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기술주의 빈 자리, 에너지주가 차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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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기술주의 빈 자리, 에너지주가 차지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2.02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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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셰브론 등 7년래 최고 실적...고공행진 유가 덕택
고유가 속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 주주친화 정책 쏟아내
전문가들 "유가 강세 이어질 듯...청정에너지 변화는 변수" 
올해 들어 미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유독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미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유독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올해 들어 미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유독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는 높은 국제유가가 에너지주의 강세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시장을 이끌어 온 기술주가 금리인상 우려로 인해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주가 시장을 이끄는 선도주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엑슨모빌·셰브론 등 실적개선 뚜렷 

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가 몇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세계 주요 서방 석유회사들이 다시 한 번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 S&P500 에너지 부문은 20% 가까이 상승했다.

S&P500 지수가 연초 이후 5%대 하락하고, 나스닥 지수가 9% 가량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셰브론은 지난주 137달러까지 주가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기도 했다. 지난해 이후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은 주가가 모두 크게 올랐는데, 엑슨모빌은 약 69%, 셰브론은 54% 각각 올랐다. 셸과 BP는 각각 38%, 39% 상승했다.

주가와 마찬가지로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엑슨모빌은 지난해 4분기 89억달러(약 10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7년래 최고 실적이다. 코로나19 타격을 입었던 2020년 224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엑슨모빌은 1년 만인 2021년 연간 230억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완벽한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셰브론 역시 2021년 연간 156억달러(약 18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고유가 지속...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전망

이들 기업들의 실적개선과 주가 강세에는 고공행진을 펼치는 유가가 한 몫 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약 7년 만의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등이 최근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고유가 시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브렌트유가 오는 여름까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월가의 일치된 의견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원인이었지만, 더 큰 이유는 펀더멘털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 유가를 지속적으로 강세로 이끌 수 있다는 것. 

최근 JP모건은 "2022년 4분기까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예비 생산능력이 전체 생산능력의 4%로 떨어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25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수요가 계속 강하게 증가하거나 공급 증가가 실망스러워 예비 생산능력이 위축된다는 것은 2022년 석유시장이 또 한 번의 변동성있는 한 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다면 유가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인텔리전스 유닛은 "수급이 얼마나 타이트한지를 감안할 때 유가는 확실히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반등할 수 있다"며 "공급증가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감이 고조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주주친화적 정책 쏟아내

고유가 전망이 뚜렷해지고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두드러지면서 에너지주가 시장을 다시 한 번 이끌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엑슨모빌은 실적발표 후 주가가 6% 뛰면서 전체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석유 메이저들 역시 신규 투자 대신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엑슨모빌은 향후 2년 안에 최대 100억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셰브론은 배당을 6% 늘리고 올해 최대 50억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WSJ은 "석유 메이저들은 그들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줄이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현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돈을 다시 쏟아부어 온 석유회사들에게는 상당한 반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제프와일 뉴버거 버먼 수석 에너지 분석가는 "성장에 대한 실험은 끝이 났다"며 "많은 선두기업들이 투자자들의 환심을 되사기 위한 공격적인 주주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세계가 더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에너지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는 것. 

NYT는 "장기적으로 세계가 어떻게 석유와 석탄 등에서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등 더 깨끗한 형태의 에너지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주요 의문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청정에너지로의 변화 추세가 뚜렷하지만, 석유 소비가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모닝스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 경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2050년에도 세계 해운과 항공 등에 석유가 계속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가 미래의 연료는 아닐지 모르지만, 석유 소비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에너지 기업들도 당분간 최근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오는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협의체인 OPEC+ 정례회의는 주목해야 할 변수다. 현재 시장에서는 OPEC+가 증산 규모를 유지하고 3월까지 점진적으로 생산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증산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통해 "OPEC+ 산유국들이 매달 하루 40만배럴 증산이라는 기존의 증산 규모를 고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유가는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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