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태] SK-카카오 책임 공방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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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 SK-카카오 책임 공방 가열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0.2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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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측, 통화 내역까지 공개
화재 통보 의무 이행했다고 주장
카카오 측 “화재 자체가 문제 본질”
카카오,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SK 센터와 결별 수순 밟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동행이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촉발된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가 이른바 '혈맹'으로 불렸던 SK와 카카오 사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화재 바생 사실을 알린 시각과 방식을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SK-카카오 동맹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와 카카오, 상반된 주장

SK는 통화 내역까지 공개하며 입주사 통보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는 사태의 본질은 통화 시간이 아닌 '화재'라며 당국의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지분까지 나눠 가지며 '혈맹' 관계를 유지했던 양사의 우호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SK C&C는 지난 21일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카카오, 카카오페이 관계자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화재 전파 및 진압 과정에서 물 사용, 전력 차단에 대해 카카오에 빠르게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물 사용과 전원 차단에 대해 카카오는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고 맞서고 있다.

SK C&C의 주장을 종합하면 화재 발생 이후 1차 통화는 15일 오후 3시35~42분에 이뤄졌다. 이후 오후 4시40~43분 화재 진압 시 물을 사용해야 하고 전원 차단이 불가피하다고 알리는 2차 통화를 했다. SK 측은 "주요 통화내용은 전화 자동녹음 기능으로 파일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통화 시간은 쟁점이 아니다"고 맞선다. 화재 발생 순간부터 카카오의 서비스가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연락 여부는 사태 본질과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측은 "서비스 장애 장기화의 책임과 별개로 화재가 발생한 것 자체가 핵심"이라면서 "타임라인의 경우 관계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재발 방지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송전 불가피

19일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사고의 1차적 원인은 SK C&C에 있어 보상 수순은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이중화 미비로 서비스 복구가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다시 한 번 SK C&C의 책임을 강조했다. 

SK 측도 설비 유실 등 화재로 인한 직접 피해는 배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카카오 측이 직접 피해 이외에도 서비스 장애로 인한 자사 손해 및 이용자 손해에 대해서까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홍 대표는 재난복구시스템(DR)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에 대해 SK C&C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홍 대표가 "현재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향후 SK 측과 법정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 C&C는 소방당국의 요청에 따라 전력을 차단하고 '사전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카카오는 '일방적 통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양측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율촌과 태평양을 SK C&C는 김앤장을 대표 로펌으로 선임했다. 

업계에선 카카오와 SK C&C가 각각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법적 분쟁을 대비하고 있는 만큼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카카오의 피해 보상 규모를 두고 두 회사 모두 각자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그 범위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1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김범수 의지로 맺은 '혈맹'…결별 수순?

2019년 SK텔레콤과 카카오는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국내 통신 업계 1위와 국민 메신저 기업의 동맹으로 업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이끌었다.

이후 양사는 미래사업부문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협업과 중소·스타트업을 위한 ESG 공동펀드, 지적재산권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했다. SK와 카카오가 모두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협력 관계는 굳건해졌다. 특히 카카오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128개 계열사의 주요 서비스를 가동하는 메인센터로 낙점할 만큼 큰 신뢰를 보였다. 판교센터에 카카오 서버 3만2000여대가 들어있다. 

이번 사고로 SK C&C 데이터센터에 신뢰를 잃은 카카오가 서버를 이주할 가능성도 나온다. 카카오는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24시간 무중단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선다. 4600억원을 투입한 첫 데이터센터가 한양대 에리카 안산캠퍼스에 완공되면 SK C&C와 결별 수순을 밟게 된다. 카카오는 12만대 서버를 넣은 지하 1~지상 6층 규모의 안산 데이터센터를 내년 9월 완공하고 2024년 1월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번째 데이터센터도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2024년 1월 준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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