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우주협력 위기직면...한국 우주산업도 '플랜B'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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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우주협력 위기직면...한국 우주산업도 '플랜B' 마련 시급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0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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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100일, 스페이스X 사업기회 확대
중국, 우주 패권 장악 속도...올해 '텐궁' 건설
한국, 우주사령부 설립...민간 개발도 속도
우주에서 본 국제우주정거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2월24일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3일을 기점으로 100일을 맞이했다.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대다수는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여전히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고,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완전 장악했다. 

돈바스 지역에선 연일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으며 서방 국가와 동맹국은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참혹한 전쟁은 급진적 변화의 방아쇠가 됐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G2'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의 우주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스페이스X의 펠컨9 발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회 잡은 스페이스X

러시아 제재로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협력은 심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 틈새를 스페이스X가 채우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2월28일 "러시아의 도움 없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고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가 지난 2월24일 "ISS 운용에서 빠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지 나흘 만에 나온 NASA의 반응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ISS 사업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일 러시아 관영통신 타스와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미국과 ISS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 제재가 가장 큰 이유다. 

미국과 러시아는 ISS 운영의 양대 축이다. 미국이 ISS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담당하는 반면 러시아는 ISS가 적정 고도인 400km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러시아 화물선 '프로그레스'의 추진엔진을 정기적으로 가동해 적정 고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들의 운영을 중지하면 ISS 고도는 지구 중력 때문에 조금씩 하강하다 결국 대기권에서 산화한다. 

미국은 대안으로 스페이스X를 제시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자체 제작한 우주 화물선 '카고 드래곤'과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ISS로 발사해 여러 차례 도킹에 성공한 바 있다. 스페이스X가 러시아 화물선의 공백을 매울 능력이 충분한 셈이다. ISS 고도 유지를 위해 연간 2억1000만 달러(약 2600억원)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는 만큼 스페이스X가 러시아를 대신한다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건 미국의 유인 우주비행 프로젝트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우주선을 이용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현재 보유한 유일한 유인 우주선이다. NASA 소유의 우주왕복선 운영은 안전과 경제성을 이유로 지난 2011년 중단됐다. 사실상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그동안 너무 많은 저궤도 위성을 발생해 위성 간 충돌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천체 관측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 받아왔던 스페이스X의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조명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러시아 침공으로 통신 인프라가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와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지상 장비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를 사용해 전쟁의 참상과 방공호에 대피한 시민들의 비참한 모습, 침략에 맞서 결의를 다지는 모습 등을 전 세계로 송출했다. 또 민간인 학살과 같은 전쟁범죄도 드러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의 정밀 포격을 돕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스타링크는 안테나와 셋톱박스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등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던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하고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텐궁의 핵심 모듈인 텐허(天和)에서 작업 중인 승무원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주 패권 장악에 속도 내는 중국

중국도 우주 패권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주 정거장 '텐궁(天宮)'을 짓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차세대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4월17일 "바이 린오후 중국 우주정거장 설계 부주임이 텐궁 건설을 돕기 위해 7명을 태울 수 있는 차세대 우주선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며 우주선 뿐 아니라 발사체도 회수해 재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톈궁은 2025년 ISS가 문을 닫는다면 세계에서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된다. 바이 린호우 부주임은 "텐궁이 본격 운영단계에 들어서면 타국 우주인은 중국 우주선을 타거나 적절한 도킹 장치가 있는 자국 우주선을 타고 이 정거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톈궁은 전인류가 함께 쓰는 우주 정거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안 에 텐궁 건설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앞으로 우주정거장에서 채소와 물고기를 기르고 우주 냉각원자시계를 생산하는 등 실험을 이어간다고 신화통신 등은 전했다. 중국의 우주 굴기에 일각에선 중국이 자국 위성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첩보 위성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한다. 단순히 과학적 목적 이외 우주 진출에 또 다른 저의가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우주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가 자율주행차용 저궤도 위성 9개를 쏘아 올렸다. 지리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이어 자체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한 두 번째 자동차 회사가 됐다. 

우주전쟁 상상도.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자료 캡처

韓 '우주사령부' 수립 계획 발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우주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가운데 한국의 우주개발 방향도 재설정되고 있다. 과거 우주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육성에서 우주작전사령부 등 우주로부터 촉발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기수를 튼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우주작전사령부를 창설해 우주감시체계,위성체계, 대우주작전체계를 오는 2035년까지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사령부는 2030년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1년 저궤도 통신위성 14기를 쏘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미국은 각각 2015년과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 프랑스, 영국과 독일도 지난해 우주사령부를 창설했다. 

민간기업의 우주개발도 병행한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한화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방산업체를 꼽을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사용되는 모두 6기의 엔진을 공급했다. 또 각 로켓의 비행제어 및 자세제어시스템과 엔진 공급계 밸브도 개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에서 7번째로 75톤급 엔진 개발과 생산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우주를 낙점하고 전사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그룹 내 우주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다. 항공우주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와 쎄트렉아이가 참여했고,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팀장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사업에도 진출해 저궤도 위성 안테나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최근엔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해 조립설계와 공정설계, 조립용 치공구 제작 등을 담당한 KAI 역시 지난 2월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을 공언했다. LIG넥스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함께 소형급 인공위성 공동연구개발을 시작하는 등 우주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성능영상레이더(SAR)와 인공위성 지상 통신 단말기 등을 중심으로 위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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