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카카오 vs 이수만·하이브…'얼라인'이 만든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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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카카오 vs 이수만·하이브…'얼라인'이 만든 균열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2.1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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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SM 인수…"비전 달성 함께하기로"
SM·카카오 vs 이수만·하이브 대결 구도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수만이 벼랑 끝에서 하이브와 손잡으며 구사일생했다. 

하이브는 10일 이수만이 보유한 지분 중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이브는 "K팝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라고 지분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브는 다음 달 1일까지 이수만에게서 사들인 금액과 같은 12만원에 최대 25%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SM 지분 40%를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이다. 

SM은 반발하고 있다. 이성수·탁영준 SM 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반대한다"며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의 의사 결정에 따른 것으로 최대주주(이수만)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주주 및 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하이브는 이수만이 보유한 주식(439만여주, 18.46%) 중 352만여주를 인수해 지분율은 14.8%로 최대 주주가 된다. 2대 주주는 지난 8일 2171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지분 9.05%를 확보한 카카오다. 이수만은 앞서 카카오 대상 유상증자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수만이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한다. 사진=연합뉴스

SM·카카오 vs 하이브·이수만

이수만과 현 SM 경영진 사이 갈등과 분쟁은 소액주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만든 균열에서 시작됐다. 얼라인은 이수만이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매년 200억원 이상의 프로듀싱 비용을 SM에서 받아간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SM은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지난해 끝냈지만 계약 종료 후에도 기존 발매한 음반 음원 수익의 6%를 2092년까지 이수만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SM은 지난 3일 이른바 '이수만 없는 SM'을 위한 구상을 내놨다. 이수만 독점 프로듀싱 체계가 아닌 멀티 프로듀싱 체계 구축이 그 골자다. 이어 지난 7일 SM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를 제2대 주주로 받아들이며 이수만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향성을 보였다. 이수만은 반발했고, 양측의 갈등은 심화됐다. 결국 이수만은 최대 경쟁사인 하이브와 손을 잡는 배수의 진을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면서 "경쟁 관계인 하이브에 회사를 넘기는 것에 거부감이 컸다"고 전했다. 

하이브 인수 반대했던 이수만의 변신, 왜

이수만은 2021년부터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다. 2021년 2월 국세청으로부터 202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부과받은 게 컸다. 국세청은 당시 이수만이 라이크기획을 통해 고액의 자문료를 챙겨 온 구조를 문제 삼았다. 이후 이수만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하이브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수만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이수만은 하이브를 선택했다. 하이브가 인수하는 이수만 지분 가격은 주당 12만원이다. 하지만 실제 인수가격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조건에 남은 주식을 하이브에 매각하는 풋옵션과 이수만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M 계열사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이하 드림메이커) 지분이 포함돼 있다. SM브랜드마케팅의 이수만 지분율은 41.73%, 드림메이커는 약 40%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얼라인이 만든 균열

지난 7일 이수만은 카카오의 지분확보를 '경영권 분쟁'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다음 날인 지난 8일 얼라인의 이창환 대표는 카카오 지지선언을 하며 이수만과 대척점에 섰다. 

SM의 경영권 분쟁은 이 대표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SM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지나치게 낮은 배당과 이수만 당시 회장의 개인회사를 통한 연간 수백억원의 용역계약 등을 문제 삼으며 주주환원 요구를 시작했다. 

도마 위에 오른 이수만의 개인회사는 2010년 이수만이 개인 제작자가 되겠다며 차린 라이크기획이다. 문제는 계약금 산정 방식이다. 라이크기획은 무려 매출에서 6%를 SM에서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렇게 받아간 수수료가 1600억원대다.  얼라인은 지난 2년간 다른 주주들을 만나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고 싸움이 시작됐다. SM은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이 시점에서 카카오가 개입했다. 

그리고 최근 새 경영진이 얼라인의 요구를 수용해 미래전략인 'SM 3.0'을 발표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선언했다. SM 3.0의 주요 내용은 이 대표의 기타비상무이사 추천, 이수만 퇴진, 주주 커뮤니케이션 강화 및 당기순이익의 최소 20% 주주 환원이다. 

얼라인은 또한 이수만과 일가족 3인의 지분율 높은 관계사의 지배구조도 문제 삼고 있다. 이수만과 일가족 3인은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얼라인은 이수만 일가족 3인이 액면가로 공연기획사 드림메이커 신주를 인수해 대규모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또 아티스트들의 굿즈(상품)를 제작, 판매하는 SM브랜드마케팅도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SM에 중요한 회사지만 이수만 측 지분이 더 높은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결국 얼라인은 SM이 가져가야 할 이익이 이수만에게 넘어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런 의혹 속에 두 회사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 이를 통해 이수만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누구

1986년 생인 이창환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를 거쳐 2012년 KKR 서울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27세 젊은 나이었지만 오비맥주 매각, 티몬 투자, LS그룹의 동박·박막 사업부 인수 및 매각 등 KKR의 거의 모든 국내 기업 투자와 회수에 참여했다. 

순수 국내파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손꼽히는 키맨이었던 그는 2021년 얼라인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얼라인파트너스라는 이름에는 주주를 포함한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조화롭게 일치(aligned)되는 성장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기관자금을 모아 운용자산(AUM)을 연내 1조원 규모까지 확대하고 제2의 SM 등을 발굴할 예정이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달 은행지주사들의 주가가 과돠하게 저평가되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자본 배치를 조정하고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대상 금융지주사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7곳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우리금융 지분 1%와 JB금융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 DGB금융은 주주들로부터 지분 1%의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상법상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상장사의 주주는 지분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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