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열어뒀지만...엔화, 여전히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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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열어뒀지만...엔화, 여전히 약세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6.2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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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日-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 디커플링 지속 예상
전문가들 "외환시장 개입, 임박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엔화는 여전히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엔화는 여전히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엔화는 여전히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미국 및 유럽의 통화정책의 온도차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엔화의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역시 일본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엔화 가파른 하락세 지속...日 당국, 외환개입 가능성 열어둬

엔 ·달러 환율은 2023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인 3월24일 130.72에서 27일 기준 144.02엔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약 3개월간 1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가 0.2% 하락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엔화 가치의 하락이 상당히 가파르게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주요 중앙은행과는 달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긴축 정책을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또한 연내 추가 2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등 긴축 기조가 재차 강화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행은 당분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하고,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과 미국 등의 통화정책 차이로 엔화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차이를 반영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일본 주식시장이 33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추가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환헤지, 즉 엔 매도, 달러 매수의 외화선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 역시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이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주가가 상승하자 해외 투자자들은 환헤지에 나서면서 다시 엔저가 강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엔화 약세가 지나치게 가파를 경우 연료나 식품 등의 수입비용이 높아지면서 가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당국 또한 이를 우려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26일 "현재 환율 움직임은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며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며, 지나친 움직임에는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엔화 매수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일본 당국의 개입, 임박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9월과 10월 달러 대비 엔화가 3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일본 당국은 달러를 팔고 엔화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당시 엔화는 일본당국 개입으로 약 3개월간의 반등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이번에도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으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FX 전략가인 유지로 고토는 "현재까지의 일본 당국의 언어는 임박함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매크로 펀드에 의해 엔화에 대한 투기적 베팅이 크게 축적돼 통화시장의 불균형이 뚜렷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게다가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주식시장이 33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고,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 점 등 엔화 약세의 긍정적 측면 또한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일본 FX 전략가인 슈스케 야마다는 이를 언급하며 "우리는 분명히 일본 당국의 강경한 어조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이번에는 그 배경이 매우 다르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에게 엔화 약세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엔화의 추가 약세 흐름에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HK는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는 투자자들도 있다"면서 "일본은행과 유럽 및 미국의 금융정책 방향 차이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어디까지 갈 지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반기 이후 엔화 약세 흐름 주춤할 듯 

단기적으로는 엔화의 흐름에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하반기 이후 엔화 약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일 리포트를 통해 "3분기 이후 엔화의 약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경제의 매력과 엔저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 관광객 확대 등은 엔화 수요의 확대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산가격 상승, 투자 유입은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해 예상보다 빠른 일본의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것.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26일 보고서를 통해 "매크로 측면에서도 엔화의 추가 절하는 부담스럽다"며 "엔화 실질실효환율이 역사상 저점을 기록하고 있고, 원화 등 여타 통화와 비교해서도 최근 절하폭이 가팔랐기 때문에 추가 절하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 들어 내년에 연준이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며 "일본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절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도 생각해볼 수 있어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 엔·달러 환율은 133엔 수준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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