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해외시장서 잘나가는 韓 '디지털 헬스케어', 안방에서 죽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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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해외시장서 잘나가는 韓 '디지털 헬스케어', 안방에서 죽쑤는 까닭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1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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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워치 '심장 리듬 알림' 美 FDA 승인
LG전자·애플 등 신기술 탑재 제품 선봬
1조8000억원 시장...전년 比 34.6% 성장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법망 미비
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워치의 부정맥 알림 기능이 FDA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 가전 업계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웨어러블(착용형) 제품에 건강관리 기능을 더하거나 새로운 카테고리의 전자의료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통상 ICT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치료하고 건강의 유지·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활동과 수단을 의미한다.

'팔목 주치의' 부정맥부터 감정 추적까지

미국의 갤럭시워치 사용자들은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의료 조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워치의 불규칙 심장 리듬(부정맥) 알림(IHRN) 기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갤럭시워치 뒷면의 '바이오 액티브 센서'가 팔목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감지하면 액정에 '심방세동 가능성이 있다'는 알림 메시지가 이용자에게 전달된다. FDA 승인을 마쳤으며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워치6에 탑재된다. 갤럭시워치4·시리즈의 경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갤럭시워치5에는 수면과 생리 관리 기능도 추가됐다. 적외선 기반 비접촉식 온도 측정 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잠 자는 동안 체온을 재 배란일이나 가임기 등 생리주기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려준다. 또 전날 수면시간과 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수면 인사이트' 기능도 탑재된다. 

헬스케어 로봇이나 의료기기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내 출시를 예고한 'EX1'은 고관절이나 무릎·발목 등에 착용해 이용자의 보행을 돕는 보행보조 로봇이다. 지난 3월 특허청에 헬스케어 로봇 제품군 관련 '봇핏'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LG전자도 몸 곳곳의 만성통증을 줄여주는 의료기기 '메디페인'을 선보였다. 최근 미국 케어 전문기업 바야다와 손잡고 제품 판매를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는 수면 케어 솔루션 '브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용 무선 이어셋으로 뇌파를 측정해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양질의 수면을 돕는다. 에어컨 브랜드로 유명한 위니아도 척추 건강 의료기기인 '위니아me 닥터마사지'를 출시했다. 

애플은 감정을 관리하는 인공지능(AI)기반의 건강·코칭 서비스와 감정 추적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사용자에게 운동 동기를 부여하고 식습관이나 수면 패턴 개선을 권유하는 등 건강 코칭 서비스 '쿼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쿼츠'는 애플워치의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기능은 아이폰의 건강(Health) 앱에 추가된다.

또 이용자의 감정을 추적하고, 시력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들도 현재 연구·개발 중이다. '감정 추적' 기능의 경우 이용자가 자신의 기분을 기록하며 시간별 감정 변화를 비교 분석한다. 애플은 건강 앱을 아이패드 버전으로도 출시한다. 새로운 기능이 탑재된 아이패드 버전은 오는 6월 열리는 애플의 연례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운 앱은 올해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패드OS 17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도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디지털 치료 전문 스타트업 헤링스와 연속혈당측정기(CGM) 및 각종 스마트기기 데이터를 활용해 위암, 위궤양 등 문제로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자주 겪는 저혈당 쇼크 등 후유증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위절제술 후 증후군은 위절제술 이후 섭취한 음식이 정상적인 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급격히 소장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식후 저혈당, 어지러움, 빈맥, 구토, 발한 등이며 특히 식후 저혈당 증상이 심해질 경우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고도비만 치료를 위한 위절제술이 효과적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고도 비만 환자 대상의 위절제술 후 증후군 프로젝트 진행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서 먼저 임상 기초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병원,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 등과 활발한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을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동맹과 함께 국민보건증진에 기여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며 K-헬스케어의 글로벌 확장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역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태국 디지털경제진흥원(DEPA) 및 태국 현지 병원 '라마9 병원'과 협약을 체결해 스마트 헬스케어 부문에서 협업하고 있다. 또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일상 돌봄 모니터링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도 서비스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가 플랫폼을 활용한 케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헬스케어 시장규모 1조 8000억원...전년 比 34.6% 성장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매출, 인력 및 고용, 투자, 수출·입 등을 포함한 '2021년 국내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실태조사'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8.9%(의약품 64.4%, 의료기기 20.2%) 규모로 질병의 사후적 진단·치료에서 선제적 예방·관리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최근 6년간(2014~2020) 연평균 39% 성장했고 향후 6년간(2020~2027) 연평균 18.8%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2021년 기준 1조8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4.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기기 매출이 9731억원(53.4%)으로 가장 높았고 건강관리 기기 2546억원,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22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종사자 수는 1만3033명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고 종사자 30인 미만 중소기업이 대부분(72%)을 차지했다. 매출 10억원당 종사자 수는 7.15명으로 지난해 8.7명보다 다소 줄었으나 이는 빠른 매출 성장세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전체 산업평균(5.73명)보다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기업 투자액은 모두 4951억원으로 전년 2967억원 대비 약 66.8% 증가했다. 시설투자비 및 교육훈련비가 전년비 281% 증가한 1448억원으로 나타났고 연구개발비(R&D) 또한 전년비 35.4% 증가한 3502억원으로 조사됐다.

국내·외 총 투자유치액은 1조6931억원이었고 의료용기기 투자유치액이 6210억원으로 전체의 36.7% 규모로 파악됐다. 의료인·환자간 매칭 플랫폼(21.7%), 의료용 소프트웨어(19.3%)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액은 7992억원으로 전년 7582억원 대비 5.4% 증가했으며, 수입액은 721억원으로 전년 587억원 보다 22.7% 늘었다. 의료용 기기가 수출, 수입 모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수출에서는 의료용 소프트웨어(전년비 69.1%), 수입에서는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전년비 142.3%)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LG전자의 만성통증 완화 의료기기 'LG메디페인' 시연 모습. 사진제공=LG전자

해외선 '쑥쑥' 성장하는데…규제 발목 잡힌 한국

코로나19 이후 의료시스템 붕괴를 경험했던 해외 주요국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목하고 있다. 북미는 2029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33.7%를 기록하며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의료비 절감을 위한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는 추세다. 이미 집, 차량,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수집한 건강, 신체 관련 데이터를 건강 상태의 예측, 관리,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관련 법 개정 및 법률 제정이 늦어지면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등 3개 위원회별로 디지털헬스케어법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현재 개인의료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안전장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경우 불법전송 및 유출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신의료기술 도입 관련 새로운 형태의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대상 포함 여부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곽환희 법무법인 오른하늘 변호사는 지난 3월 '2023 디지털헬스케어 심포지엄'에서 보건의료 부문 마이데이터 활성화와 관련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으로 보건의료 마이데이터를 환자와 의료기관 간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의료법과 관계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보보안체계를 보다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한 서울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로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다"며 "스마트폰은 24시간 환자 곁에서 있으면서 건강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 디지털분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본인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병원과 환자 간 데이터가 원활하게 교류되려면 병원마다 다른 의료 마이데이터 사이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암호화 및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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