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 스텝'…흔들리는 韓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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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연속 '자이언트 스텝'…흔들리는 韓 경제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03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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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사상 첫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원·달러 환율 1400원대 고공행진 지속
7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경제 '비상'
"내년 韓 스태그플레이션 대비해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이사회 의장이 사상 첫 4연속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4차례 연속 밟았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폭을 줄일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으나 동시의 인상의 종착지가 멀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넘어야 할 파고는 더욱 높아졌다. 

연준 사상 첫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3.75~4%로 0.7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연방공개시장위는 6·7·9월 회의에 이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했다. 연준이 1980년대 초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맞서 공격적 통화 정책을 편 이래 가장 급격한 인상 흐름이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8년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거푸 올린 것은 전년 동월 대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2%로 또다시 예상치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이지 않아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3월 이래 7월 내리 8%를 웃돌아 40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회의에서 다섯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지는 미지수다. 속도 조절론이 나왔다. 연준 공개시장위는 성명에서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하면서 통화 정책의 누적 효과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이나 인플레이션에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 정책 시차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측정하고 예측해 향후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인상 속도를 둔화시킬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회의(12월)나 그 다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율 1427원 출발…외환보유액 석 달째 감소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0.3원 오른 달러당 1427.7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환율은 1425.3~1428.3원 사이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달러당 1400원까지 오른 뒤 여전히 1400원대 벽을 깨지 않고 고공 행진 중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6% 절하(원화가치 하락)됐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7% 올랐다. 

지속되는 강달러 기조 속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10월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 달러다. 지난달 말(4167억7000만 달러)보다 27억6000만 달러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 달러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9월 말(196억6000만 달러 감소)에 비해 감소 폭은 크게 줄었으나 감소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3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을 내리다 7월 반등했으나 8월부터 3개월 연속 빠지고 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건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맺은 통화스와프 등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달 한은은 국민연금과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조달하면서 일시적으로 외화보유고가 줄었다. 또한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심해질 때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이용한 시장 개입으로 환율 안정을 도모하기도 했다. 10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달러를 내다파는 방식으로 원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23억5000만 달러)이 한 달 전보다 170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하지만 예치금(282억9000만 달러)은 141억 달러 증가했다. 특별인출권(SDR·143억1000만 달러)과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2억6000만 달러)도 각각 1억6000만 달러, 3000만 달러 늘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9월 말 기준으로 세계 9위 수준으로, 직전달에 비해 한단계 하락했다. 중국이 3조29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381억 달러)과 스위스(8921억 달러), 대만(5411억 달러), 러시아(5407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항에서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컨테이너들. 사진=연합뉴스

7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韓 경제 '빨간불'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수출이 2년 만에 감소로 돌아서면서 한국의 성장 엔진이 꺼진 모습이다. 수출 감소로 경상수지도 적자 기조가 굳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67억 달러 적자로 7개월 연속 적자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수출 역시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반면 수입 증가세는 여전했다. 

수출은 525억 달러로 5.7% 줄었다. 2020년 10월 3.9% 줄어든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역대 10월 최고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10월의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로 반도체와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주요품목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는 17.4%, 석유화학은 25.5% 감소했다. 

수입은 591억8000만 달러로 에너지 수입을 중심으로 9.9% 증가했다. 10월 원유, 가스, 석탄 수입액은 전년 동월(109억3000만 달러)에 비해 46억 달러(42.1%) 증가한 1553억 달러를 기록했다. 1~10월 누계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587억 달러로 증가액(716억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무역 적자(356억 달러)를 2배 이상 넘어선다. 이에 10월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여건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자동차, 정유, 철강 등 업종별 협회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주요국의 긴축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와 그에 따른 수요약화 등으로 연말까지 녹록치 않은 수출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있어 무역수지를 지탱하는 수출이 감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수출 감소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지속은 대외신인도를 낮춰 외환 유입이 줄게 되고 그 만큼 원화 가치도 하락한다. 또 수출 감소로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 동향'에서 "수출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인상폭이 확대되고 그 여파가 누적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내수가 일부 개선됐지만,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수출이 감소한데 심각함을 느끼고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 열린 '제3차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정부는 연속되는 무역적자에 더해 수출마저 감소세로 전환된 최근 무역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수출활력 제고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여전히 대규모 에너지 수입이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며 "에너지 위기가 우리 경제·산업이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침체·물가 상승 '스태그플레이션' 대비해야

고물가(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 상회) 속 경기침체(성장률이 추세 성장률 하회)인 스태그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달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고,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단계”라며 “향후 경제성장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 실장에 따르면 미국은 9월 물가상승률이 8.3%로 2000년 이후 평균치(2.6%)를 상회하고 있으며, 1분기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2.1%) 대비 2.7%포인트 낮은 -0.6%를 기록했다.반면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 간 괴리를 뜻하는 GDP 갭 역시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의 진입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경기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올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7%로 1%를 밑돌았으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2.9%에 그쳤다. 특히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온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수치)의 성장기여도도 줄었다. 이 부연구위원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출실적에도 불구하고 원유·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으로 수입이 더욱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3%, 내년 1.9%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소비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그는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실질소득 감소의 영향으로 올해 3.0%를 기록한 민간소비 증가율은 내년 2.5%로 줄어들 것”이라며 “복합적 위기의 인식 속에서 체감경기가 부진하고, 실물경제 위축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기관의 전망도 비슷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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