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내는 최태원 회장의 '세계 1위 수소기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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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드러내는 최태원 회장의 '세계 1위 수소기업' 전략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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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수소 전략 ▲대량생산 ▲가치사슬 ▲파트너십
SK에코플랜트, 국내 첫 그린수소 생산 실증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수소모빌리티쇼' 현장을 찾아 둘러 보고 있다. 사진제공=SK 

 

"SK가 대한민국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

최태원 회장의 2021년 3월 수소경제위원회 발언 中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25년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청사진이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인천석유화학에서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서 SK그룹의 수소사업 전략으로 ▲수소 대량 생산체제 구축 ▲생산·유통·공급 가치 사슬 확보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 강화를 꼽았다. 

국내 첫 그린수소 수소 생산 성공

17일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최초로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친환경 수소 생산 실증에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어셀(SK에코플랜트·블룸에너지 합작법인)과 경북 구미시 블룸SK퓨어셀 제조공장 내에 130kW 규모의 SOEC 설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수소 시험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실증은 3개사가 협력해 탄소중립 실현의 근간이 되는 수전해 기술을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SOEC는 수소 생산 효율이 뛰어나 차세대 혁신 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에서는 알카라인 및 고분자전해질 수전해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쳐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 등이 SOEC 실증에 성공함으로써 그린수소 생산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추가적인 실증사업을 진행해 SOEC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블룸에너지와 SOEC 응용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도 더욱 강화해 세계 최고 효율의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왕재 SK에코플랜트 에코에너지BU 대표는 "이번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세계 최고 성능의 수전해 기술을 확보하고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기업들과도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 수소 대량 생산체제 구축…연 28만톤 공급

SK는 그룹이 보유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수소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SK는 그린수소 기술 고도화와 경제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크게 그레이, 블루, 그린수소로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말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를 물로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다. 

'그레이→블루→그린수소'로 갈수록 친환경적이다. SK는 그린수소의 기술 성숙과 경제성 확보 시점까지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를 단계적으로 생산·공급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1단계로는 SK E&S가 2023년까지 SK인천석유화학 단지에 연 3만톤 규모의 세계 최대 수소 액화플랜트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SK인천석유화학으로부터 공급받은 부생수소를 고순도로 정제하고 액체 형태로 가공한 뒤 수도권에 공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수소가 기체 형태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효율을 개선하고 안정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단계로는 2025년부터 블루수소 대량 생산기지를 가동한다는 목표다. SK E&S는 연간 300만톤 이상의 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고 있다. SK E&S는 대량 확보한 천연가스를 활용해 보령LNG터미널 인근지역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SK는 국내에서만 연간 총 28만톤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추고, 이러한 사업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수소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경북 구미 블룸SK퓨얼셀 공장에 설치된 SOEC 실증 설비. 사진 제공=SK에코플랜트

친환경 수소항만 조성…생산·유통·공급 가치사슬 확보

SK는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수소의 생산, 유통, 공급에 이르는 '수소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수소시장은 수소의 운송 및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수소차량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기존 수소 사업자들 역시 부족한 수소로 생산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SK는 '친환경 수소항만'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수소항만은 수소 생태계의 축소판으로 수소의 생산·수입부터 저장과 공급, 활용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점 역할을 하는 항만을 말한다.

SK E&S는 해양수산부·항만공사와 협업을 통해 2023년까지 여수광양항만에 국내 최초 ‘항만 수소복합 스테이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항만 수소복합 스테이션은 수소충전소와 상용차 차고지, 편의시설 등 부대시설로 구성되며, SK가 생산한 액화수소를 항만과 배후단지에 공급하는 거점이자 수소 모빌리티 확대를 위한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된다. SK는 여수광양항을 시작으로 인천항, 부산항 등 전국 주요 항만까지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는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곳을 운영해 연간 8만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공급하고, 약 400MW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해 연간 20만톤의 수소를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서울시와 액화 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 차량 도입 확산, 수소 체험관 건립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수소 원천기술 확보 잰걸음

SK는 수소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외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소 원천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SK와 SK E&S는 모두 1조8500억원(16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약 1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플러그파워는 수소 밸류체인 내 차량용 연료전지, 수전해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또한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 지게차와 수소 트럭 등 수소 기반 모빌리티 사업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기업에 독점적으로 수소지게차를 공급하는 등 미국 내 수소지게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SK는 또한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대량 생산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에 투자해 다양한 형태의 청정수소 생산 케파를 늘려가고 있다. 

청록수소는 블루수소의 경제성과 그린수소의 친환경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으며 블루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탄소포집과 저장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그린수소에 비해 적은 전력량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겸비했다. 이런 이유로 그린수소로 넘어가는 전환 과정에서 전략적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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