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고장난 글로벌 금융시장..."기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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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고장난 글로벌 금융시장..."기댈 곳이 없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5.1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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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불확실성 감안하면 이 정도 폭락은 놀랄 일 아냐"
4월 미 CPI는 터닝포인트 될 수도
다만 본격적인 추세 반전은 어려울 듯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000선을 무너뜨렸고, 코스피 지수는 2600선을 크게 하회했다. 비트코인은 이미 지난해 11월 고점대비 반토막 났으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뜨거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카드를 꺼내들자 경기둔화 우려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예정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기대를 걸면서도 금융시장의 추세적인 하락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준 긴축에 경제 둔화 우려까지...악재 첩첩산중 

연초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FOMC 회의에서 '75베이시스포인트(bp) 금리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으나, 향후 두어달은 50bp 수준의 금리인상을 예고해 여전히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시장에서는 6월 FOMC에서 75bp 금리인상 확률이 급락했으나 하루만에 재차 83%까지 올라갔다. 이는 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긴축 정책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수십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기업 이익을 잠식하고 소비를 억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연준의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긴축 정책은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WSJ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이내에 경기후퇴가 도래할 가능성은 지난 1월에는 18% 수준이었지만, 최근 28%로 크게 높아졌다.  

비단 미국 경제만 우려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발표된 독일과 프랑스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발표된 데 이어 전일 발표된 중국의 4월 수출 증가율은 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봉쇄 강화 조치는 공급망 타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봉쇄 구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 당국은 고위험 지역을 20곳, 저위험 지역을 34곳으로 조정했는데, 이는 전일대비 각각 2곳, 6곳 늘어난 것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상품 시장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WSJ은 "세계 경제 전망이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불확실성 앞에서 최근의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놀랄 일이 전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당분간 하락추세 불가피" 

이같은 불확실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켐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주식 전략가인 주스트 반 레언즈는 "모든 것이 충분히 떨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때처럼 더이상 연준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을 우선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당시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에는 연준이 시장의 급락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저가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고, 이것이 주식시장의 빠른 반등을 가능케 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

저가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하락추세에 제동을 걸만한 요인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든 자산에 걸쳐 숨을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4월 미 CPI 발표 주목해야...유가 급락세도 긍정적 

그래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요인들은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켜보는 부분은 오는 11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현재 시장에서는 4월 CPI가 전년동기대비 8.1%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월 기록한 8.5% 상승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역시 전월(1.2% 상승) 수준보다는 크게 낮아진 것이다. 

4월 CPI 지표가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인식은 확산될 수 있다.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뱅크의 암호화폐 시장 분석가인 하세가와 유야는 "다른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둔화되기 시작하고 있고, 4월 CPI도 이를 뒤따를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시장의 우려를 완화하고 위험선호 심리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4월 CPI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시장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CPI 안정은 채권금리 하락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채권금리 하락은 기술주의 과도한 매도 압력을 낮춰 극단적인 투매 현상을 통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가 6% 급락한 점도 인플레이션 압력 안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에 대한 우려감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책금리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물 금리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2.6~2.8%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 연준은 3~3.25%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목표지만, 실제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2.6~2.8%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버코어ISI의 줄리안 이매뉴얼 책임자는 "만일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미 10년물 수익률이 정점은 아니더라도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대중들로 하여금 매도를 늦추게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여타 불확실성 요인이 상당히 많은 만큼, 인플레이션 데이터만으로는 흐름을 완전히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CNBC는 "전문가들은 11일 발표될 미국 CPI 지표가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시장 흐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심리를 완전히 뒤집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 추이.
코스피 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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