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건에 공매도 비난해서야…용어 혼동일뿐
상태바
삼성증권 사건에 공매도 비난해서야…용어 혼동일뿐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4.09 12:37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고에 의한 도덕적 해이와 숏세일은 다르다…네티즌 청원에서 시작한 오류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사건과 관련해 엉뚱하게 금융시장의 공매도 제도가 집중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삼성증권의 주식배당 입력 오류와 직원들의 유령주식 매도 사건은 금융시장에서 운용되는 공매도 제도와 조금도 연관성이 없다. 다만 공매도((空賣渡)라는 한자어가 갖는 의미가 ‘공짜로 얻은 주식을 매도했다는 개념’으로 이해되면서 시장에서 운용되는 공매도 제도와 혼동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언어적 혼동을 구별하지 않고, 금융용어인 공매도(short sale)를 삼성증권 사태에 빗대어 사용하다보니, 선진금융기법인 공매도가 매도당하고 있는 양상이다.

발단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이다. 삼성증권 사고가 난 지난 6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서 “회사에서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은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금감원은 이런 일을 감시하라고 있는 곳 아닌가. 서민만 당하는 공매도를 꼭 폐지해주시고…”라고 썼다. 이 청원에 대한 동의자가 갑자기 불어나면서 언론을 탔다.

이 청원자는 삼성증권 사고를 공매도로 보았다. 이는 잘못이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풀이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뉴욕 월스트리트 용어인 ‘short sale’ 또는 ‘short selling'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선 이를 공매도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직역해서 ‘단기 매도’라고 했으면 옳지 않을까.

공매도는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낸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원유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30달러에 선물을 빌려 매도한다. 기름값이 27 달러로 떨어질 때 선물을 사서 빌린 선물을 돌려준다. 이 투자자는 30달러에 팔고 27달러에 샀으니, 10% 남짓 차익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가가 33달러로 오르게 되면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공짜는 없다. 정교한 판단력과 시장을 주도할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파는 것을 숏세일(short sale), 사는 것을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라고 한다.

공매도에는 주식, 상품, 채권이라는 실체가 존재한다. 내 것이 없기 때문에 남의 것을 빌린다. 빌려서 판 가격과 되 산 가격의 차액을 버는 방식이다.

 

▲ 공매도 개념도 /위키피디아

 

하지만 지금 삼성증권 사건을 거론하면서 공매도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논리 전개를 잘못하고 있다.

삼성증권 사건의 케이스는 실수로 입력된 공짜 자사주를 매도한 것이다. 언어적 의미로 공매도라는 말을 떠올릴수 있지만, 증권가에서 사용하는 공매도와는 엄밀하게, 천양지차로 다르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이런 잘못된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삼성증권 사태를 거론하며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유령증권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게 됐으며, 공매도 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용됐는지도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큰 손'은 공매도를 통해 개미투자자들을 마음껏 유린했고, 개미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공매도 제도는 증권사의 배만 불리는 나쁜 제도다. 정부는 공매도 제도 폐지를 포함해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같은 날 삼성증권 사태에 대해 “정부는 공매도 규제를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공룡 증권사의 실수로 개인 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현실을 하루빨리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이야 전문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 혼선을 빚을수도 있지만, 경제 관료들은 정확하게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아침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삼성증권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 당국 중심으로 분명하게 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무차입’이라는 어두를 붙였지만 ‘공매도’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우리나라에선 무차입 공매제도는 허용되지 않지만, 차입 공매제도는 가능하다.

삼성증권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다. 잘못 입력된 것을 직원들이 판 도덕적 해이의 문제다. 경제정책의 총수마저 공매도라는 제도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다.

 

공매도라는 말 대신에 영어 그대로 숏세일이라는 용어를 썼으면, 혼선은 없었을 것이다. 숏세일에 대한 금융시장의 비판은 늘상 있어 왔다. 특히 금융시장이 급락할 때 숏세일 세력이 시장을 혼란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헤지펀드들이 숏세일을 전문으로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숏세일은 시장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숏세일 세력은 일정 기간 후에 빌린 유가증권을 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매수로 입장을 전환한다. 숏세일과 숏커버링을 반복하면서 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선진화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숏세일에 대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금지나 거래제한을 한 적이 없다.

삼성증권 사건은 분명히 금융회사의 실수와 사고다.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용어의 착각으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제도에 화살을 돌려 손을 대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환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수술해야지, 이름이 비슷하다고 대장, 소장 구별하지 못한다면, 의사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수 있다. 공매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처방을 가져온다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10-30 19:27:42
없는 증권을 맘대로 찍어내 팔았는데 처벌이 없다니...

ju 2018-04-09 13:55:06
야이 미친x.. 지금 용어가 문제냐? 뭐? 선진기법? 우리나라처럼 외입자본 영향이 큰 증시에서 셀트리온 같은 곳이 얼마나 그 피해가 심한지 예를 보고 얘기해라. 이 썅..

Mr.H 2018-04-09 12:55:56
공매도가 선진금융기법이라고?
조금만 찾아봐도 공매도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뭔지 알겠다.
공매도가 니가 말하는 선진금융기법이고 좋은거라면 개인 투자자한테도 가능하게 만들어주던가.
진짜 이러니깐 기레기 소리를 듣는거야.

kim 2018-04-09 12:55:43
그러니까 기관만 할수 있는 공매도는 누구를 위한제도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