼 캐시카우 역할을 해 줄 핵심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금융지주는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 중소형 증권사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불확실성이 확대된 금융시장에서 기존 계열사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임 회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모두 부족한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을 염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옥동 '손보사'-임종룡 '증권·보험사' 눈독…M&A 새판짜기 

임 회장은 취임 후 공개적으로 증권사 인수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24일 취임식에서 임 회장은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며 "좋은 물건이 나오면 우리금융은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이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하는 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우리금융에 증권과 보험 자회사가 없어서다. 임 회장의 10년 전인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인수합병(M&A)를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농협증권과 합병시켜 단숨에 업계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초기 관피아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농협금융 실적개선과 성공적 M&A로 변화를 이끌었다"며 "우리금융에서도 반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 회장 또한 업권 내에서 다소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는 손보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현 신한라이프)을 시작으로 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X손해보험)을 차례로 인수했다. 하지만 신한EZ손해보험은 지난해에만 1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KB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기 위해선 진 회장이 손보사 추가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 회장은 앞서 2030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KDB생명과 MG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잠재적 매물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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