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명품 플랫폼 '가품 논란'…'검수절차 강화'로 무너진 신뢰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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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명품 플랫폼 '가품 논란'…'검수절차 강화'로 무너진 신뢰 찾을까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6.13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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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과정에서 가품 발생하는 경우 늘어
브랜드 파트너십 확대·검수절차 강화로 회복 노리는 업계
발란 가품 판매 논란을 일으킨 제품. '조던1X트레비스 스캇 모카 하이'. 사진= 발란 홈페이지
발란 가품 판매 논란을 일으킨 제품. '조던1X트레비스 스캇 모카 하이'. 사진= 발란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새 상품이나 중고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연이은 가품 논란에 휩싸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에서 구매한 나이키 운동화가 가품으로 확인됐다는 글이 화제를 모았다. 

작성자는 발란을 통해 나이키와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이 협업해 제작한 운동화의 박스 훼손 상품을 약 175만원에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받아본 제품은 작성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같은 제품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고, 이를 발란 측에 문의한 결과 가품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발란은 한국 명품감정원을 통해 해당 제품의 감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에 따르면 이후 발란 측은 기존 결제건을 100% 환불하고 해당 제품의 정품을 직접 구매해 작성자에게 전달했다.

발란은 "해당 제품은 입점업체가 3년 전쯤 일본에 있는 회사에서 구매한 제품이며 그 당시 입점업체도 속아서 가품을 사게 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명품 플랫폼들이 제품을 병행수입하는 과정에서 가품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대부분의 명품 플랫폼들은 브랜드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방법과, 명품 편집숍이나 유통업자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는 병행수입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병행수입은 브랜드를 통한 정식 수입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유통 경로를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4월 벌어진 무신사의 '에센셜 티셔츠' 가품 판매 논란도 병행수입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사건 중 하나다.

당시 무신사는 미국 명품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 가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으로 리셀 플랫폼 크림과 공방을 벌이다 피어오브갓으로부터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무신사는 해당 제품을 피어오브갓의 공식 유통사로부터 공급받았다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100% 공식 유통사에서 제품을 받았음에도 가품 판정이 나오는 상황에서 동일한 논란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객 보호를 위해 에센셜 제품 판매를 즉시 전면 중단한다"고 전했다.

'검수 역량' 확대 나선 플랫폼…신뢰도 회복 동아줄 될까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직원이 모바일 앱을 이용해 명품을 검수하는 모습. 사진제공=무신사

무신사를 비롯한 플랫폼들은 계속되는 가품 논란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도를 '검수 시스템 강화'로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신사는 가품 판매 논란 직후 해외 명품에 대한 검수 절차를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직접 공급받는 방식을 확대하고 이를 제외한 제3자와의 거래에서는 검수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협력해 국내로 공급되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 제품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경기 여주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TIPA 검사요원들의 주도로 매입·보관중인 해외 명품 브랜드 패션잡화에 대한 검사가 진행된다. TIPA는 지재권 침해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지식재산권자에게 수입물품의 견본감정을 의뢰하고, 동시에 수입된 물품을 전량 TIPA의 검사시스템을 이용하여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대상에는 프라다, 지방시, 토즈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포함됐다. 

무신사는 "앞으로 TIPA가 진행하는 명품 브랜드 지재권 침해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무신사 부티크’를 통해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라며 "책임감을 갖고 브랜드 패션 지식재산권 보호에 앞장서고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신사의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의 운영사인 에스엘디티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4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무신사와 두나무가 참여했으며 신규 인력 채용과 검수센터 구축에 자금의 일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명품 거래 플랫폼 트렌비는 현지 구매부터 검수, 배송까지 책임지는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일본 6개국에 물류창고를 구축하고 자체 검수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트렌비는 취급하는 상품의 60%는 직접 조달하고, 별도로 유통되는 40%의 상품은 트렌비 ‘프리모클럽’이라는 글로벌 파트너사 관리 시스템을 통해 판매한다. 

트렌비는 '가품 유통 제로화'에 나선다며 가품 차단 시스템 확대에 대한 뜻도 전했다. 지난 4월 명품 감정 교육 과정인 '명품 감정 아카데미'를 통해 올해 100명의 명품 감정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으며 개인이 판매하는 명품에 대해 정품 감정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정품 리셀’ 서비스도 시작했다. 

머스트잇과 발란은 무상으로 한국명품감정원의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탁엑스의 검수 절차를 그래픽으로 나타낸 모습. 사진제공=스탁엑스

글로벌 리셀 플랫폼 1위인 스탁엑스는 검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검수 절차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국내 플랫폼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스탁엑스 측은 "훈련된 전문 검수자들이 촉가과 후각, 오감을 동원해 검수를 진행하며, 사람이 찾아낼 수 없는 사소한 결점은 스탁엑스가 보유한 수십억개의 브랜드 및 제품별 데이터 베이스와 AI를 동원해 찾아낸다"며 "이러한 검수 과정은 99.96%의 정확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뢰 회복을 위한 플랫폼들의 검수 시스템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명품 플랫폼 3사로 일컬어지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뿐 아니라 리셀 거래 플랫폼 크림과 솔드아웃 모두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수 인력과 검수 센터의 확대는 기업들의 적자폭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해 첫 감사보고서를 낸 크림의 매출은 33억원, 영업손실은 595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업비용으로는 약 628억원을 지출했는데, 이중 많은 비용을 검수 인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가품 논란이 우후죽순 발생한 상황"이라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검수 시스템을 마련하는 동시에 탄탄한 수익구조를 구축하는 플랫폼이 결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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