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시대 끝?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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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시대 끝?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하나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2.20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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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대출 차주 비중 10명 중 8명…금리 인상시 영향
시장 왜곡으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역전돼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꾸려면 DSR·대출기간 확인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리인상기가 도래하면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놓고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금리인상기에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유리하다고 여겨지나, 향후 금리인상 폭이나 남은 대출기간 등 각종 조건에 따라 유리한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의 비율은 지난 10월 기준 79.3%에 이른다. 10명 중 8명이 금리인상에 대한 영향을 받는 셈이다. 

지난해 1월에만 해도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차주의 비율은 49.8%로 고정금리와 비슷했으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급격히 비율이 늘어나 올해 6월에는 81.7%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가 늘어나면 금리인상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 소득분위별 이자부담 변동 규모'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시 가계 이자부담은 12조8000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은행 주담대 5% 돌파… 6%도 목전

실제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지난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3.73~5.06%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코픽스(COFIX)가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 기준 1.55%로 공시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KB국민, 한국씨티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올리면서 국내 은행들은 수신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0.4~0.6%가량 인상했다. 이에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코픽스 금리가 올라가 주담대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역전 현상 나타나

일부 은행에서는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오르면서 변동형 상품 금리가 고정형 상품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통상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안정적인 대신 금리가 1%포인트 가량 높은데 이 현상이 깨진 것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은행의 5년고정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66~4.86%로 신규 코픽스 6개월 변동 주담대인 3.86~5.06%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역시 금융채 5년 기준 주담대 금리(고정)는 3.56~4.37%인 데 반해 코픽스 신규 금리(변동)는 3.71~4.76%로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혼합고정형(5년)은 3.61~4.91%인데 반해 코픽스 신규 금리(변동)은 3.73~5.03%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코픽스가 오르는 동안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이 소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10월 말 기준 2.6%를 웃돌았던 금융채 5년물은 지난 17일 기준 2.19%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영업점에서는 금융소비자에게 금리가 낮은 쪽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같이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는 변동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기, 고정금리가 해법? 대출기간·대출한도·DSR 확인해야

시장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들어가면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라 변동금리 차주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내년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있었던 금통위에서 "연 1%로 인상된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가 내년 1월 또는 2월경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이 수신금리를 따라 올리면서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도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현재의 2배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서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내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이 끝나면 (기준금리 인상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 3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차주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들도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대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대출상품은 개인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 문의해 전략을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은행별로, 상품별로도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5년 이상 장기 대출이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지만,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 등 단기성 대출은 변동금리가 나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고정금리를 선택할 경우 내년부터 DSR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대출자의 경우에는 5년 고정 혼합형이 현 시점에서 가장 유리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재 대출이 변동형인 경우 고정으로 갈아타면 대출한도는 새로 산정되기 때문에 이전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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