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대재해법이후 현장 안전 더 위험해졌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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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대재해법이후 현장 안전 더 위험해졌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3.01.30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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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지출'은 산재예방에 전혀 도움 안돼
중대재해법 시행 후 '안전'을 CSO에 전부 맡기는 부작용 발생
중대재해법 개선 TF에 '안전보건' 전문가 한명도 없어
정진우 교수가 인터뷰 하는 모습. 사진=유태영 기자
정진우 교수가 인터뷰 하는 모습. 사진=유태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헛발질했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법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시행 1년을 맞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근로자가 1명이상 사망할 경우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 또는 사업주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하면 예방보다는 처벌에, 현장 책임자 보다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법이다.

강력한 처벌을 내세운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도 대한민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근로 현장에서 다쳤고 목숨을 잃었다. 

법 우선 적용 대상인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는 시행 전보다 사망자가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첫 해인 지난해 사망사고 건수는 611건, 사망자는 총 644명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248명)보다 8명 증가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인 정 교수는 "법 시행 후에 오히려 현장 안전이 더 위험해졌다"고 평가했다.

26일 서울과기대 다산관에 있는 정 교수의 연구실에서 약 1시간동안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을 되돌아보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진우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묻지마 지출'은 산재예방에 전혀 도움 안돼

-중대재해법 1년을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헛발질했고 가성비가 없다고 평가하고 싶다. 행정인력과 예산이 엄청나게 늘었다. 산재예방에 지출되는 예산이 산재보상보험 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서 14%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산재보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게 된 것이다. 산재보험료가 올라갈 수도 있다. 선진국에 비해서 꽤 높다. 이런식으로 운영하면 전기요금과 가스비처럼 산재보험료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업주의 산재보험료 부담이 커지게 되면 고용과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산재예방에 지출되는 예산이 지나치게 높고, 효과도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어디에 많이 낭비됐나.

▲'묻지마 지출'을 한 것이 제일 큰 문제다. 효율성, 효과성 따지지 않고 했다. 줄줄 새는 돈이 많다. 기업들이 엄청 돈을 들였는데 산재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로펌과 컨설팅 기관에 흘러들어갔다. 로펌과 컨설팅기관의 진단은 중대재해 감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곳에 돈이 낭비됐다. 지출이 엉뚱한데 쓰였다. 그돈이 만약에 노동자 보호에 사용됐더라면 요긴하게 쓰여질 돈인데도 말이다. 로펌과 컨설팅 기관 배불리는데 쓰였다.

-중대재해법 시행후에 안전보호 장비를 구입하거나 인력을 배치한건 긍정적인 부분 아닌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설비 투자를 더 한 건 사실이다. 문제는 안전원리에 맞는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맥락없이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까 기업들의 안전관리 체계를 오히려 흐트려 놓았다. 

그러다보니 안전대책에 대한 냉소적 반응과 피로감이 지난 1년간 점점 커지고 있다. 반짝 효과만 나타나고 지속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는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발등에 떨어진 불 끄려다 보니까 현실에 맞지 않는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치닫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안전'을 CSO에 전부 맡기는 부작용 발생

정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유태영 기자
정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유태영 기자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 CSO(최고안전책임자) 위주 조직개편이 활발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CSO를 두는 바람에 CEO(최고경영책임자)는 안전에서 다 뒷전으로 빠졌다. 중대재해법 시행후로 투자는 많이 이뤄지는데 CEO를 처벌한다고 하니까 CEO들이 안전에 대해선 뒤로 물러나버렸다. CEO가 최고 정점에서 안전을 포함한 전체 경영상황을 총괄관리해야 하는데 '안전'만 CSO에 넘겨준 것이다. 이게 가장 큰 부작용이다.

안전보건이 법 시행전에 형편없었던 곳은 순기능이 있겠지만 어느정도 이뤄졌던 곳은 역량의 후퇴로 이어진다. 안전보건이 아닌 다른 부서들은 예전보다도 안전보건에 대한 실질적 관심과 의지가 약화되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서는 모든 부서가 안전에 대해 신경써야 했는데 이젠 안전보건 부서외에는 CEO로부터 압박도 없으니까 안전보건을 덜 신경쓰게 된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없었으면 더 사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에선 늘었고 미적용 사업장에선 사망자 줄었다. 그것만 보더라도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를 감소시키기는 커녕 증가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미적용 업종이 사망자수가 줄어든 것은 제조업은 가동률이 줄었고, 건설업은 착공면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외부요인때문에 줄어든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아닌 이상 대부분 선진국의 사망재해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왜냐면 서비스 산업화가 되고 있고 기술발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센서 개발, IT기술 발전, 자동화 등등으로 인해서 위험작업들이 줄어들거나 위험을 방지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탈근로자화'가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 근로자 신분이었던 사람들이 비근로자화 자영업자화 되고 있다. 중장비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중장비 운전자들이 건설업체 소속의 근로자 신분이었는데 특수형태의 근로자신분으로 전환돼서 사망재해 통계에 잘 안 잡히는 것이다. 정책변화가 없어도 사망재해 통계상 줄어들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지입차, 보험설계사, 중장비 건설기계 운전자, 택배종사자, 배달종사자가 특수형태 종사자들인데, 사망재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엄벌만으로 산재예방이 된다면 북한이 산재예방 선진국이어야

-중대재해법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예방시스템을 정비하지 않고도 재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다. 안전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안전을 모르다 보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과 행정부 입장에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고 의지를 있는 것으로 보여주기에 엄벌주의만큼 효과적인게 없다. 입법 포퓰리즘이다. 엄벌로만 따지면 아랍권 나라나 중국, 북한이 산재예방 선진국이 됐어야한다. 

산재예방 시스템이 갖춰져 있냐가 중요한데, 그것은 어렵고 힘들고 전문성도 필요하다. 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산재예방 행정시스템의 개선을 회피하고 지연시키는 알리바이로 이용한 셈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은 산재예방 시스템은 바꾸지 않고 처벌 수준을 올리는 것이 가장 손쉽다고 생각하고 이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다.

-1년뒤엔 50인 미만, 50억 미만 사업장도 적용된다.

▲지금 기소된건 11건모두 중소기업이다. 처벌이 그쪽으로 몰릴 것이다. 50인이상 사업장에서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만 기소가 되고 있는데, 50인미만으로 적용되면 50인 미만에서 사망사고 발생율이 높으니까, 비중이 80%정도 되니까 거기에 처벌이 집중될 것이고 거기에 수사·처벌하는데 행정인력이 집중되면서 예방지도·홍보 역량은 더 줄어들 것이다. 중대재해 예방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번에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망재해가 늘어난 건 산재예방 행정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방증이다. 근로감독관 인원이 고용부 산재예방 행정인력이 2.3배 늘어났고, 산업안전공단이 지난 5년간 700명 늘었는데도 그런 상황에서 사망재해가 대폭 줄어들어야 마땅하지 않나? 그런데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건 산재예방 시스템이 고장났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중대재해법 개선 TF에 '안전보건' 전문가 한명도 없어

정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유태영 기자
정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유태영 기자

-중대재해법 시행후에 정권이 바뀌었는데, 이전 정부와 차이점은?

▲윤석열 정부에서 중대재해법개선 TF팀을 구성한 것을 보면 문제점을 인식한 것 같다. 그런데 디테일이 떨어지다 보니까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TF 구성원 면면을 보면 법률전문가만 들어가 있고 안전보건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산업공학과 교수가 딱 한 명있는데, 안전보건엔 전문가가 아니다. 안전보건 전문가는 단 한명도 들어가 있지 않다. 대부분 법률 전문가로만 구성됐다는 것은 처벌 수준만 바꾸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굉장히 이상한 방향으로 개정되는, 안전원리에 맞지 않게 '개악'이 돼버릴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가 고용부에 중대재해법 개정에 대해 주문하는데 실력과 디테일이 떨어지다보니까 자칫하면 고용부 공무원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왜 안전보건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는지.

▲원래 노동계와 경영계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위원들을 위촉하기로 했는데 고용부가 일방적으로 선임했다. 그러다보니 안전보건 전문가는 한 명도 안들어갔다. 이게 기본적으로 형법이 아니고 안전보건에 관한 법인데, 내용 전문가는 빠지고 법 기술자들로만 TF를 구성했다. 중대재해법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마치 노동법을 개정하는데 노동을 전혀 모르는 형법 전문가들로만 구성해서 노동법을 개정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안전보건 관계법인데 안전보건을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만 구성된 것은 엉뚱한 방향으로 개정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도 공무원한테 휘둘렸는데, 자칫하면 윤석열 정부도 진정성과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그쳐버릴 가능성이 있다.

-중대재해법의 '위헌' 논란에 대한 의견은.

▲중대재해법 위반 '기소 1호' 사건이었던 두성산업이 창원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만약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중대재해법 관련 모든 재판이 사실상 정지될 것이다. 만약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위헌결정이 내려지면 사회에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중대재해법 입법과 관련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진우 교수는 행정고시 합격후 고용노동부에서 19년 6개월간 근무했다.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법학석사학위 취득 후 고려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에서 안전관계법, 안전관리 등 안전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기재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심사단 민간위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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