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리 가능'이라지만…대출 연체율 '급상승'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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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리 가능'이라지만…대출 연체율 '급상승' 심상찮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12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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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연체율 두 달 연속 가파른 오름세
인터넷·지방·제2금융권 연체율 '빨간불'
금감원 "관리 가능한 수준" 강조
워크아웃 신청인·금액 두 배 '껑충'
7월 이후 하반기 갈수록 연체율 증가 전망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 증가폭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은행의 연체율이 연일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이자 감당이 어려워진 대출자들이 많아지면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변동금리 적용 주기를 감안해 올해 7월부터 연체율이 더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체율이란 전체 대출잔액 중 한 달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잔액의 비중을 말한다. 

12일 <오피니언뉴스>가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 발표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로 1년 전보다 0.11%포인트 뛰었다. 지난 2월 말 연체율도 1년 전보다 0.11%포인트 오른 0.36%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연체율이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0.04%포인트, 지난 1월 말 0.08%포인트와 비교해도 연체율 증가폭은 가파르다. 

연체율 가파른 오름세…인터넷·지방은행·2금융권 '빨간불'

특히 은행들이 분기 말 연체율 관리를 강화했음에도 연체율 상승폭이 커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은행들은 지난 3월 한 달 간 2조4000억원의 연체채권을 상각·매각하는 등 정리했다. 2020년 6월 2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로 지난해 12월 1조9000억원, 지난해 9월 1조7000억원과 비교해도 훨씬 큰 규모의 연체채권 정리였다. 

은행권이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제2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올 1분기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율을 보면  ▲토스뱅크 1.32% ▲케이뱅크 0.82% ▲카카오뱅크 0.58% 등을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포인트, 0.34%포인트, 0.3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 0.12%포인트 오른 0.30%를 기록했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연체율 수치와 상승률에서 모두 두 배 이상 높은 모습이다. 

연체율 상승 속도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을 수록 빨랐다. 토스뱅크의 1분기 중저신용자(KCB 신용점수 기준 하위 50%) 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 잔액 대비 42.06%를 기록했고, 카카오뱅크는 25.7%, 케이뱅크는 23.9%로 높았다. 

문제는 인터넷은행 3사가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만큼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인터넷은행 3사가 제시한 올해 말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은 ▲토스뱅크 44%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등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더 확대되면 지금보다 연체율이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주요 지방은행의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부산·대구·전북은행의 올 1분기 중기 대출(소상공인 포함) 평균 연체율은 0.6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0.34%)에 비해 1.93배 상승했다. 특히 대구은행의 연체율은 0.79%로 전년(0.37%) 대비 2.14배 상승했다. 전북은행의 연체율도 0.43%에서 0.82%로 1.9배 올랐다. 부산은행 연체율 역시 0.21%에서 1.6배 높아진 0.34%다.

지방은행 중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건 부동산 시장 침체를 포함한 지역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 경영난이 악화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5대 지방은행(부산·대구·전북·경남·광주은행)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잔액은 올 1분기 말 38조8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부산은행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이 같은 기간 15.4% 증가한 12조4400억원, 건설업은 24.5% 늘어난 1조8800억원을 기록해 가장 눈에 띄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지방은행의 전체 대출 증가액 중 60%를 중소기업 대출에 할당해야 하는 규제도 부담이다.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 7월부터 시중은행(45%)과 지방은행에 차등 적용하던 중기 대출 비율을 50%로 맞추기로 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실제 1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1%로 2016년 이후 7년 만에 5%를 웃돌았다.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42%로 전년 말 대비 0.90%포인트 올랐다.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최근 5~6년간 1%대를 유지해왔으나 올해 들어 처음으로 2%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연체채권 규모도 수조원 수준에서 12조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카드사도 빨간불이다. 코로나19 이후 카드 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7개 카드사 현금서비스 평균 연체율은 3.81%로 지난 2021년 말보다 1.2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연체율은 1.39%에서 1.86%로 0.47%포인트 올랐다. 

금융권 안팎에서 7월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7월 연체율 본격 상승" 전망

금융당국은 올해 7월쯤부터 연체율이 본격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종 대출상품의 변동금리 적용 주기가 통상 6개월 또는 1년인 점을 감안한 분석이다. 지난해 7월 전후로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한 만큼 올해 하반기 거의 모든 차주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여기에 오는 9월 종료되는 상환유예 조치도 변수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금·이자 상환을 유예해주는 조치를 시행해 왔다. 이들의 상환유예는 9월 말 종료된다. 
 
금감원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연체율이 앞으로 더 오를 순 있지만 금융사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사들이 연체채권을 매각 혹은 상각하고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기자본 확충으로 손실흡수 능력도 충분히 쌓았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감원은 가계대출액이 늘어난 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인한 착시며 전체 가계대출은 감소세에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정책 모기지를 제외한 은행권 대출(집단·전세·신용)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모두 줄었다고 밝혔다. 또 향후 가계대출 증가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14%포인트 오른 0.31%였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0.20%에 그친 반면, 가계신용대출 등은 0.28%포인트 뛴 0.59%다. 기업대출 중에서는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0.37%로 0.20%포인트 올랐다. 유일하게 대기업 연체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0.09%로 떨어졌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일부 보증부 대출은 보증사의 대출 변제가 다소 지연되면서 연체로 잡혔다"면서 "또 저축은행 등이 캠코와 가격 협상을 위해, 부실채권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서 연체율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금융권의 연체가 확연하게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채무감면이나 상환기간 연장을 하는 개인채무조정(워크아웃) 신청 인원과 금액은 증가 추세다. 신용회복과 개인회생 등을 모두 포함한 워크아웃 신청 인원은 지난해 1분기 6만명이었지만 1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금액도 4222억원에서 828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대출금리는 오른 데다 전셋값과 교육비 상승 등 대출을 더 늘려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은행도 가계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입장이어서 향후 연체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아직 연체율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카드사나 제2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하반기로 갈 수록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어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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