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경영권 침해? 노동이사제 도입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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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경영권 침해? 노동이사제 도입 '갑론을박'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0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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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도입 국회 문턱 넘어…11일 본회의 통과 전망
재계 "경영권 침해" vs 노동계 "감시와 견제 기능 회복"
여야 대선주자 한 목소리 "도입해야"
"노동이사제 도입에 우려를 표한다." -경영계
"노동이사제, '진짜 공공 개혁' 이끌 제도." -노동계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4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각 상임위를 거쳐 오는 11일께 국회 본회의 상정 후 처리될 예정이다. 노동이사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경영계와 노동계가 극명하게 갈린다. 

엇갈린 시선

경영계는 일제히 경영권 침해를 우려했다.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그간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며 "이런 요청이 반영되지 않은 채 법안 개정 절차가 강행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노동이사제는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심각하게 기울게 하고 오랜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개혁을 저지할 것"이라면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의 도입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친노동정책으로 위축된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우리나라 기업은 노사관계 힘이 지나치게 사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세습경영과 도덕적 해이, 방만 경영 등으로 재벌 대기업 오너 리스크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이사제는 유럽 등에서 이미 정착돼 있으며 참영형 노사관계 실현과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 등 '진짜 공공기관 개혁'을 이끌 제도이기에 조속한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찬성 의사를 밝힌 가운데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윤후턱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의사봉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침해 vs 이사회 정상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노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와 경영권 침해라는 평가로 첨예하게 갈린다. 

노동이사제는 지난 2016년 서울시가 산하 공공기관에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고, 4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재계는 공공부문을 넘어 노동이사제가 민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이사회 기능 왜곡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 저하 ▲공공기관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 조장 ▲민간기업 경영환경 악화 등 '경영권 침해'를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재계의 주장과 달리 노동계는 노동이사제가 왜곡돼 있는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중요 장치라고 강조한다. 지난 1998년 사외이사제 도입 후 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기대했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은 사외이사를 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웠고, 공공기관은 정권과 관료의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봤다. 

또한 경영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기우로 평가했다. 노동계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 공공기관들의 기관장·사외이사·노동이사 등 35명을 면접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등을 근거로 노동이사제 도입 후 경영 투명성, 공익성,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재계의 반대 목소리 속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된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대선 후보 도입 한목소리, 표심 의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한 데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뜻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찬성하는 등 주요 대선 후보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의견일치를 보였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동이사제안은 지난해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야당의 반대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노동이사제가 탄력을 받은 건 윤석열 후보가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을 찾으면서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후보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노동계의 요구를 담은 법안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소위를 넘지 못했던 노동이사제를 포함해 환경노동위원회의 공무원·교원 노조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도 소위 문턱을 넘었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노동계 표심을 염두한 노동친화적 행보를 걷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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