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AI행원'에 밀려 짐싸는 직원들…"단순업무처리 효율성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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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AI행원'에 밀려 짐싸는 직원들…"단순업무처리 효율성 증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2.2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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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AI행원 고도화해 각 지점으로 확산
"단순업무는 AI행원이, 전문상담은 직원이 하는 게 효율적"
AI행원 늘어날수록 실제 직원과 대면점포는 줄어들어
사진=신한은행
사진=신한은행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은행권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AI행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점차 더 많은 업무에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AI행원이 은행에 찾아온 방문자를 응대해 단순업무를 처리하게 함으로써 직원들이 더 복잡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한·KB국민, AI행원 시범 도입…지속적으로 확산 예정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안내 서비스 기기인 'AI 컨시어지'를 서울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AI 컨시어지 기기는 얼굴 인식, 열화상 카메라, 음성인식 마이크 등의 기술로 방문자를 맞이하고 안내하는 업무를 담당할 계획이다. 

또한 신한은행은 AI 컨시어지 기기 도입과 더불어 AI행원을 활용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실제 행원들 중에서 지원을 받아 발음, 명확성, 전달력 등을 고려해 두 명을 AI행원 모델로 선발했다. 이후 몇 달간의 작업을 거쳐 간단한 업무도 할 수 있게끔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이후 올해 9월부터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AI 은행원을 업무에 활용해 인사, 메뉴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날부터는 화상상담 창구인 디지털 데스크에서 계좌이체, 증명서 발급 등의 금융거래도 가능해진다.

신한은행은 이달 기준 전국 73개 영업점에 84대의 AI 행원을 보급했다. 내년 1월까지 200개로 늘리고 내년 말까지 400~500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쌓아온 디지털 금융 서비스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 참가해 AI 은행원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시연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본사 신관에 마련한 체험존을 통해 AI행원을 선보이고 있다. AI행원을 통해 통장개설, 예·적금 가입, 청약, 대출 등 은행업무 전반에 걸친 상담이 가능하다. 다만 각 지점으로의 상용화 시기는 미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여의도 본사 신관에 AI행원을 도입한 이후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아졌다"며 "주로 금융교육 등을 위해 AI행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NH농협은행, AI행원 도입 범위 확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A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LG AI 연구원과 '초거대 AI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양사는 ▲금융특화 언어모델 등 신기술 공동연구 ▲차세대 금융서비스 공동발굴 ▲비정형 데이터의 자산화·활용 ▲초거대 AI기반 'AI뱅커' 개발과 미래형 점포 개발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와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한 차세대 AI로,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해 인간과 AI가 자연어를 바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지난 4월부터 딥러닝 기반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인 라이언로켓과 AI행원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 직원 연수프로그램(AI교수)와 행내 방송(AI아나운서)에 먼저 도입했으며, 스마트 키오스크 화상상담 등 업무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신규직원 채용 일정에 맞춰 AI행원의 인사발령을 내고 사번도 부여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는 22사번 입사동기들과 함께 3개월 연수, 수습과정을 거친 후 임용장도 교부받는다. NH농협은행은 AI행원이 영업점에서 방문자를 대상으로 상품설명서를 읽어주도록 하는 등 업무영역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간단한 업무는 AI행원이 처리… 짐 싸는 은행원들

은행권의 AI 도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AI행원이 도입되면 직원들은 단순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AI행원이 방문자를 응대하고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복잡한 상담은 직원들이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AI를 이용해 보다 효율적이고 완전한 상품 판매에 나섰다. AI 기술을 활용해 투자상품(비예금상품)의 완전판매를 지원하는 'AI 활용 안전판매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AI 활용 완전판매 프로세스는 투자상품 상담과 판매과정에서 ▲AI 고객 답변 인식 ▲실시간 AI 상담 분석 ▲태블릿 필기 인식 검증 ▲풀 텍스트 자막 구현 등 AI 기술로 불완전판매 요소를 진단하고 분석해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직원에게 알려 완전판매를 돕는다.

기존에 직원이 하던 과정을 AI가 지원함으로써 더 완전한 상품 판매와 소비자보호가 가능해진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프로세스는 은행 본업에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한 디지털 혁신 추진 사례로, 영업점 직원의 투자상품 완전판매를 지원해 소비자 보호에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와 AI행원 등 디지털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 물리적인 인원과 점포는 축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2015년 7281개에서 올해 상반기 6326개로 줄어들어 1000여개가 사라졌다. 특히 시중은행 점포가 4314개에서 3380개로 급감하면서 감소세를 주도했다.

희망퇴직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은행의 경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우리은행도 오는 28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다. 

올해 이미 회사를 나간 희망퇴직자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통틀어 2092명에 달한다. 여기에 소비자금융을 철수한 씨티은행의 희망퇴직자 2300여명까지 합치면 올해 퇴직자 수는 급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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