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 볼모로 '정부-화물연대' 강대강 대치...'업무개시명령' 법리 싸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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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 볼모로 '정부-화물연대' 강대강 대치...'업무개시명령' 법리 싸움 돌입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28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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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품목 확대 요구
정부, 위기경보단계 최상위 '심각' 격상
이상민 행안부 장관 "매일 3000억 손실, 문제 심각"
29일 국무회의 거쳐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도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28일 닷새째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닷새째를 맞았다. 정부는 물류 피해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육상 화물운송 분야에서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물연대 파업하는 까닭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최저임금 역할을 한다.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 운행이 일상화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공표하는 운임이다. 

문제는 2018년 국회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을 개정하며 도입한 안전운임제가 올해 12월31일을 기점으로 자동 소멸(일몰)된다는 점이다. 화물연대는 자동 소멸되는 안전운임제 연장 및 제도적 정착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 시멘트 두 가지 품목과 차종에만 적용되는데 이를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지속'과 함께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은 지난 22일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한해서만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안전운임제 폐지나 품목확대는 논의되지 않았다. 

여기에 화물연대는 '대기업 화주'의 책임을 삭제하는 방안을 여당이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실제 국민의힘은 '화주의 책임'을 삭제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을 발의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책임 단위인 대기업 화주의 책임이 삭제되면 안전운임제 제도 자체가 무력화된다고 우려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라면 화물노동자는 죽을 때까지 노예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본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28일 화물연대 파업의 위기경보단계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격상했고 업무개시명령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파업 위기경보 '심각' 격상한 정부

정부의 위기경보체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성된다. 정부는 28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를 종전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앞서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예고한 직후인 지난 15일 위기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으며 파업이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23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이번 위기경보단계 상향은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점, 항만 등 주요 물류 시설의 운송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점, 수출입 화물 처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국가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중대본부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8일 브리핑에서 "집단운송 거부사태가 발생해 국가물류체계와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지난 6월 집단운송 거부사태 등 과거 사례를 볼 때 하루 3000억원의 손실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전국 항만 컨테이너 장치율은 현재 62.4% 수준이며 운송거부 4일간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28.1% 수준에 그쳤다. 

이 장관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관련해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분야는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일몰제를 3년 연장하기로 하는 등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화물연대 측에 있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화물연대 소속 극소소 강경 화물운송종사자의 집단적 운송거부행위로 국가물류체계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지속적인 집단 운송거부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차주에 대한 위협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대화에 나선다. 하지만 국토부는 전날 "협상이 아닌 대화"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 첫 협상 결렬 가능성이 점쳐진다. 화물연대와 첫 협상이 결렬되면 정부는 오는 29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1차 불응 때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2차 불응 때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돼 화물차 운행을 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책임한 운송 거부가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업무개시명령 '위헌 논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강대강 노선으로 안전운임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둘러싼 위헌 논란도 부각되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14조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업무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해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유려가 있을 때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내릴 수 있다. 또 개시 명령을 내리는 구체적 이유와 대책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업무개시 명령을 받은 화물기사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화물운송사업자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이 멈추면서 2004년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사례는 없다.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경우 자칫 '위헌'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있어서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국가 위기'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엇갈린다. 또한 '개인사업자' 신분인 화물차주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더 나아가 헌법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직업선택의 자유에는 특정한 일을 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105호(강제노동 폐지)에 위반된다"며 "강제노동을 명령하는 자체가 대한민국이 민주국가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범정부적으로 강력히 불법 운송거부에 대해 대응하고, 만약에 심각하게 이어진다면 운송개시명령까지도 발동하겠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SNS를 통해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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