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세계, '몸 값 4조' 여의도 IFC 주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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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신세계, '몸 값 4조' 여의도 IFC 주인 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15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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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4조' 신세계·이지스자산운영 인수전 참여
현대백화점 '더현대' 흥행, 여의도 수요 증명
정용진 "위기 속 기회 찾자"…M&A 행보 주목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라고 강조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모습. 사진=신년사 영상 캡처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이 여의도 입성을 정조준했다. 신세계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위한 최종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종합 개발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이달 초 1차 본입찰에 이어 14일 진행한 IFC 인수 2차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거래 대상은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여의도 IFC 빌딩 4개동과 IFC몰로 8만5400㎡(25만8000평) 규모다. 4개 빌딩 중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의 최고급 브랜드 콘래드 호텔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2월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에 대항할 쇼핑센터 개발을 목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의도 IFC인수전에는 신세계·이지스자산운용 이외에도 미래에셋맵스, 코람코자산신탁, ARA코리아, 마스턴투자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IFC가 매물로 나온 가운데 신세계그룹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왜 여의도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오피스상권인 여의도는 그동안 유통 업계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지역 중 하나였다. 주거지역 보다 상업지역이 더 많은 영향으로 주요 소비층은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이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특히 직장인이 빠져나간 주말이면 인구 '공동화(空洞化)' 현상 일기도 해 유통업계의 사정권 밖에 있었다. 이랬던 여의도가 최근 달라졌다.

공항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연결 등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IFC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으며 IFC몰 역시 이런 수요층을 겨냥했다. 이후 배후에 상업시설이 연이어 자리잡아 나가면서 IFC는 여의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유통업계의 기류도 달라졌다. 선점 효과를 누린 건 현대백화점이다. 지난해 초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개관했다. '더현대 서울'은 여의도에 잠들어 있던 수요를 깨우며 실적과 이슈몰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텅텅 비었던 여의도 거리는 '더현대 서울' 오픈 후 쇼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개점 석달 만에 매출 25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후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이어가며 지난해 약 6000억원 중후반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여의도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더현대 서울' 방문을 인증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개장한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연합뉴스

더현대 대항마 스타필드?

만일 신세계가 IFC 인수에 성공하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유통기업의 자존심이 나란히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IFC엔 콘래드 호텔이 있다. 신세계가 인수한다면 조선호텔앤리조트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신세계 편에서 보면 스타필드 신규 출점에 더해 호텔까지 운영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또한 여의도 상권에서 현대백화점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IFC의 매매가는 4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신세계그룹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준이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그래서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하고 신세계가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 지분을 일부 매입하는 방식의 거래가 점쳐진다. 

지난해 프로야구단을 인수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서 기회 찾는' 정용진의 M&A 행보

지난해 한 해만 놓고 보면 인수합병계 '큰 손'은 정용진 부회장이었다. 정 부회장의 행보는 거침 없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해 야구와 유통의 시너지를 누렸다.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여성 패션몰 'W컨셉'을 2000억원대 후반에 품었다.

또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 인수를 추진 중이다. 더욱이 신세계는 지난해 인수합병 시장 최대어로 꼽힌 5조원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최종 승자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신세계는 이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쿠팡과 함께 '규모의 경제'를 구현했다. 또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네이버 사옥을 찾아 2500억원대 지분 교환을 통한 '신세계-네이버 동맹'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유통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옮겨가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의 주력인 할인점 사업만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정 부회장의 행보는) 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의 과감한 인수합병 행보에는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과 함께 궁극적으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이라는 포부가 깔려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2의 월마트나 제2의 아마존이 아닌 제1의 신세계가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자'는 의미로 읽힌다.

또한 "고객의 온·오프라인 모든 일상이 신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신세계 유니버스'에서는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인프라가 디지털 역량과 하나 되어 시너지를 창출하면 경쟁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유일무이의 온·오프 완성형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정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결단력으로 승부사 기질을 보인 바 있다. 물론 성공 실패의 명암이 함께 따라 붙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와 전문점 '노브랜드', 창고형 할인마트 '트레이더스' 등을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반면 실패한 사업도 많다. 

지난 2018년 정 부회장 주도로 만물상 콘셉트의 잡화 전문점 '삐에로쑈핑'을 시작했지만 사업부진으로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2016년에는 제주소주를 인수해 소주시장에 진출했지만 적자 누적 끝에 지난해 철수했다. 뷰티앤헬스(H&B) 스토어 '부츠' 역시 대표적 실패 사업이다. 

호텔에서도 실패를 맛 봤다. 2018년 7월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 부티크 호텔로 문을 연 '레스케이프'는 '정용진 호텔'로 관심을 모았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IFC 인수전이 정 부회장에게 어떤 성적표를 남기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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