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로나19 상환유예 종료…'위기'일까, '과잉 공포'일까
상태바
[이슈분석] 코로나19 상환유예 종료…'위기'일까, '과잉 공포'일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16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종료
중·저 신용자 및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 전망
추가 대출 어려울 때 연체율 상승 분석도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문턱 높여
'9월 위기설=과잉 공포' 진화 나선 금융당국
코로나19 지원 대출을 위해 이용자가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9월 금융권발(發)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위기설은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로 요약된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고물가에 따른 경기침체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목을 조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부실 채권이 발생하고 이 여파가 연쇄적으로 금융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위기설을 일축한다. 

16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4%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032%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은행들은 0.2% 수준에서 연체율을 관리해 왔던 걸 감안할 때 다소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들이 5대 시중은행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저 신용자들의 경우 빚 갚기가 더욱 팍팍한 상황이라는 걸로 풀이된다. 

"추가 대출 어려운 차주, 연체 진입 확률 높아"

실제로 중·저신용자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탈사 등의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연체율은 ▲저축은행 5.07%, ▲상호금융 2.42% ▲카드사 1.53% ▲캐피탈사 1.79%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많게는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연체율 상승세가 코로나19 상환유예 중단 후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신규대출 발생 여부가 연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 :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연체 차주는 연체 진입 3개월 전부터 제도권 금융에서 신규대출 발생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위원은 "정상차주 중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신규대출이 발생한 차주 비중은 월평균 약 14.1%를 유지한 반면 연체차주의 해당 비중은 연체 3개월 전 12%, 2개월 전 9.3%, 1개월 전 5.9%로 감소하는 모습"이라면서 "연체 진입 4개월 전까지는 해당 비중이 정상차주보다 높거나 유사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3개월 간 추가 신규대출이 발생하지 않은 차주의 경우 유사한 특성을 가진 신규대출 발생 차주보다 연체에 진입할 확률이 44%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3개월 간 신규대출이 발생하지 않은 차주의 익월 평균 연체 진입 확률은 1.06%로 신규 대출 발생 차주의 0.64%보다 65% 높다"고 밝혔다. 결국 상환유예 또는 만기연장 종료 이후 추가 대출이 어려운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위원은 "원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차주는 상환이 재개되는 시점부터 분활상환과 유사한 양상으로 추가 신규대출 여부가 연체 확률에 영향을 미출 수 있다"면서 "특히 일시상환대출에서의 만기연장 종료 차주는 만기도래시 상환 부담이 분할상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어려운 차주의 경우 즉각적인 연체로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오 연구위원은 차주의 연체 가능성 판단할 때 차주의 보유 대출잔액(저량)뿐만 아니라 신규대출 발생 여부 등의 유량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DSR과 연체율 간 양(+)의 상관관계만을 고려할 경우 신규대출이 발생하지 않은 차주의 연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면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부담과 연체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환양상과 신규대출 발생 여부, 만기도래 분포 등 유량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형 5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출 문턱 높이는 저축은행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가 많은 저축은행의 차주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저축은행 차주들의 연체율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51%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1%로 연체율이 5%를 넘어선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주시하고 있다.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조이고 있다. 

16일 주요 저축은행들은 정부의 예대율 한시적 완화조치에도 예대율을 100%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대율은 은행사가 보유한 수신잔액대비 은행이 내준 대출금의 비율을 말한다. 수·여신 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은 규정상 100%의 예대율을 준수해야 하지만 지난해 자금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이달까지 110%로 완화하는 조치가 시행 중이다. 

저축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주요 저축은행 중 예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페페저축은행으로 전년동기(93.09%)보다 5.94%포인트 높아진 99.03%를 기록했다. 대형 저축은행 5사(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중 1년 전과 비교해 유일하게 예대율이 상승했다. 반면 다른 대형사들의 경우 예대율을 더욱 낮추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 예대율은 95.63%로 전년동기(96.82%)에 비해 1.2%포인트 줄였고, OK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97.11%에서 92.66%로 예대율이 감소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96.63%에서 87.99%로 1년 사이 예대율을 10%포인트 가까이 낮췄고, 웰컴저축은행도 92.17%에서 88.07%로 줄였다. 예대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엄격하게 대출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체율 상승세 지속 전망 속에 저축은행업계의 부실채권 상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9월 원리금 상환 유예종료를 앞두고 금감원은 현장점검을 통해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조기에 매각 및 상각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은행권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체율 상승 전망 속 대손충당금 쌓는 은행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맞춰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은행권은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액을 미리 쌓아두는 것으로 실제 현금이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제표에서 손실로 잡혀 당기순이익 규모 감소에 영향을 준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1분기에만 2조원 가까운 충당금을 적립했다. KB금융은 6682억원, 신한은행은 4610억원의 충당금을 전입했고 하나금융은 3432억원, 우리금융 261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NH농협은행도 2423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원금이나 이자 납기가 연장된 대출 26만여 건에 달하며 잔여 대출액은은 36조6206억원에 이른다. 

이런 기조는 은행권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29.9%로 전분기(227.2%)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총대손충당금잔액을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손충당금잔액은 지난해 말 23조원에서 지난 1분기 24조원으로 1조원 늘었다. 부실채권은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으로 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 신규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3조원이었다. 전분기(3조1000억원)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기업여신 신규 부실은 전분기 대비 4000억원 감소한 1조9000억원, 가계여신 신규 부실은 3000억원 증가한 1조원이었다.

은행이 지난 1분기 중 정리한 부실채권은 2조7000억원이었다. 대손상각이나 매각이 1조3000억원, 담보 처분을 통한 여신 회수나 여신 정상화가 1조3000억원이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9월 금융위기설'에 대해 '과잉 공포'라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업자대출 0.09%만 위험" 진화나선 당국

금융당국은 9월 위기설에 대해 '과잉 공포'라고 선을 그었다. 대출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지난 1분기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현황에 따르면 원금과 이자 모두 유예된 대출은 1조4000억원이다. 이는 코로나19 지원 명목으로 이뤄진 대출 85조3000억원의 2% 수준이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의 사업자 대출 규모인 1498조원과 비교해도 0.09%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는 지원한 대출의 92%(78조8000억원)를 차지하는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이자도 정상적으로 납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원금상환이 유예된 5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 역시 금융사와 협의해 작성한 상환계획에 따라 최대 60개월 분할상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상환계획서를 작성한 상환유예 차주는 1분기 기준 98.3%(1만3873명)에 달했다. 

금융위는 이미 빚을 갚고 있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비중도 상당하다고 강조한다. 만기연장 대출의 경우 지난해 9월 90조6000억원에서 3월 말 11조9000억원으로 줄었으며 감소 규모의 87.4%(10조4000억원)는 상환이 완료됐다. 이자상환유예도 같은 기간 7000억원 감소했으며 이 중 35.4%(2500억원)는 상환 완료, 51.5%는 상환이 시작된 대출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해 일부 조기 상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에 '코로나19 금융지원 특별상담센터'를 열고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용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불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며 "금융권도 차주가 연착륙할 수 있는 상환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