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원 야심작 캐롯, 애물단지로…디지털 손보사 한계 봉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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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동원 야심작 캐롯, 애물단지로…디지털 손보사 한계 봉착했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23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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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손보 출범 4년 내 줄곧 적자 행진
금융지주 디지털손보사 역시 적자폭 커져
단기·소액·특정 대상 보험, 수익성 개선 도움 못 줘
"디지털 솔루션 제시 등 사업모델 확대해야"
국내 주요 디지털 손보사들이 만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캐롯손보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야심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4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캐롯손보를 비롯해 국내 주요 디지털 손해보험사 역시 '만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보험업계의 '메기'로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손해보험이 정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캐롯손보

2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올해 1분기 10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66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적자 폭은 줄었지만 출범 후 4년이 되도록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최대주주인 한화손보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캐롯손보는 업계 최초로 2019년 5월 디지털 손해보험업에 뛰어들었다.55%의 지분을 가진 한화손보 외 유명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범 초기 캐롯손보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고 혁신적 서비스를 출시해 전통적 보험시장을 흔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김동원 사장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맡으면서 설립 초기부터 전면에 나선 것도 이런 기대감을 키웠다. 

실제로 캐롯손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주목을 끌었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주행거리를 측정해 소비자가 탄 만큼 보험료를 매달 후불로 결제하는 상품이다. 출시 3년 째인 올해 누적 가입자 100만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실적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캐롯손보는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설립 이듬해인 2020년 381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21년 6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손실 규모는 795억원에 달한다. 

출범 4년이 되도록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캐롯손보는 최근 최고경영자를 문효일 대표이사(사진)로 교체하는 등 쇄신에 나섰다. 사진제공=캐롯손보

주력 상품인 퍼마일의 경우 계약 건수에 비해 걷히는 보험료는 기대치를 밑돌았고, 오히려 매년 신규 가입자가 늘면서 책임준비금 부담만 키워 실적 부진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여기에 장기 보장성 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경쟁사와 달리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주로 보험료 1만원 안팎의 소액 상품이 주력이 되면서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어 접근성은 높였지만 대신 수익성 없는 상품만 판매한 셈이다. 

최근 막대한 마케팅과 홍보 비용을 지출하고도 오히려 이미지 추락만 가져온 사건도 있었다. 캐롯손보는 올해 초 데이원자산운용이 인수한 옛 고양 오리온 농구단과 30억원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하지만 데이원자산운용이 경영 악화로 한국농구연맹(BKL)에 납부해야 할 특별회비 조차 내지 못한데 이어 선수 임금까지 체불했다. 결국 농구단은 KBL 역사상 처음으로 구단 퇴출이라는 중징계 속에 농구판에서 사라졌다. 캐롯손보는 잡음이 커지자 4년 계약을 단 1년 만에 해지했다. 실적 부진 속에 스포츠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고도 이미지만 훼손했다. 

한화손보는 쇄신에 나섰다. 캐롯손보의 경영난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CEO)를 문효일 대표이사로 교체했다. 또 지난 5월에는 현대차그룹 광고계열사 이노션과 한컴 등에서 긴시간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던 배주영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유상증자와 사업구조 개편 없이는 캐롯손보의 반등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말들이 업계 안팎에서 새어 나온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년 적자' 디지털 손보사,혁신 한계?

캐롯손보 이외에도 주요 디지털 손보사들이 하나같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디지털 손보사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연간 7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하나손보는 전신 더케이손해보험이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출범했다. 신한지주의 디지털 손보사 신한EZ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모두 105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한EX손보는 지난해 6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에서 합병 출범했다. 카카오페이의 자회사 카카오손해보험도 올 1분기 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말 26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디지털 손보사들은 출범 초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채널 확산과 주요 고객층이 향후 보험 추가수요가 큰 20~30대라는 점에서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디털 손보사는 가치사슬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용 효율화가 가능하고 소액·단기·특정 대상 보험과 실시간·맞춤형 보험 등 차별화된 상품 출시로 시장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보다 한계점이 도드라졌다. 종신보험, 고액 암보험 등 고객 스스로 상품의 필요성을 깨닫기 어렵고 금융과 의학지식 없이 고객 스스로 이해하기 어려워 가입 시 설계사의 도움이 필요한 '고관여 상품'은 디지털 채널을 통해 판매가 어렵고, 고객층도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한 20대와 30~40대에 한정된 것도 한계로 부각됐다. 결국 특정 세대를 대상으로 한 소액단기보험 위주의 사업 모델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디지털 손보사들의 주력 상품 대부분은 보험료가 1만원 미만이며 가입기간도 일회성이거나 2~3일, 길어야 1~2년으로 단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장기보험을 중점적으로 파는 대형 손보사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지난해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 총액은 4조원을 넘겼다. 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처음 받아든 올해 1분기 '빅5' 손보사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2조114억원으로 2조원대를 넘어섰다. 

주요 디지털 손보사들이 좀처럼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진=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 손해보험 CI(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주요 디지털 손보사들이 좀처럼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진=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 손해보험 CI(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보험 판매는 증가세지만 아직 전체 판매채널에서 차지하는 절대 비중이 높지 않고 소액과 단기보험 중심의 판매가 이뤄져 온라인 판매는 보험사 수익성에 큰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손보사들이 생존을 위해 혁신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손보사들이 시장 확대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플랫폼 기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하거나 혹은 정교한 위험 측정 및 데이터 분석 등 독자적 기술 기반 솔루션 제공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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