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충전 전압 '12V→48V'로 바꾸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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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전기차 충전 전압 '12V→48V'로 바꾸려는 까닭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05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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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포드와 전기차 충전 표준 장악 나서
48V 충전 표준화 땐 현대차 등 부담 늘어
가격 인하·충전 생태계 선점…현대차 美 사업 악재로
테슬라가 전장 산업 생태계 장악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 시장 장악에 나선다. 테슬라는 앞으로 내놓을 전장장치의 전압을 현행 12V(볼트)에서 48V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이유는 전기차 전력 손실을 줄이고 차체 무게를 덜 수 있다고 말한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전압 전환에 성공하면 선두 테슬라를 따라잡는데 경쟁 업체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테슬라가 전용 소프트웨어와 자신들의 규격을 '표준화'해 전기차 시장 영향력을 장악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테슬라의 전환으로 48V로 시장이 표준화되면 현대차그룹 등 경쟁사들과 기존 부품업체들에게는 시장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5일 <오피니언뉴스>가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테슬라의 48V 아키텍처 도입의 의미' 보고서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테슬라가 12V인 현 자동차 시장 전장 부품 표준 전압을 48V로 상향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2V→48V로 충전 전압 높이는 까닭은

먼저 전력 손실 감소를 꼽았다. 전기차에서 조명·인포테인먼트·조향 등 전장은 3~7% 가량의 전력을 소모한다. 48V로 전장 전압을 높이면 "전력 손실이 줄고 공조 시스템이나 전력 변화 시스템의 효율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자동차연구원은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배선 단순화로 차량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류가 감소하면 전기차 내 최대 길이 4km, 무게 30~60kg에 이르는 전선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무게와 비용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전기차는 그동안 지적되던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거워 운동 성능과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또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연산 및 음향 시스템이나 48V 맞춤형 액세서리 탑재가 용이해진다는 점도 자동차연구원은 장점으로 꼽았다. 

문제는 48V 맞춤형 전장 부품들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신규 개발에 따라 개발비용 등으로 가격이 인상될 여지가 있다. 

자동차연구원은 "기성 자동차 부품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부족했던 테슬라가 이제 자체적인 부품 생태계를 구축해 설계의 주도권과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면서 "48V 전환의 실질적 이점은 경쟁 완성차 업체들에게 추격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 차량이 수퍼차저를 이용해 충전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테슬라-포드 연합…충전망 장악 나서

지난달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 슈퍼 차저가 미국에서 EV(전기차) 충전의 표준이 될 수 있다"면서 "포드의 전기차 부문 최대 경쟁자는 포드나 GM이 아닌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제휴로 포드는 내년 초부터 테슬라가 개발한 어댑터를 활용해 V3 슈퍼차저를 사용하게 된다. 또 2025녀부터 포드 전기차에 테슬라 자체 충전 표준을 장착해 어댑터 없이 충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테슬라는 전기차 표준 규격인 DC콤보(CCS 충전 단자)와 별도의 충전 규격(NACS)을 고수해 다른 브랜드 전기차가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으로 기조가 달라졌다. 2021년 발효된 인프라법은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 구축에 75억 달러(약 9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충전기 표준 규격을 채택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변화 속에 테슬라는 올해 초 내년까지 미국에 있는 테슬라 차량 전용 충전소 가운데 7500곳을 타사 차량을 포함한 모든 전기차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히는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 업체인 포드와 제휴를 통해 충전 표준 장악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팔리 CEO는 "GM 등 다른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테슬라의 EV 충전기와 결합 충전 시스템(CCS)을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美 전기차 사업 부담 커져

가격 인하 정책과 애플의 iOS와 같이 48V 충전 전압 변경으로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테슬라의 움직임 속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사업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테슬라는 지난 4월 올해 들어 세 번째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모델S와 모델X 차량의 미국 판매 가격을 각각 5000달러(약 650만원) 인하했다. 모델 S의 가격은 8만 4990달러(약 1억 1100만원), 모델X의 가격은 9만 4990달러(약 1억 2400만원)가 됐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도 각각 1000달러(약 130만원)와 2000달러(약 261만원) 인하했다. 미국 시장 1위 전기차 업체의 가격 인하에 점유율 2위 포드 등도 합세에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80 등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그룹의 8개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기 때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수혜 대상이 아니다. 보조금을 못 받는 상황에서 경쟁 업체의 가격 인하 정책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로 예정된 미국 생산 일정을 내년 하반기로 당길 계획이다. 또 IRA 보조금 혜택을 원칙적으로 받지 못하는 부부 합산 소득 30만 달러(약 3억92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1~2년은 쉽지 않은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생태계 장악을 목표로 충전 전압 48V 상향에 나서는 테슬라의 움직임은 현대차그룹의 발등에 불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내후년까지 경기도 화성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하고 기존 생산라인도 전기차 위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입해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전기차의 원천적 성능 향상을 위해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2025년 도입하는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비롯해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아래 차급별 다양한 전용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개발한다. 여기에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를 적용한 플랫폼은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제품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완성차 기업은 여러 부품 기업과 장기 협력으로 생긴 조직적 관성으로 48V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실질적인 전환에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48V로 전환하려면 부품 공급선과 개발·구매 조직 등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테슬라의 변화를 무조건적으로 추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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