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호시탐탐]트럼프와 배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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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호시탐탐]트럼프와 배반의 미학
  • 이종근 시사평론가
  • 승인 2023.06.15 14: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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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 시사평론가] “열 사람의 부하가 돌아서면 역모지만 천 사람의 부하가 돌아서면 혁명이다.”

'문제적 인간' 트럼프가 화제인 것은 성추문을 돈으로 막았다는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국가기밀을 무단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는 사실보다 이 두 사건을 포함해서 트럼프를 곤경에 처하게 만든 이들은 모두 그의 최측근 아니면 그의 절친이었다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 트럼프가 자신의 성추문을 막기 위해 대상 여성들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했다는 정보는 트럼프의 절친이자 미국 타블로이드 잡지계 거물인 데이비드 페커,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인 ‘트럼프 그룹’에서 재정 총괄 역할을 맡아온 앨런 웨이젤버그 등이 검찰에 넘겼으며 오랫동안 '트럼프 해결사' 역할을 했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기소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기밀 유출 혐의로 이루어진 두 번째 기소 역시 개인 변호사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미 연방검찰이 지난 9일 공개한 트럼프의 공소장 곳곳에 '트럼프 변호인 1(Trump Attorney 1)'로 기재된 코코란 변호사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담긴 자필 메모 등 주요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법률자문단의 일원이었다.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이번 기소로 트럼프의 정치 경력이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직 법무부 관료로서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법무장관을 지낸 인물로 한 때 '충성파'로 손꼽히던 윌리엄 바도 "나는 그렇게 많은 문건들이 트럼프의 자택에 있었다는 것과, 그 문건들의 민감성에 놀랐다"면서 "그런 혐의의 반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끝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기소를 초래한 문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기록'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도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기소장에서 언급된 기록물들은 정부의 정보기관에서 마련한 공식 문건들이므로 미국 정부의 재산"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가 현직에 있을 때 그를 보좌한 측근들도 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 참모진 앞에서 "트럼프는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가 뭔지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상원의원으로는 첫번째로 지지 선언을 하고 대선캠프 고문을 지냈으며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제프 세션스도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사건에 대해 법무장관으로서의 감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 트럼프의 노여움을 샀다.

트럼프의 복심이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이 트럼프를 무시했다"면서 "그들이 트럼프에게 저항할 때, '이것은 불복종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려고 하는 일'이라고 내게 털어놨다"고 밝혔다. 헤일리는 그들의 행태에 대해 비난하는 의미로 자신이 겪은 일을 폭로했지만, 그가 틸러슨에게 들었다는 불복종의 이유는 외려 그들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방위적으로 몰아치는 검찰의 수사로 자신에 대한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수사를 이끄는 책임자들을 헐뜯으며 모두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방위적으로 몰아치는 검찰의 수사로 자신에 대한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수사를 이끄는 책임자들을 헐뜯으며 모두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틸러슨이 헤일리에게 했다는 "지금 트럼프를 억제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죽게될 것"이라는 말은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그의 언행을 보면 대부분 사실로 입증된다. 그는 국내외 정치에서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고 국민들을 갈라치기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트럼프 정부 의 첫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는 "트럼프는 미국민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고 이에 대한 항의로 전국적으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발생하자 존재하지도 않은 테러단체를 지어내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미국을 제외한 P5+1(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해 미국의 국제 신뢰도에 큰 상처를 줬다. 또 시리아에서 미군을 전격 철수함으로써 시리아 내전에서 미군을 도왔던 쿠르드족에 대한 안전을 내팽개쳤다.

트럼프의 백악관 참모들은 집권 초기 트럼프가 한반도 전쟁을 마치 미식 축구 경기처럼 쉽게 언급하는데 경악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수천 만명의 목숨이 달린 외교국방 정책에 대해 공부는 커녕 즉흥적인 발상을 자주 내놓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일것 인지에만 몰두했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기소에 대해 "재선에 성큼 다가섰다"고 기뻐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시위하라. 시위하라. 시위하라"고 선동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사법부를 폄훼하고 동맹을 조롱하며 이간질과 가짜뉴스로 지지자를 선동하는 행태는 대한민국 여의도 정치에서도 매일같이 겪는 일이다. 한가지 다른 점은 찬양하고 경배하고 추앙하는 자들 외에는 켈리나 볼턴이나 매티스나 틸러슨 같이 제 정신을 가진 참모들이 우리나라 정치인 곁에 없다는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에서 정치법학을 전공했다. 서울경제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 논설실장과 인터넷신문위원회 윤리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선거보도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신문기자로서는 은퇴했지만 평론가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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