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현대차그룹, 정부 권고에도 중고차 도전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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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현대차그룹, 정부 권고에도 중고차 도전 잰걸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0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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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중고차 진출 소문에 오토앤 상한가
현대차그룹 "오토앤과 중고차 사업 무관"
현대차 용인에, 기아 전북 정읍에 중고차업 등록
3월 대선 이전 현대차 중고차업 개시 가능성 낮아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중고차 매매업을 등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오토앤은 중고차 사업과 무관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을 펼친 오토앤 주가 상승 흐름과 관련해 "중고차 사업 진출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의 강한 부정에도 증권가에선 향후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사업을 오토앤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돌았고, 주가는 상한가에 진입했다.

이후 주가는 한주가 넘도록 널뛰기를 거듭했다. 하지만 설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1만6850원으로 공모가(5300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토앤은 현대차그룹의 1호 사내벤처로 2008년 설립된 뒤 2012년 분사한 자동차 용품 전문 플랫폼이다. 자동차 소모품 구입, 점검, 세차 등 구매 이후 차량 관리 수요에 따라 만들어진 '애프터마켓' 유통망을 확장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분은 15% 수준이다.

현대차 용인, 기아 정읍에 중고차업 등록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했다. 자동차 매매를 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등록을 해야 한다. 연면적 660㎡(약 200평) 이상의 전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사업 등록 신청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보유한 용인과 정읍 부지가 등록 기준을 충족했기에 우선 해당 지자체에 사업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중고차 업체들은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하며 반발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차그룹에 사업 개시 보류를 권고했다. 중기부의 권고는 강제 사안이 아닌 만큼 현대차그룹이 당장 사업을 개시해도 법적 문제는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기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사업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매매업 등록 신청은 준비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도 최근 중고차 플랫폼 '오토벨'을 출범하고 중개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이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오토앤에 대한 기대에서 보듯 현대차그룹이 정부의 제재 방침에도 우회적으로 중고차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제재에도 속도내는 현대차그룹

지난해 12월 한국자동차산업 정만기 회장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 진출은 소비자의 요구이자 글로벌 트렌드"라면서 "중고차 매매상들과 상생 협력 합의가 무산 된 건 안타깝지만 중고차 사업 진출에 법적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중고차 사업은 중소기업만 진입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2013년 지정됐다. 그러다 2019년 2월 지정이 만료됐다. 중고차 업계는 재지정을 요구했고, 중기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러던 중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이 나왔다. 중고차 업계는 중기부에 분쟁 조정 신청을 했고, 지난달 13일 중기부는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를 일시 정지하라"고 권고했다. 중기부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대선 이후인 3월로 미뤘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쪽은 소비자 편익 증대와 수입차와 역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따라 신차 출고가 늦어지면서 중고차의 몸 값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럼에도 허위 매물과 강매 사건 등으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역차별도 문제다. 벤츠와 BMW, 도요타 등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중고차 가격을 방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입차의 경우 고객이 타던 차를 대신 처분해 주고 신차 가격에서 그만큼 빼주는 방식으로 재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또 중고차로 다시 팔 때 품질 인증을 거쳐 자사 제품에 대한 가치외 신뢰를 높인다. 

중고차 업계는 국내 완성차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소 사업자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딜러사를 통해 판매하는 수입차와 전국적 대리점과 딜러망, AS센터까지 갖춘 현대차의 진입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중기부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을 둘러싼 마찰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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