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열풍, 백화점까지 바꾼다…"MZ세대 고객이 9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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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열풍, 백화점까지 바꾼다…"MZ세대 고객이 90% 이상"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9.22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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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뛰어든 백화점 업계
현대百, 중고품 전문관 정식 오픈…"1층도 중고품으로 채워"
롯데·신세계도 '중고 거래'에 관심
현대백화점 신촌점 마켓인유 매장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촌점 마켓인유 매장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 트렌드가 자리잡으며 중고품 거래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원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원으로 5배 성장했다.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규모도 2021년 270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중고거래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시장 가능성을 엿본 백화점의 모습도 바뀌는 추세다. 고가 명품 판매에 집중하던 기존의 모습과 달리 중고 거래 플랫폼의 팝업스토어를 속속 열거나 중고품 매장을 정식 오픈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한 층 전체를 중고품 전문관으로 꾸미는 파격 시도를 했다. 지난 16일 신촌점 유플렉스 4층을 전면 리뉴얼해 중고물품 판매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선보였다. 백화점 업계가 그간 중고제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종종 열어왔지만 층 전체를 정식 중고품 매장으로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컨드 부티크에는 중고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 등이 들어섰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세컨드 부티크 오픈 후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1억 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신장한 수치다. 해당 기간동안 세컨드 부티크에는 하루당 약 1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고객 중 2030 고객 비중이 90%를 넘는다는 설명이다. 

20대 고객은 주로 10만원 이하의 의류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40대 고객에서는 명품과 중고 시계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백화점은 정식 매장 오픈에 앞서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 등에서 마켓인유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당시에도 방문 고객 중 80% 이상이 MZ세대 고객일 정도로 젊은 고객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현대백화점은 중고 거래 관련 매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28일에는 미아점 1층에 중고 명품 전문 매장 '럭스 어게인'를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1층에 중고 전문 매장이 오픈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근 MZ세대 고객들 중심으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나만의 가치'를 중시하고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지양하는 친환경 소비가 늘어난 점도 중고 상품 인기의 배경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이달 부산 중구 광복점에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중고거래 형태에 대여 서비스를 더한 신개념 브랜드 '클로젯 셰어'의 팝업스토어다. 클로젯셰어는 '안입는 옷은 빌려줘 수익을 내고, 필요한 옷은 마음껏 빌리는' 패션 셰어링 플랫폼이다.

해당 팝업스토어에서는 클로젯셰어의 중고 판매와 대여 상품 등록까지 모든 서비스가 운영됐다. 팝업스토어 내에 별도로 마련된 '셰어링부스'에서 상품을 접수한 뒤 '품질 감정 단계'를 위해 서울 본사로 상품을 보내고, 이후 대여 서비스에 상품이 등록이 되면 클로젯셰어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고객들이 대여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이다. 상품을 등록한 고객은 이를 통해 발생되는 이익의 일부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상품 등록 단계에서 해당 상품을 중고로 판매해도 좋다는 동의를 하게 되면 해당 상품은 중고 판매까지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창원점에서 클로젯 셰어의 팝업스토어를 이어간다. 

롯데쇼핑은 일찍이 중고 거래 시장에 관심을 보여왔다. 잠실 월드몰과 분당점에서 ‘마켓인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2030 고객을 끌어 모았다. 또 몇해 전부터 롯데아울렛 광명점의 리씽크, 광교점의 프라이스홀릭, 이천점의 올랜드 등 중고와 리퍼브 상품을 취급하는 매장을 차례로 오픈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하는 사모펀드 유진-코리아오메가에 재무적투자자(FI)로 300억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BGZT Lab' 2호점. 사진=번개장터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BGZT Lab' 2호점. 사진=번개장터

신세계는 지난달 SSG닷컴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 ‘BGZT Collection(브그즈트 컬렉션)’의 리셀 및 중고 명품을 입점시켜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신세계는 그룹의 벤처 캐피탈사(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신세계와 번개장터의 협업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 ‘센터필드 역삼’에 번개장터의 명품 판매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했고, 지난해 2월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운동화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 랩’을 개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시장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중고품을 직접 확인해볼 수 없다는 점, 또 거래를 중개만 하는 플랫폼은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없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며 "고가의 명품을 취급해 온 백화점 업계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중고 매장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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