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소설로 만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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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소설로 만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7.07.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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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배남효] 19753월 나는 대학 입학을 하면서 입주 과외를 하게 되었다.

내가 대학에 합격하자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덕분으로 경향신문에서 뽑는 불우 모범생으로 선발되어 장학금을 받게 되었는데 이 신문 기사를 본 나와 같은 성씨의 재무부 고위 관리께서 학교로 나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 사카모토 료마

그래서 내가 서울로 올라와 당시 광화문 옆에 있던 정부종합청사의 재무부로 찾아가서 그 분을 만났는데 자기 집에 와서 중학생인 아들을 가르치면서 학교에 다녀라고 하여 입주과외를 하게 된 것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입주과외를 하여 학비 걱정은 덜었으나 남의 집 생활을 처음 하는데다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바로 와야 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입시 공부에서 해방되어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으나 입주과외로 해서 현실적인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에 일찍 와서 아이를 가르치고 나면 특별히 할 일 없으니 결국 책을 보게 되었는데 마침 그집의 서재에 책이 많이 있어 먼저 일본의 장편소설 대망(大望)을 보게 되었다.

대망은 일본의 중세 전국시대를 평정한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꾸가와 이에야스 3인을 중심으로 천하통일의 과정을 그린 역사 소설로 20권짜리 시리즈였는데 재미가 있어 열심히 읽어 한달 남짓만에 다 보고 말았다.

너무 열심히 읽어서 그런지 밤에 잠을 자면 꿈속에 대망의 전투 장면 같은 것이 나오고 나도 무사가 되어 싸우는 식의 황당한 일까지 종종 있었다.

 

그 다음에 본 책이 국운(國運)이라 제목이 붙은 일본 소설이었는데 이 책의 5편까지 주인공이 바로 그 유명한 사카모토 료마(1835-1867)였고 저자는 시바 료오타로오(司馬遼太郎)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그 당시 료마가 누구였는지 일본 현대사에 어떤 의미를 가진 역사적 인물인지 등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었지만 그 책이 너무나 재미있어 정말 5권을 쉬지 않고 단숨에 다 읽었다.

나는 5권의 책을 단숨에 다보고 나니 여운도 많이 남은데다 너무 아쉽기도 해서 천천히 한번 더 보기까지 했다.

 

료마라는 인물이 아주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소설 스토리도 흥미가 있는데다 특히 그 당시 내가 검도를 좋아하여 대학교 검도장에서 수련을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검도를 좋아하여 꼭 하고 싶었는데 마침 작은 형 친구중에 검도 유단자가 있어 고등학교 2학년때 동생과 함께 죽도(竹刀)를 사서 새벽에 학교운동장에 나가 그 형에게 몇 달간 검도를 배운 적도 있었다.

주인공인 료마가 사무라이 출신이라 검도 수련을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의 언행이나 활동이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고 역사 속에서 무언가를 개척해나가는 선구자같은 느낌을 주어 책을 읽는 재미가 너무 즐겁고 좋았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난 후에는 료마에 매혹되어 책에서 묘사된 그의 행동을 따라한다고 한손을 괴춤에 집어넣고 겨드랑이에 죽도를 끼고 학교를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치기어린 행동이었고 다른 학생들이 볼 때는 꼴볼견이었겠지만 나는 나대로의 개성을 살린다고 자랑삼아 그런 식의 포즈를 하고 다녔으니 가관(可觀)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국운이라는 책을 통해 만난 료마라는 인물은 비록 일본인이었기는 하나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그 당시 대학 초년생이던 나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료오마가 자신의 고향인 도사번을 탈번하여 목숨을 걸고 전국을 유랑하면서 많은 무사들을 만나서 검술 대련도 하고 또 자신의 나라인 일본의 근대화를 위해 많은 일들을 도모하는 활약상들이 대학생이던 나에게 상상력과 꿈을 불어넣는 영향이 매우 컸었던 것 같다.

또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20살의 어린 나이에 남의 집에서 입주과외를 하면서 제약된 생활을 하던 나에게는 료마의 자유분방한 생활상과 간간히 나오는 연애담이 너무나 부러웠고 나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일어났던 것이었다.

료마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이 일고 나서는 나는 입주과외도 약간 소홀하게 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고 놀다 늦게 들어가거나 친구 집에서 자고 외박하는 일이 종종 생겨나 주인 아주머니의 눈밖에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소설속의 주인공 료마가 일본해에 나타난 흑선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해운대를 만들고 사쓰마와 조슈번의 무사들과 만나 담판을 지으며 나라 일을 도모하는 자유분방한 활약상들이 새장에 갇힌 꼴과 비슷한 나의 청춘에게는 너무 부러웠던 것 같다.

신선조인가 암살단에게 료마가 32살의 젊은 나이로 살해당하는 장면을 읽고는 너무나 허망하고 애통하여 가슴이 아프고 멍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료마라는 인물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료마라는 인물이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 된 명치유신을 열어나간 숨은 공로자이고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인물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 과연 내가 좋아할만한 인물이었구나 하면서 새삼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후 나는 운동권 학생이 되어 일본 근대사 특히 명치유신에 대해 공부하면서 료마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게 되었고 일본인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하는 인물인지를 알게 되어 나만이 좋아하는 인물을 빼앗긴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근대화의 역사속에서 료마라는 인물을 전체적으로 알게 되고 그가 끼친 역사적인 공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유신지사(維新志士)로서 으뜸가는 인물이었음을 체계적으로 알고나서는 좋아하는 인물의 차원을 넘어 존경하는 인물로 자리잡게 되어 더욱 좋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성공한 근대화의 역사를 이루내지 못 하고 또 료마같이 매력적이고 뛰어난 근대화의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 했는지에 대해 나는 매우 안타깝고 아쉽기도 하였다.

나는 우리 나라 근대사를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일본의 명치유신과 너무나 비교가 되어 성공한 역사를 가지고 좋아하는 지도자를 가진 국민과 그렇지 못한 국민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 만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자라면서 자신의 인생의 사표(師表)로서 삼을 만큼 좋은 인물, 특히 성공한 인물이 있는 역사를 가진 국민들은 대단히 행복할 것이다.

또 그런 인물을 전 국민이 사랑하고 자랑할 수 있도록 생생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재탄생시키는 소설가를 가진 국민들도 행복한 국민들이다.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료오다로오는 료마를 국운이라는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역사속을 걸어나오게 만들어 일본인들의 자부심을 한껏 고양시킨 것이었다.

 

나는 우연히 국운이라는 책을 통해 료마를 접하고 명치유신을 공부하면서 그가 어떤 역사적인 인물인가를 제대로 알고 나서는 그와 같은 지도자를 가진 일본인들이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또 수많은 유신지사들의 피를 끓게 하고 목숨을 내던지며 이룩한 명치유신이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자랑이고 또 역사적인 힘이었는가를 알고나서도 무척 부러웠다.

우리 나라는 겨우 일본의 명치유신을 본따서 박정희 전대통령이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유신독재를 강행하여 역사에 많은 부작용을 끼친 정도일 따름이니 부끄러운 노릇이다.

 

나는 대학 초년생때 만났던 사카모토 료마라는 인물을 알고나서부터 늘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았고 또 명치유신을 이끌며 일본 근대화의 지도자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나서는 존경하는 인물로 평가하며 마음속에 간직해왔다.

시바료오타로오가 료마에 대해 쓴 소설은 료마가 간다, 언덕위의 구름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우리 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이 국적을 떠나서 료마같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새로움을 찾아 도전하고 끝내는 나라의 장래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훌륭한 인물을 존경하고 자신의 삶도 그렇게 따라해보려는 시도가 우후죽순처럼 왕성하게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나의 20살 청춘 시절 대학 초년생에 소설로서 만나 너무나 좋아하게 된 료마를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나의 인생에서 40년을 넘게 같이한 료마를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한번 만나보고 교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간절하게 든다.

하느님이 하늘 나라에 계신다면 당연히 내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기분좋게 글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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