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윳값 인상에 긴장감 고조…'밀크플레이션' 현실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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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윳값 인상에 긴장감 고조…'밀크플레이션' 현실화 될까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1.0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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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윳값 협상 완료…리터당 음용유 996원·가공유 800원
내년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연내 유제품 가격인상 줄이어
우유 가격 인상 불가피…'밀크플레이션' 우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유제품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유제품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낙농진흥회가 우유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L(리터)당 49원씩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유의 소비자 가격 인상뿐 아니라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아이스크림, 빵 등의 제품들도 잇따라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원유 가격을 L당 947원에서 996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원윳값 조정은 보통 8월 이뤄지지만 올해는 낙농제도 개편이 맞물리면서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이 길어졌다. 원유가격 인상이 늦게 결정된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는 L당 3원을 더하기로 하면서 실질적으로 올해 원유 기본 가격은 L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우유업체들은 10월 16일부터 연말까지 구매한 원유 대금을 인상된 가격으로 낙농가에 지급한다. 내년부터의 생산분은 다시 996원으로 적용된다.

한편 이번 조정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된다. 음용유와 가공유의 원유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음용유와 가공유 모두 정부의 지원금 등 인센티브가 포함된 가격인 L당 1100원을 적용한다.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서 가공유 가격은 음용유보다 낮은 L당 800원이 적용된다. 즉 마시는 우유인 음용유보다 치즈, 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가 저렴해지는 셈이다.

또 내년부터는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함께 반영해 음용유용 원유가격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농가의 생산비가 상승하면 원유 기본가격을 생산비 상승폭의 90~110% 범위에서 인상(생산비 연동제)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가격협상 범위를 넓혀 생산자와 유업계가 시장상황에 맞춰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며, 원유 수급상황이 심한 과잉인 경우에는 생산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유 기본가격을 인하할 수 있게 됐다. 

가공유 가격은 경영비 상승분을 고려하되 유업체가 실제 지불하는 가공유 가격과 국제경쟁가격과의 차액을 기준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도록 설계해 국내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차액이 L당 150원 이상 차이날 경우 경영비가 증가하더라도 가격을 인하하거나 소폭 인상할 수 있다. 

각종 유제품 "이미 인상"…연말까지 또 오를까

이번 원유 가격 인상은 2013년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으로 106원이 오른 이후 인상폭이 가장 크다. 원윳값이 인상에 따라 유제품 전반의 가격도 상승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원윳값이 오르면 우유의 소비자가격은 원윳값 인상분의 약 10배 정도가 인상돼 왔다. 업계는 L당 2700원대인 우유 소비자가격이 400~500원 가량 올라 3000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하한다.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차등가격제 역시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유업계가 올 연말까지 각종 가공유제품 가격을 서둘러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유업계는 이미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대표제품 체다치즈를 비롯해 치즈 40여종의 출고가를 약 20% 인상했다. 서울우유 측은 원재룟값 인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이달부터 일부 발효유, 두유, 치즈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불가리스'를 비롯한 발효유 제품 가격은 평균 10% 올렸으며 '맛있는 두유GT'등 두유 제품과 '자연방목 체다슬라이스 치즈' 등 치즈 제품은 각각 평균 14%, 15% 올랐다. '프렌치카페' 등의 컵커피 제품 가격도 최대 12% 인상됐다.

매일유업도 지난달 원재룟값 부담을 이유로 ‘매일바이오 드링킹요거트’와 ‘매일바이오 떠먹는 요거트’ 가격을 각각 15%와 25% 올렸으며 ‘엔요’ 가격도 21% 올렸다. 컵커피 제품 14종의 가격도 최대 11%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유업계의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원유 가격 인상폭이 2013년 이후 가장 커 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식품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카페 등도 제조원가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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