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허술한 법망에 安 유세버스 파고든 '침묵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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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허술한 법망에 安 유세버스 파고든 '침묵의 암살자'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16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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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개조 등 다방면으로 수사력 집중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도 커져
1톤 유세트럭 불법개조 온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의 유세차량에서 15일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의 유세를 돕던 소중한 2명의 생명이 유세버스 안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사인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15일 오후 5시25분쯤 안 후보 유세차량을 몰던 50대 기사 A씨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지역 선대위원장 70대 B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들은 천안 단국대병원 등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국민의당은 "유세 운동이 끝났는데 2명과 한참 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차량에는 후보 홍보 방송 송출을 위한 자가 발전기(제너레이터)가 가동 중이었다. 발전기는 버스 수화물 칸에 장착돼 있었고, 버스 외부에는 자가발전을 통해 발생한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경찰은 발전기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버스 내부로 들어가면서 A씨 등이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버스 외부 대부분이 특수 필름으로 덮여 있는 상황에서 환기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스크린 설치 업체 측이 LED 작동 시 일산화탄소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 사망사고와 관련해 불법구조 변경 등 다방면으로 수사력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구조변경

사고가 난 안 후보의 유세버스는 불법 개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LED 전광판의 경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등화 장치로 구분된다. 이를 설치할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구조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버스의 차량 번호를 경찰로부터 받아 조회한 결과 차량 구조 및 장치 변경 승인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법 개조다.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 받고 있는 발전기의 경우 단순히 차량에 적재하거나 설치하는 건 구조 변경 신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안 후보 유세 차량처럼 LED 전광판을 켜기 위해 발전기를 차량 적재함에 설치한 경우라면 구조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과정에서 발전기 배기와 흡기를 위한 구조가 안전한지, 환풍기 등 환기 등을 점검한다. 

사전에 구조 변경 신청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일산화탄소 유출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할까

2명의 사망자가 나온 만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대재해법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물 또는 차량 등의 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에서 1명 이상 사망하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한다. 

향후 쟁점은 ▲스크린 설치 업체가 LED 작동 때 일산화탄소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으며 ▲국민의당이 이런 위험을 미리 알고도 차량을 운행했는지 그리고 ▲사망자들이 이런 위험을 알고도 환기를 안했는지 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LED 스크린 및 발전기 설치 과정에서 과실 및 안전관리 실태도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선거 유세차량으로 많이 사용하는 1톤 트럭이 불법개조의 온상으로 지목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개조로 얼룩진 1톤 유세 트럭

선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풍경이 있다. 후보자가 1톤 트럭에 올라 거리를 돌며 자신을 알리는 모습이다. 멀리서도 후보자 정보가 잘 보이도록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하거나 짐칸 길이를 늘려 후보자의 정견 발표를 위한 무대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런 1톤 유세차량이 불법 개조로 얼룩진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화물차의 차대 확장 ▲승차정원 늘리는 개조 ▲본래 유류가 아닌 다른 유류를 취급하는 개조 등은 구조변경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세차량은 이 3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적재함 길이를 늘려 그 위에 사람을 태우고 다양한 전기장치를 조작하기 위해 가솔린 발전기를 장착한다. 그럼에도 유세차량은 대부분 구조변경 신청조차 않는다. 선거철에만 잠시 활용한 뒤 복구하거나 적재함을 다시 달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구조변경 신청을 하지 않은 채 불법운행을 하기 부지기수다. 

과적도 문제다. 유세활동에 필요한 연단, 음향 및 영상 장비 등과 발전기, 공조기, 전광판 등 각종 장치 그리고 연설자 및 지지자의 무게까지 더하면 1톤은 족히 넘는 하중이 차량에 실린다. 유세차량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1톤급 소형트럭의 적재중량을 초과한다. 적재중량 초과는 주행 안전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연단에 후보자 및 지지자를 태운 채 유세차량이 주행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12호는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불법으로 얼룩진 선거유세차량, 선거법 위반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 선거활동을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유세 차량의 기준은 해당 차량에서 후보자의 연설대담'이 가능한지 여부"라면서 "차량 개조와 부가장치 사용 등은 선거법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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