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리인상 행진 속 나홀로 금리 낮추는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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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금리인상 행진 속 나홀로 금리 낮추는 튀르키예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9.2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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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 금리인상 행진 속 튀르키에는 또다시 1%포인트 금리 낮춰
지난 8월 물가상승률 80% 육박하지만 금리인하 지속 
리라화 가치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
튀르키예가 80%의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가 80%의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3차례 연속 밟은 가운데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선 것을 비롯해 지난 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0.5%포인트 금리 인상의 빅스텝을 밟는 등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반면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이 무려 80%에 달했던 튀르키예(터키)의 경우 오히려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는 정반대의 정책에 나서 그 배경에 주목된다. 

영국·스위스·스웨덴 등 잇따라 금리 인상 합류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타격을 막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선언한 연준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NG 분석가들이 '슈퍼 목요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계 많은 국가들은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날 영국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며 두 차례 연속 빅스텝을 밟았고, 스위스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 0.5%가 됐다. 노르웨이는 0.5%포인트 인상했으며, 이에 앞서 스웨덴은 1.0%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일본은행의 경우 금리를 동결했으나 24년 만에 외환시장 개입, 엔화 급락 방어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위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튀르키예, 80% 물가상승률에도 또 금리인하 나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치르며 금리를 대폭 인상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반면 튀르키예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22일 기준금리를 13%에서 12%로 1%포인트 인하했다. 중요한 점은 지난 8월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이 80.2%를 기록, 15개월 연속 상승하며 24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CNBC는 "물가상승률이 8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다시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튀르키예는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만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4% 수준으로 낮춘 후 금리를 동결해왔으나 지난 8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1%포인트 인하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12%까지 낮아진 상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물가는 상승세를 보인다. 물가가 급등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저명한 경제 평론가인 아틸라 예실라다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는 튀르키예가 궤도를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튀르키예의 이같은 정책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구상하는 경제 정책과 관련이 깊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앞두고 경제에 대한 비정통적인 접근법을 유지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만악의 부모"라고 말할 정도로 높은 금리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으며, 수출과 투자, 일자리를 우선시해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인플레이션은 극복할 수 없는 경제적 위협이 아니다. 나는 경제학자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금융의 안전성보다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한 리라화

문제는 이같은 튀르키예의 정책으로 인해 리라화는 또다시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는 점이다. 

올 들어 리라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27% 떨어졌다. 이날 금리인하 발표 직후에는 달러당 18.387리라까지 떨어졌다. 튀르키예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탓에 이같은 리라화의 급락세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국제금융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되는 금리인하는 통제할 수 없는 리라화 가치 하락을 촉발했다"며 "계속되는 금리 인하는 리라화에 새로운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2023년 3월까지 달러당 리라화는 24리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리암 피치는 "튀르키예는 큰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중이고, 외국 자본 유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이러한 중요한 유입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인하 정책은 튀르키예가 이러한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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