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코로나 방역 해제 후 첫 명절... 민심 달래기 총력
상태바
[차이나 리포트] 中, 코로나 방역 해제 후 첫 명절... 민심 달래기 총력
  • 베이징=박신희 통신원
  • 승인 2023.01.24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정부, 코로나19 관련 부정적 이슈 최소화 노력
폭죽 및 불꽃놀이 느슨한 규제, 민심은 달래고 경기는 진작시키고
중국 경제 긍정적 신호 선전, 청년 취업 불만 잠재우기에 활용
박신희 통신원
박신희 통신원

[베이징=박신희 통신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节, 설)에 약 20억 명의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춘제 기간 밥상머리 여론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는 섣달 그믐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다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기고 고향을 떠나 일하던 노동자들이 춘절 기간에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풍속이 있다.

올해는 지난 3년간 계속된 강력한 '제로 코로나'가 폐기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후 맞는 첫 명절인 만큼 오랫동안 고향에 가지 못한 중국인들이 휴가 등을 활용해 일찌감치 가족이 살고 있는 고향을 찾았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그동안의 정치 승계 룰을 깨고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데 이어 코로나19 강력 방역과 갑작스러운 방역 해제를 감행하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불편을 겪거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곳곳에서는 이와 관련한 시위가 일어나면서 민심이 중국 정부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에 고향을 찾는 중국인들의 마음 달래기에 잔뜩 신경 쓰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40일을 춘절 특별 운송, '춘윈'(春运) 기간으로 정하고 기차 증편 등 특별수송을 시작했다.

또한 환경 보호를 이유로 엄격하게 규제하던 폭죽 놀이를 일부 인정하는 한편, 춘제 기간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지역 정부에 중증환자 치료 센터 등을 신속히 구축하도록 지시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节)에 약 20억 명의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춘제 기간 밥상머리 여론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节)에 약 20억 명의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춘제 기간 밥상머리 여론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中 정부, 코로나19 관련 부정적 이슈 최소화 노력

춘제 연휴 중국인들의 밥상머리 최대 화두는 역시 코로나19 방역 해제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이 고향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게 된 만큼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슈는 가족 모임에서도 가장 큰 이야기 거리다.

그러나 코로나19 해제가 마냥 즐거운 이야기 거리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급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에 따라 중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이번 춘제에는 가족과 친척들 중에 아프거나 사망한 사람들이 있는 가정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쭌여우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감염병학 수석 전문가는 2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인구의 약 80%가 이미 감염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8일부터 1월19일까지 중국 본토 전역의 병원 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7만 2천여 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나왔을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 방역 해제는 여행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켰다. 지난 몇 년간 국내외 여행에 목말랐던 중국인들은 그동안 못간 여행지에 대한 얘기들을 밥상머리 이슈로 올렸는데, 올해에는 한국의 중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제한 이슈도 밥상머리에 올려졌다.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유행을 고려하여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중국발 입국자를 통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 언론은 한국이 중국인을 차별하여 노란 딱지까지 목에 걸게 했으며 격리시설도 형편없다고 보도하며 한국에 대해 집중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중국내 여론을 달래기 위해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이용해 한국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당국이 민심 달래기 목적으로 폭죽 규제를 일부 완화하거나 규정을 위반해도 이를 모른 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 당국이 민심 달래기 목적으로 폭죽 규제를 일부 완화하거나 규정을 위반해도 이를 모른 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야외 불꽃놀이도 허용... 민심은 달래기 총력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춘제 보름 전부터 시작해 정월 대보름까지 폭죽과 불꽃놀이를 즐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폭죽 놀이는 중국인들이 춘제 분위기를 띄우는 풍경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빈번한 화재 발생과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규제되기 시작했으며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가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올해 춘제에 폭죽 허용을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치고 불꽃놀이를 제재하는 폭죽 놀이를 막는 공안 차량을 부수는 등 시위가 격화되는 모양새를 보이자 깜짝 놀란 중국 당국이 규제를 일부 완화하거나 규정을 위반해도 이를 모른 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폭죽 및 불꽃놀이 전면 규제에 대한 불만이 억눌려 온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되는 만큼 중국 정부가 한편으로 민심을 달래고 다른 한편으로 경기를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폭죽 및 불꽃놀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의 폭죽 및 불꽃 놀이 묵인에 따라 코로나19 발생 이후에 주문이 끊겨 줄도산 위기에 몰렸던 폭죽 생산 업체들이 올해 춘제에는 납기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경제 긍정적 신호 선전, 청년 취업 불만 잠재우기에 활용 

코로나19로 경제성장률에 급제동이 걸린 중국은 지난 2022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중국 경제 침체는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더불어 높은 실업률 문제를 야기시켰다.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에도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향유 때문에 중국 정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중국인들도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중국 정부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작년 12월 도시 실업률은 5.5%이고 청년 실업률은 약 20%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청년들의 직업 기회가 점차 사라지면서 중국 경제에 실망하는 청년들의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과정에서 청년들의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1월 7, 8일에 진행된 2023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에는 약 259만 명이 응시해 70 대 1이라는 역대 최고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춘제가 끝나고 3월에는 중국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양회가 열린다. 춘제의 민심이 양회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춘제 기간의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춘제 기간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SNS에 사업, 취업, 결혼 문제들에 대한 중국 정부 정책 비판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언론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와 정책들을 끊임없이 선전하며 민심 동요를 막고 있다.

최근 중국 SNS에는 골드만삭스가 코로나 방역 해제, 국경 개방, 부동산 경기부양, 인터넷 규제완화 등으로 중국 증시가 올해 15%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내용과 스탠다드차타드, 모건스탠리 등이 2023년 중국 경제가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등의 중국 경제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뉴스기사와 영상들이 넘쳐난다.

중국 정부는 매년 춘제 기간을 전후로 언론을 통한 통제와 선전을 대폭 강화해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사망자자 급증한 올해는 민심 달래기에 더욱 힘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기대감이 커진 만큼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불만도 확산되고 있고 춘제 기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춘제 기간 민심의 향배는 더욱 가늠하기 어려운 모양세로 흘러가고 있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