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美 비축유 방출...유가 안정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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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美 비축유 방출...유가 안정 효과는 "글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4.01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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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공급과 수요 구조적 문제 해결 못해...영향 미미할 듯"
향후 상황 악화시 선택지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질수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키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키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키로 결정했다.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는 유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침이다. 

미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6개월간 매일 100만배럴의 비축유가 방출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장기적인 유가 안정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역대급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전문가들은 "영향 미미할 듯"

31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전쟁을 선택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원유의 양이 줄었다"며 "공급부족이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이같은 방출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단기적인 유가 안정을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 밤 국제유가는 전일대비 7% 이상 급락하며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이 유가를 안정시킬지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 공급 부족인데, 비축유 방출 만으로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7% 급락했으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투자그룹인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설립자인 댄 피커링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전략비축유(SPR) 방출 후 석유 가격 안정에 특별히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SPR 방출은 공급과 수요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자료에 따르면 이번 6개월간의 비축유 방출이 모두 완료될 경우 미 정부의 배축유 재고는 4억배럴 미만으로, 1984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7년 7억배럴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트랜은 "전략 비축유가 필요한 경우가 도래한다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악화되거나, 물가가 더 오를 경우 이번 대규모 SPR 방출로 인해 미 정부는 더 좁은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PR 방출로 인해 비축유 재고가 낮아지는 만큼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대규모 원유 구매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결국 비축유를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원유를 구입해야 한다"며 "이 자체만으로도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SPR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소금동굴에 저장돼 있다는 점에서도 유가 안정에 제한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WSJ은 EIA의 자료를 인용해 "원유 재고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지만 해당 지역의 경우 여전히 5년 평균치 이내에 있다"며 "걸프만에서 다른 허브로 석유를 수송하는 데 있어 정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시장의 공급부족 우려를 완화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적 효과도 미미할 듯...유가 변동성 염두에 둬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처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0~35센트 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조금 다르다.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 회장은 "미 소비자들에게 단기적인 이득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갤런당 5~10센트 정도의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한 반면 투자심리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규모 SPR 방출 결정이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미 정부의 판단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석 투자 분석가인 수잔나 스트리터는 "SPR 방출 발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분석가인 밥 맥널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SPR 방출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라며 "러시아의 리스크가 남아있고 심해지는 한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거래량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같은 대규모 방출 결정이 오히려 변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게인 캐피털 LLC의 파트너인 존 킬더프는 "현재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상태이고, 이같은 시장에서는 이슈에 대한 반응성이 매우 높다"며 "원유 공급량이 갑자기 늘거나 줄게 되면 큰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WSJ에 따르면, 일부 분석가들은 러시아와의 분쟁이 지속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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