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해제 검토'에 불붙은 논란...시장 선진화냐 교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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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해제 검토'에 불붙은 논란...시장 선진화냐 교란이냐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3.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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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연내 공매도 금지 해제 검토 중"
2020년 3월 전면 금지 후 2021년 5월부터 일부 해제
전면 재개 시 주가 하락·개인투자자 소외 우려도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처벌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공매도 전면 재개가 금융투자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몇 달 내 해소된다면 되도록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국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조치들을 분명히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난 17일 같은 매체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 반대론자들에게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설명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 금지를 해제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도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시장에서 다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이다. 매수 후 매도하는 일반적인 투자와는 반대로 공매도는 매도가 매수 전에 먼저 이뤄진다. 따라서 공매도 투자자는 매수 시 가격이 매도 시에 비해 낮을 경우에는 이익을 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공매도는 모든 선진 자본시장에서 허용되는 제도이나, 매도주문을 내기 전에 미리 주식을 차입하지 않은 무차입공매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MSCI는 1992년 한국을 신흥국지수에 처음 포함시켰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선진국지수 승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2020년 말 기준 세계 13위이며, 거래대금은 2019년 기준 세계 4위다. 선진시장에 속하는 싱가포르·벨기에·오스트리아 등보다 규모가 큰데도 신흥국지수에 속해 있는 것이다. 

통상 글로벌 시장 투자자들은 신흥국 증시를 '고위험·고수익' 시장으로 본다. 이 때문에 신흥국 증시에서는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거나 유출돼 변동성이 잦은 경우가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고 금융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선진국지수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돼 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공매도에 당한 개미, '전면 폐지' 요구도

다만 개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전면 폐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공매도 비중 중 외국인과 기관의 비율이 높아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례로 지난 1월 중순 7만원대였던 카카오페이의 경우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지난 27일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된 바 있다. 공매도 거래가 제한되면서 지난 28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3% 상승했지만, 해제 다음날 공매도가 다시 몰리면서 주가는 2.36% 떨어졌다. 

이날 기준 카카오페이 공매도 거래대금은 57억1700만원으로 전체 거래대금(224억1000만원)의 25.51%에 해당한다.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중에서도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카카오페이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1264% 증가했다. 지난해 3월 29일 9억9769만원에서 이달 27일 136억1519만원으로 늘면서, 같은 기간 공매도 거래량이 약 3390% 폭등했다. 주가 역시 지난해 3월 28일 14만원에서 이날 5만4300원으로 반토막났다. 

공매도 거래 상위 5위인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날 기준 공매도 거래대금이 144억원으로 거래대금(481억원)의 29.89%를 차지한다. 아모레퍼시픽은 1년 전인 지난해 30일 주가가 16만원이었다가 이날 13만5800원으로 주가가 1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 주가도 9만5700원에서 8만1900원으로 16.8% 하락했다. 롯데쇼핑은 공매도 거래대금이 15억6900만원으로 거래대금(39억9300만원) 대비 비중이 39.30%에 이른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공매도 전면 재개 이전에 국민들의 피해를 우선적으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단발성으로가 아니라 근 10년 전부터 공매도 피해에 대해 국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민원을 제기하는데도 정부는 바뀌지가 않는다"며 "정부가 공매도 개혁을 위한 근본 대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돈을 버는 경우보다 잃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개인투자자가 아는 것 없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애초에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니 극히 일부만 수익을 내고 대다수는 손실을 낸다"고 말했다.

순기능 인정하되 부작용 줄일 방안 제시해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 중 실제로 어느 것의 효과가 더 큰 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면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증권사도 이로 인한 수수료 수익을 추가적으로 거둘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져 증시가 상승 활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KIF)은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 ▲가격발견 기능 강화 ▲투자자의 위험관리 편의성 제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면 매도측 물량 중 일부를 차지하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식가격이 적정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형성돼 있는 경우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데 공매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특정 주식포지션이 한 방향으로 쏠릴 경우 이에 대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공매도를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공매도의 역기능으로는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증권 결제불이행 위험 증가 ▲개인투자자 소외 가능성 등이 언급된다. 

일각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어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결제 전에 차입을 통해 주식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제가 이행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이론적이나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가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로나19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국가의 공매도 금지기간과 재개 이후 주가상승률과, 같은 기간 금지하지 않은 국가의 주가상승률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29일까지 3개월간 투자자별 공매도 현황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6조8835억원, 기관은 7조1793억원, 개인은 424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거래소

공매도를 수행하는 투자자가 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이기에 개인투자자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19년 기준으로 공매도 거래 비중은 외국인투자자가 3분의 2를, 기관투자자가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의 참여비율은 1% 미만으로 집계됐다.

송민규 KIF 선임연구원은 "공매도를 폐지하기보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인정하되 역기능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 방향이 타당하다"며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불공정거래와의 연관성에서 기인하는 만큼,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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